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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태 Jul 20. 2021

대자연의 어머니는 최고의 건축가

| 대자연은 언제나 사람을 경건하게 만든다

오늘 아침. 내 작품

요즘 하늘이 참 좋다.


7월 말로 접어들면서 본격적으로 휴가철과 맞물려 찌는듯한 더위가 대한민국을 후끈 달구고 있지만 요즘 하늘을 쳐다보고 있으면 더위를 다 날려버릴 만큼 장엄하다.


뭉게뭉게 피어오른 구름과 필터를 끼운 듯 깊은 파란색을 보여주는 하늘이 조화를 이뤄 정말 장관을 연출해낸다. 그래서인지 인스타그램을 살펴보면 유독 하늘 사진이 많다.


위 사진은 오늘 새벽(2021.07.20. 05시 10분경) 서재에서 본 하늘이다. 사진은 실제 장엄한 광경의 1/100 정도 담았으려나? 그만큼 태양이 떠오르기 전 하늘은 장관이었다. 붉은색에서 오렌지색을 거쳐 보라색과 파란색 그리고 검은색까지 넓은 색 영역을 보여주는 스펙트럼은 멋졌다. 일찍 일어나는 습관 덕분에 새벽하늘을 자주 마주하지만 오늘 새벽은 좀 더 특별했다.



새벽은 시작이다.


컴퓨터도 재부팅하면 빠릿빠릿하듯 잠을 깨는 순간 인간의 뇌는 백지상태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가장  되어 있는 시점이다. 이때 장엄한 광경을 눈으로 받아들이게 되면 나도 모르게 감정적 동요가 일어나면서 의욕이라는 달콤한 심리적 욕구가 충전된다. 특히 새해 첫날 떠오르는 태양을 보기 위해 많은 인파가 몰리는 , 이른 아침 높은  정상에서 발아래 하늘과 세상을 보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은  사실을 증명한다.


동네 주민이 찍은 사진


부산에서 태어나서 그런 걸까?


나는 바다를 좋아한다. 특히 파도가 좋다. 모래를 밀고 올라왔다 다시 모래를 쓸고 나가는 파도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잡생각이 사라지고 머리가 비워지는 느낌이다.

바다가 갖고 있는 유의 냄새도 좋고 파도와 함께 불어오는 바람 맛도 좋다. 가만히 들어보면 파도가 쓸려갈 때 들리는 모랫소리가 있다. 쉬~~ 샤~~ 하는 소리다. 거대한 파도가  발아래서 하얀 거품을 만들어내고 잠시 후 모랫속으로 서서히 스며들면 나도 파도를 따라 모래 속으로 침잠하는 느낌이다.


신발을 벗고 털썩 모래밭에 주저앉아 영원 멈추지 않을  같은 파도를 바라보고 있으면 서서히 경건해진다. 그리고 자연의 경이로움을 직접 받아들이게 된.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인간이 만든 도시의 정교한 건축물보다 자연이 훨씬  멋지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경복궁보다 경복궁에 있는 멋진 소나무들과 병풍처럼 펼쳐진 북악산과 인왕산을 좋아하기 시작했다. 때가 되면 항상 들러서  시간이고 바라보는 설악산의 울산바위도 그렇고, 고향을  때마다 황령산 중턱에 올라 부산 바다도 그윽하다. 같은 모습에도 질리지 않고 같음을 원한다. 자꾸만 같은 곳을 눈에 담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로마의 콜로세움을 봤을 때도, 시카고의 시어즈 타워와 존 핸콕 빌딩을 봤을 때도,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오르면서도 건축물의 규모에 압도되었지만 사실은 콜로세움의 외벽이 풍파에 깎이고 부식된 모습이 훨씬 더 인간미 있게 다가왔고, 마천루의 꼭대기에 올라서 바라보는 넓고 높은 하늘이 좋았다.


요세미티의 피탄을 바라보면서  희멀건 화강암벽이었지만 마냥 좋았고, 그랜드 캐년의 마더 포인트에서 협곡을 바라보면서 나라는 존재의 나약함과 티끌보다 사소함을 체감했다. 스노클링을 하면서 보게 된 바닷속 세상은  어느 색보다 화려하고 강렬했고 예뻤다.


자연은, 정말 대자연은 감히 인간이 범접할  없는 영역의 존재라는 것을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깨우쳐 간다.  아무리  꾸며놓은 수조도 집 근처 작은 하천  모습과 비교 자체가 안된다는 것을 느꼈을 때 나는 수족관을 접었다.


그렇게 자연은 내게 겸손을 가르친다.



- 브런치 작가 김경태 -


#대자연 #mothernature #겸손 #장엄 #경이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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