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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태 Sep 06. 2021

2주간의 재택근무가 남긴 것들

| 해볼 만한데, 사무실이 그립더라.


경험에 어떤 틀을 씌우는 순간, 우리가 가져다붙인 이름은 그대로 경험이 되어버린다.
"조금 곤란한"일이 "지독하기 짝이 없는"일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 앤서니 로빈스


최근 사무실 내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한 덕분에 강제로 2주간 재택근무를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조금 황당했다. 갑작스럽게 전화가 왔고 급하게 진료소를 찾아 진단검사를 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처음으로 해보는 검사였다. 그리고 다음날 음성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만약의 사태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며 재택근무를 하도록 했다.


2주간 재택근무.

처음에는 휴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은 머릿속에 없었다. "집 = 쉼 = 자유"라는 공식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글의 첫 문장에 "덕분에"라는 단어를 넣었다.


2주가 훌쩍 지나버린 지금 다시 출근이 시작되었다. 마냥 편하고 좋을 거라고 생각했던 재택근무는 사실 꽤 불편했다. 사무환경 측면도 있었지만,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오고 가는 대화의 양이 급격히 줄어버린 것은 부서의 일처리 상황, 다시 말해 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가늠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물론 열심히 따라가고자 노력했다면 충분히 파악이 가능했을 거다. 집에 있다 보니 그런 노력 자체가 조금 귀찮아진 탓이 크다.


그래도 내게 2주는  좋은 경험이었다.  기간 동안 매일 아이들을 픽업했고 아내와 많은 대화를 했으며 운동을 다시 시작한 계기가 되었다. 출퇴근 시간이 나의 하루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체감했다. 실제 회사로 이동하는 시간은 20~30 정도인데 사실 그것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출퇴근에 쏟고 있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출근이 사라져 버렸다는 것은(눈뜨고 컴퓨터를 켜면 출근이다.) 1시간 이상을 덤으로 가져다줬다.  시간에 정말 많은 것들을 시도해볼  있었다. (덕분에 새벽 달리기를 다시 시작했다. 파이팅!)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일을 할 수 있다는 즐거움도 컸다. (확실히 이어폰으로 듣는 음악과 스피커를 통해 공간 전체에 은은하게 퍼지는 음악은 질이 달랐다.) 덕분에 책상 앞 스피커도 바꾸게 되었다는...


그래도 돌이켜보면 출근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은 부대끼며 살아야 한다는 말이 맞다. 전화도 메신저도 해갈하지 못하는 만나서 얼굴 보며 하는 대화의 힘이 있었다. 또,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차려입는 옷과 마음가짐의 차이도 "나태"를 제압하는 힘이 있었다. 서재 책상이 편한 줄 알았는데 오래 앉아있기에는 불편했고, 훨씬 비싼 컴퓨터와 마우스를 사용하고 있었지만 일을 처리하는 데 있어서는 사무실에 있는 손에 익은 것들이 편했다. 회사 관두면 내 몸속 긴장감이 금세 사라질 것이라는 것을 체감할 수 있는 기간이었다.


그래서 출근을 준비하는  새벽이 제법 기쁘다.


#재택근무 #코로나 #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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