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 루틴에 관하여
말이 10년이지 10년간 매일 새벽에 일어나지는 못했다. 그래도 확실한 건 적어도 95% 이상은 새벽 5시 이전에 일어났다는 거다. 그리고 이 루틴을 지켜온지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새벽 알람이 울리면 일어날까 말까를 갈등하고 있는 나 자신을 마주한다. “잠을 깬다”라는 것이 얼마나 인간의 본능을 크게 거스르는 일인지를 새삼 깨닫는다.
시작은 무척 사소한 이유였다. “책을 좀 읽어야겠는데, 밤엔 잠이 와서 읽을 수가 없네.”라는 푸념에서 시작되었다면 믿을까? 물론 학창 시절부터 제법 잘 학습된 “일찍 일어나기” 덕을 좀 많이 봤다.
아침 일찍 출근해야 하는 회사원이 평소의 기상시간보다 1~2시간 먼저 일어나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꽤 도전적인 시도다. 가끔 일찍 일어나 유럽 축구를 관람하거나, 미뤄뒀던 과제의 마감일이 코 앞에 닥쳐 이를 해야 하는 이런 경우 외에 일찍 일어나는 일은 드물다. 직장인이라면 잠을 깬 뒤 출근시간을 맞추는 것만으로도 아침이 매우 빠듯하다는 것을 인정할 것이다. 가끔 일찍 일어난 부작용으로 오전 업무시간 내내 졸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느 날 문득 일찍 눈이 떠졌는데 침대에 머물지 않고 이불을 빠져나오는 행동은 정말 큰 결심 없이는 불가능하다.
아무튼 책을 읽어보자는 생각에 5시에 타이머를 맞추고 알람 소리에 맞춰 일어났다. 그리고 잠을 떨치려 먼저 샤워를 하고 책상에 앉았다. 이런저런 잡다한 것들을 하느라 책을 얼마 읽지도 않았는데 한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곧 출근 시간이었다. 특별히 한 것은 없었지만 가슴 한편에 약간의 뿌듯함이 있었다. 이런 작은 들뜸과 스스로 한 약속을 지켜내고 있다는 자부심이 새벽 기상을 지속되게 만들었다. 전날 회식으로 만취되지 않았다면 새벽에 일어나는 것을 멈추지 않았고, 나중에는 숙취 가득한 새벽에도 일단 일어나 책상에 엎드려 잤다. 그만큼 새벽 시간이 좋았다.
새벽은 고요하고 맑았다. 창문을 열면 새소리가 들렸고 공기마저 차분했다. 어디서 읽었던 것을 따라서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시며 독서를 진행하니 금상첨화였다. 녹차에서 홍차, 보리차, 홍삼차, 로즈마리, 캐모마일, 얼그레이 등 수많은 차를 마셨다. 뜨거운 차가 밤새 까끌했던 목을 넘어가는 느낌이 좋았고 차가 식으면서 서재 가득 향이 배는 것을 즐겼다.
10년이 넘는 기간이다 보니 얼마나 많이 새벽 루틴을 변화시켜 봤을지 짐작할 거다. 독서에서 글쓰기, 코어운동, 명상, 생각정리, 블로그, 하루 일기 등 수많은 활동을 넣고 빼며 상황과 계절에 맞춰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른 새벽을 만들어갔다. 피곤해 쓰러지던 오전 업무시간도 적응력과 약간의 낮잠 그리고 이른 취침으로 이겨냈다.
급기야 약 4년 전에는 새벽 03:50분 알람을 맞추게 되었다. 03:50분은 정말 힘든 도전이었지만 결국 그 시간에 맞춰 루틴을 만들어냈다. 03시 50분을 이야기하면 다들 깜짝 놀란다. 하지만 나는 물러설 수 없는 선택이었다. 회사 직급이 올라가다 보니 아침 일찍 처리할 일이 늘었고, 나만의 새벽시간은 놓치기 싫었기 때문이다. 결국 03:50~06:30이라는 새벽의 두 시간 반은 나를 독서가로 또 작가로 만들어줬다.
