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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태 Mar 26. 2020

독서근육 생성법

매일 앉아서 책읽으면 독서근육이 생길까?


여러분은 모두 독서 습관 가지고 계시죠? 얼마나 쉬운가요. 그냥 매일 자리에 앉아서 집에 있는 책 들고 읽으면 되는걸요. 이 쉬운 걸 왜 습관화하기 어렵다고 말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네요. ^^

 - 어느 평범한 독서가의 고백 (상상) -




2000년이었나? 당시 아이러브스쿨 덕분에 대학생과 직장인들이 난리가 난 시절이 있었다. 주말이면 신촌/ 홍대/ 강남/ 대학로 곳곳에서 초등 동창들의 모임이 끊이질 않았고, 수많은 커플이 생기고 바뀌고 소멸하던 그 시기. 서울대 의대를 다니고 있던 초등학교 동창을 만났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공부 잘하는 이과생들이 모여있다는 그곳에 어떻게 공부해서 들어갈 수 있었는지를 물었다. 대답은 간단했다.


아! 그냥 열심히 공부해서 전국 1,000등 안에 들면 되는데...


웃으면서 그 대답을 받아넘겼지만 뒤가 개운치는 않았다. 누군가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일이 누군가에게는 감히 상상조차 어려운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사람들에게 독서 습관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나 역시 위에서 이야기한 약간은 재수 없는(?) 사례와 비슷하다. 오랜 습관이 되다 보니 내 주변에는 항상 책이 있고, 틈이 나면 그 책을 들어서 읽는다. 또 오랜 기간 새벽 공부에 길들여지다 보니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게 부담스럽지 않고 자연스럽다.

하지만 나에게도 버겁고 힘들고 치열했던 순간이 있었다. 

취미 영역에서 계발 영역으로 독서의 질을 끌어올리던 2012년 그때가 그랬다.




전혀 읽지 않던 자기 계발서를 읽기 시작했는데, 이놈의 책은 뭐 그리 시키는 게 많은지. 책 속의 질문에 답을 써보라고 하고, 미션과 비전을 만들라고 하고, 1만 시간을 공부할 계획을 세우라고 하고... 아무튼 개인 과외교사처럼 내 귓등에 붙어서 무지하게 잔소리를 해대는 책이었다.

다행이었던 것은 당시 나는 절박했다는 것이다. 나 스스로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도태된다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발견해야 한다는 절실한 사명감 같은 것이 있었다. 그래서 난 당시 습관처럼 소일거리로 읽던 책을 공부하듯 읽어야겠다고 결심했고, 한 번도 집계해보지 않았던 독서량을 기록하고 측정해 보기로 했다.

그 시기에 이지성, 정회일 작가가 쓴 <독서천재가 된 홍대리>를 우연히 읽게 되었다. 그리고 그 책에서 시키던 100일간 33권 책 읽기를 따라 해보기로 했다. 방법은 책에서 시키는 그대로였다.

그리고 홍대리를 읽은 지 8년, 난 지금 내 나름대로 독서를 습관화하는 방법을 이야기할 수 있는 정도의 깜냥이 되었다. 



1. 읽을 책을 정한다. 


무엇을 읽을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독자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는데, 사실 많은 대화를 나눠보지 않은 채 상대에게 책을 권하기는 쉽지 않다. 일례로 최근 동네 주민 한 분이 내게 독서 관련해서 연락을 주셔서 만나서 얘기해 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분의 독서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서 (그분은 책을 아주 많이 읽고 계셨다) 나는 3권 정도의 책을 추천해드렸다. 그리고 다시 뵙게 되었을 때 추천해드렸던 책을 매우 만족해하셨고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그분의 독서 이야기를 듣고서 내가 추천해드린 책은 <연금술사> <싯다르타> <익숙한 것과의 결별> 이 세 권이었다. 

여러분들이 추구하는 이상과 관심분야를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책을 추천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럴 때 내가 쓰는 방법은 한 달 평균 독서량을 물어보는 것이다. 한 달에 한 권도 읽지 않는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에게는 무조건 얇은 책 그리고 쉬운 책을 권한다. 특히 직장인이나 대학생들과 같이 자기계발에 관심을 두고 있으신 분이라면 <마시멜로 이야기> 같이 접근이 쉽고, 한자리에서 다 읽을 수 있고, 읽은 뒤 뿌듯함이 남는 책을 위주로 3권 정도 권한다. 한 달에 1권을 읽는다고 말하는 분들에게는 최근 3~6개월간 읽은 책을 물어보고선 관련된 분야에서 내가 괜찮게 생각했던 책을 권한다. 물론 한 달에 2~3권 읽는 분들에게는 알아서 읽으라고 한다. ^^

적어도 한 달에 2~3권 읽으시는 분들은 다음번에 내가 읽고 싶은 책이 무언지는 자신이 가장 잘 알 것이다. 읽었던 책 속에서 다음 책이나 다음 주제를 발견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책이 책을 낳는 그때부터 진짜 독서는 시작된다.

여러분이 한 달에 1권도 버겁다고 한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한 권을 다 읽어내는 성취감을 맛보는 것이다. 첫 성취감은 자신의 노력보다 쉽게 얻을 수 있도록 진입장벽이 낮은 얇은 책으로 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다음 책을 읽겠다는 의지가 쉽게 생긴다.   


2. 읽을 시간을 정한다.


