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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태 May 13. 2021

유튜버 1년, 과연 어떤 일이?

| 떡상? 그거 먹는 건가요? 네?



항상 엄마 친구 아들이 서울대를 간다.

항상 옆 동네에 사는 누군가가 내가 사오던 로또 가게에서  1등에 당첨된다.


내게도 이런 일이? 설마? 정말? 과연?


그런 일 없습니돠!





2020년 5월 1일. 몇 년 간 머릿속으로 궁리만 해오던 “유튜브”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채널 만드는 방법을 검색하고, 관련된 책을 읽어 방법을 알아갔다. 가지고 있던 스마트폰으로 내 채널을 소개하는 영상을 찍었다. 대본도 없이 무작정 카메라를 켜고 얼굴을 내밀었다.


‘나를 소개하는 건데, 그게 뭐 어려울까?’ ‘책도 썼는데…’


카메라를 끄고 동영상을 PC로 옮겨 생전 처음 써보는 동영상 편집 툴을 열어 기능도 모른 채 편집을 시작했다. 모니터에는 내가 아닌 웬 돼지 같은 놈이 나와서 어버버 대고 있었다. 말의 논리를 떠나 주어와 서술어조차 맞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김경태입니다. 제가 유튜브를 시작합니다. 그런데 행복하시죠?… 콘텐츠는 독서를 준비했습니다. 여러분은 책을 얼마나 읽으시나요? 독서습관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시네요? …”


짧은 영상을 돌려보면서 삭제 버튼을 눌렀다.



약 10분 정도 영상을 촬영하는데 2시간이 넘게 걸렸다. 그리고 편집하는데 4시간 정도를 갈아 넣었다.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었는데 또 완성본을 보고 나니 뿌듯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나는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킨다.’라는 명분으로 <닥치고 독서 TV>를 오픈했다.




그리고, 1년이 흘렀다.


1년간 유튜브에 투자한 돈은 50만 원 정도다.

정품 프리미어 프로와 포토샵 사용료가 한 달에 35,000원가량 지출됐다.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는 독자의 피드백을 받아 보이스 레코더 1개와 핀 마이크 1개를 샀다. (약 15만 원)

영상의 80%는 사용중인 스마트폰으로 찍었고, 20%는 갖고 있던 DSLR을 사용했다. 스마트폰이 편했다. 그래서 요즘은 스마트폰으로만 찍는다.



그럼 시간은?

매주 1편 촬영 - 편집 기준으로 10분 길이의 영상 촬영에 30분, 편집에 3시간 정도 사용한다. 보통 월요일 퇴근 후 촬영과 컷 편집을 시작하고, 수~목요일 저녁에 짬을내 편집을 끝내고 영상을 예약등록해놓는다.



자막을 넣어야 할까?

거의 모든 영상에 자막을 넣고 있다. 사실 편집하는 것보다 자막을 넣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구독자도 적은데 이걸 꼭 넣어야 할까?라는 생각이 많지만 그래도 시청자는 자막이 있는 것이 편하다는 것을 안다. 소리를 끄고 영상과 자막을 통해서 유튜브를 시청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알고 있다. 나도 자주 그러니까. 그래서 자막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넣고 있다. 최근 자동 자막 생성 프로그램이 생겨서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어서 너무 좋다.





그럼 과연 내게 어떤 일이?


사실 겉으로 보기에 1년 전과 달라진 것은 전혀 없다. 유튜브로 수익을 내고 있지 않으며, 일주일에 한 편씩 등록되는 영상은 겨우 조회수 200 찍기도 버겁다. 좋아요는 평균 10개, 댓글은 2~3개 정도 달린다.


그런데, 가만히 그 속을 들여다보면 많은 변화가 있었다.


첫째, 내 말솜씨가 늘었다. 그리고 영상 편집 실력이 늘었다. 덕분에 주 1편 영상 올리는 것이 이제는 매우 자연스러워졌다. 주변의 지인들도 말하기가 상당히 자연스러워졌다는 말을 자주 한다.


둘째, 확실한 나만의 콘텐츠가 생겼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다년간 많은 생각을 정리했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것을 타인에게 알려주는 것과 내가 아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일이다. 공부 잘했다고 꼭 공부 잘 가르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동안 써왔던 글을 내 입으로 뱉어보면서 글과 말의 차이점을 실감했다. 글은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들지만 읽는 순간 흩어질 수 있다. 하지만 말은 순간을 집중하게 만들 수 있었다. 그래서 쓴 글을 말로 표현해보면서 글이 더 선명해질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내가 써왔던 여러 방면의 글들이 몇 가지 주제로 통합시켜낼 수 있었고 시리즈 강연 같은 방식을 도입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닿았다.


셋째, 꾸준히 피드백을 주는 사람들이 생겼다. 아직 팬이라고 말하긴 섣부르지만 지속적으로 영상을 시청하고 내 영상을 통해 자신들이 변하고자 애쓰는 사람들이 생겼다. 그들의 SNS를 가끔 들여다보며 나도 자극을 받게 되니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아직 갈 길은 멀다.


1년 채널 운영으로 구독자 686명. 68개의 영상. 약 8,000회 조회수를 기록한 영상 1편.


누구는 영상 한 편에 수천~수만 명의 구독자를 모은다. 하지만 나에게 그런 일은 없었다. 누구나 유튜브를 시작하기만 하면 잘 될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 99.9%의 유튜버들은 나 같을 거다.


그래도 나는 아직 지치지 않았다. 느리지만 우상향 각도를 유지하고 있고, 체력도 많이 남았다. 그래서 3년은 더 해보겠다는 마음으로 신발끈을 동여맨다.


이제는 조금 더 전략적으로 해보겠다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 닥치고 독서 TV 주인 김경태 쓰다 -


https://youtube.com/channel/UCNV1QGEK2yqsaSlT-yRtWz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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