인간은 본디 할 일이 없을 때, 그래서 멍하니 있을 때 무언가 새로운 것을 궁리한다.
고요한 새벽이 소위 “멍”이라는 것을 때리기 가장 좋은 시간이었다. 집중이 잘되는 시간이기도 했지만, 책을 읽다가 문득 문장을 놓치고 저 멀리 생각의 나래를 펼치기 일쑤였다. 그 과정이 반복되면서 멍하며 흘렸던 시간에 떠올랐던 것들을 메모했고, 그 생각을 키워갔다. 이 과정이 훗날 돌아보니 생각을 정리하는 방법을 터득하는 수련기간이었다.
과거 내 삶을 돌아보며 그때 그 순간을 떠올려보는 시도도 자주 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사소한 찰나가 문득 떠오르기도 했다. 그때 그 상황과 느낌 심지어 그 순간의 감정이 살아나기도 했다. 이런 내 흔적들을 그냥 스쳐보내기가 아쉬워 기록을 시작했고 그것이 조각조각 쌓이면서 글이 되었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내가 깨달은 것이 “삶을 통틀어 쓸모없는 시간은 없었구나!”라는 것이었다. 멍하니 TV를 보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그냥 흘려버렸다고 생각했던 그 순간순간도 어느 날 그때가 소재가 되어 생각이 만들어졌고 글이 되었다.
결국 지금의 나는 새벽이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새벽 예찬론자가 되었다. 지금도 여전히 새벽에 일어난다. 기상시간은 조금 바뀌어 04:30에 눈뜬다. 그리고 06시에 집을 나선다. 최근 06:20분부터 헬스장에서 1시간 동안 유산소 운동과 샤워하는 것을 추가했다. 나이가 들어 신진대사가 떨어지다 보니 진한 땀을 흘려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추가한 루틴이다.
그럼 눈뜬뒤 집을 나서는 90분간 뭘 할까?
일어나자마자 침대를 정리하고 양치질과 세수 그리고 차를 한잔 준비하고 서재에 앉는다.(10분) 다이어리를 펼쳐 오늘 할 일을 적는다.(5분) 책을 펼쳐 책을 읽으며 줄을 긋고 필요한 노트를 한다.(50분) 이때 타이머를 맞춰 내 집중력을 확인한다. 책이 재미있으면 책을 더 읽고, 보통은 스트레칭과 명상을 진행한다.(20분) 옷을 갈아입고 출근을 준비한다.(5분)
항상 지키진 못하지만 이 루틴 지키려고 노력한다. 이런 새벽 활동과 운동을 마치고 사무실 자리에 앉는 시간이 07:30분이다. 이 시간도 다른 동료들보다는 출근이 빠른 시간이다. 이 모든 게 가 가능한 것은 새벽이라 교통체증이 없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기에 출근을 위한 이동시간이 15분 정도로 단축되기 때문이다. (회사와 집의 거리는 약 5km)
자기 계발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무언가 현재의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하루하루가 그냥 평범하게 흘러간다고 생각한다면 새벽에 일어나 보자. 새벽에 무언가 특별한 것을 계획할 생각하지 말고 그냥 새벽에 일어나자. 그리고 소파나 책상에 앉아 멍하니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 졸리면 앉아서 졸아도 좋다. 그런데 그러다 보면 분명 무언가 하고 싶은 것이 머릿속에서 맴돌게 될 것이다. 머릿속에 맴돌던 그것을 새벽에 조금씩 조금씩 시도해보길 바란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새벽에 일어나서 스마트폰을 보기 전에 침대 밖을 빠져나오는 것이다. 딱 일주일만 시도해보면 여러분이 현재의 모습에서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정말 딱 일주일만 지켜낸다면 스스로 자신의 가능성을 느끼게 될 거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딱 일주일이면 삶의 방향이 적어도 1도는 달라진다. 진짜다.
파이팅!!!
#새벽형인간 #새벽예찬 #자기계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