두 번째는 시간관리다. “알고 봤더니 삶은 시간이더라.”라는 말처럼 시간은 인간의 삶에서 가장 공평하고 소중하지만 가장 아낌없이 소비하는 것이다. 결국은 시간관리가 인생을 결정한다. 자기계발의 성공 여부는 “내 시간을 내가 관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과 같다. 

시간관리의 최우선은 내 시간 사용 현황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하루 종일 내가 무엇을 하는지 일주에서 이주 정도 꾸준히 적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세하게 쓸 필요는 없다. 업무/ 휴식/ 식사/ 미팅/ 공부/ 취침/ ... 과같이 몇 개의 카테고리로 나눠 자신의 시간을 일주일 단위로 나열해보면 자신이 어떤 패턴으로 시간을 사용하는지 알게 된다. 그 기록지를 토대로 없애야 할 시간, 뭉쳐야 할 시간, 추가해야 할 시간을 정리하고 자신의 생활 습관을 변경된 계획에 맞춰가는 것이다. 그게 바로 시간관리의 정석이다. 

자, 그럼 독서는? 독서는 매일 특정 시간에 넣어야 된다. 우리의 목적지는 독서습관이기 때문에 매일 읽는 것이 중요하다. 일주일에 한번 토요일에 한 시간~두 시간 이렇게 계획을 세우면 망한다. 이건 독서를 습관화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계획이다. 습관은 “매일”이라는 꾸준함이 만드는 결과물이다. 명심해야 한다.

또, 한 가지 유념해야 할 것은 매일 하게 될 독서를 “오늘 할 일의 몇 번째 우선순위에 둘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해야 할 일을 다하고 남는 시간에 독서를 하겠다는 시간 계획은 실패할 계획이다. 무조건 특정 시간을 정해두고 그 시간에 독서를 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다른 일이 그 시간을 침범하더라도 적은 양의 독서를 먼저 하고 다른 일을 하겠다는 계획이 필요하다. 

난 알람을 이용해서 독서를 습관화 시켰다. 매일 오후 12:30분과 20:30분에 “지금은 책 읽을 시간입니다”라는 알람을 맞췄다. 다른 일을 하면서 시간을 잊더라도 스마트폰과 시계는 나를 일깨워준다. 알람을 보게 되면 곧바로 자리로 가서 책을 읽는다. 이런 루틴이 결국 습관을 만든다.





3. 읽을 양을 정한다.


세 번째는 얼마큼 읽을 것인지를 정하는 것이다. 참고로 양을 정하는 것은 처음 3~4개월 정도만 지정하면 된다. 습관이 되어갈 즈음에는 하루에 내가 얼마나 읽을 수 있을지는 스스로 알게 될 것이다. 물론 계속 계획을 세운다면 더 좋다.

책을 정했으면 페이지 수를 확인하고 언제까지 읽을지 납기를 정한 뒤 페이지 수를 맞게 나눠 하루에 읽을 양을 배분한다. 그리고 매일 그만큼 읽어나가는 것이다. 굳이 이렇게 안 해도 되지만 작은 성취감을 맛볼 수 있어서 좋다. 뭔가 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계획 대비 초과 달성이라는 성과도 얻는 날이 생긴다. 그러다 보면 목표했던 날에 책을 다 읽어내는 자신을 만날 수 있다. 

독서모임을 운영하고 참여하면서 월별/분기별로 읽어야 할 도서 목록을 받게 된다. 읽어야 할 책이 벽돌 책(두껍고 무겁고 어려운 책)이라면 계획 없이 모임전 다 읽어내는 것은 쉽지 않다. 매일 꾸준히 읽고 정리해두어야 모임에서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 그래서 하루에 읽을 페이지 수를 정하는 것은 중요다.  

만약 모임이 두세 개가 된다면 읽어야 할 책은 모임 수만큼 늘어난다. 다른 모임에서 같은 책을 리뷰할 가능성이나 읽었던 책을 리뷰할 가능성은 적다. 그러니 모임전 완독을 목표로 짜임새 있는 계획을 준비해야 한다. 결국 독서습관은 시간관리와 성과관리라는 자기계발의 과정인 것이다.


4. 1~3을 계속 반복한다.


마지막은 위 3가지 과정을 죽을 때까지 반복하는 것이다. 




어떤가? 위 방법대로 하면 독서 근육이 생길 것 같지 않은가? 

추가로 나는 무언가 하나의 과업을 끝내면 “잠시 쉬고 가자”라는 생각이 들다 보니 하루나 이틀 쉬는 경우가 있었다. 그런데 이런 쉼은 다시 시작하기 위한 결심을 가지는데 허들로 작용했다. “에이 하루만 더 쉬고... 하루만... 하루만...” 이랬던 게 돌이켜보면 한 달이 훌쩍 넘어버린 때도 있었다. 그래서 책을 동시에 여러 권 읽는 방법을 택했다. 집에서는 소설, 새벽에는 자기 계발서, 회사에서는 경영 서적, 화장실 갈 때는 에세이. 이런 방식으로 여러 권을 장소와 시간에 따라 동시에 배치하고, 4/5 정도 읽었을 때 짬을 내어 완독해서 하나의 책을 마쳤다. 이렇게 하면 계속 읽던 책이 있기 때문에 흐름의 끊김 없이 꾸준히 읽어갈 수 있고, 읽어가면서 새 책을 추가해 읽어가게 되니 지속적인 독서 근육을 만들기 용이했다. 

여러분도 이런 방법을 써보기를 추천한다.

다음번 독서 관련 글에서는 내 책 읽는 방법(세 번 읽기)에 대해 글을 써볼까 한다. 기대해 주시기 바란다.

- 작가 김경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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