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짐 퀵의 <마지막 몰입>을 읽고서
몰입을 경험해본 사람이나 몰입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읽어보면 “몰입(Flow)”이 명확히 정리되는 책
최근 2주간 짐 퀵의 <마지막 몰입>을 읽었다. 진도가 잘 나가는 책이었다. 읽는 동안 “원제는 <Limitless>인데 번역본에서 제목을 왜 <마지막 몰입>이라고 했을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책을 놓으면서는 “아! 이래서 <마지막 몰입>이라고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맨 처음 문장에서 언급했듯, 몰입이라는 단어에 관심이 있거나 관련된 몇 권의 책을 읽어본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면 “몰입”이 싹 정리되는 그런 책이었다. 습관, 행동, 마인드, 관련 서적, 음식 등 몰입에 관련된 종합 백과사전 같다고 할까?
당신이 집중(FOCUS)과 몰입(FLOW)에 관심이 있다면 다른 여러 책을 두루 거친 뒤(적어도 칙센트 미하이의 <몰입(FLOW)>은 읽어보고) 읽어본다면 충분히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추천한다.
아래에서는 책에 대한 감상보다 읽으면서 밑줄 그었던 부분을 발췌하여 생각과 함께 기록하겠다.
<몰입의 4단계>
1. 분투(Struggle)
몰입에 도달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파고드는 단계
2. 완화(Relaxation)
완전히 몰입 상태에 도달하기 전 숨 고르는 단계
3. 몰입(Flow)
4. 통합(Consolidation)
몰입 단계에서 성취한 모든 것이 한데 모인다.
미하이 칙센트의 책에서도 본 적 있는 단계인데, 확실히 몰입의 체험이 쌓인 뒤 그때를 반추해보니 위 단계로 명확히 선을 그을 수는 없지만 대략 “이 지점이구나!”라는 느낌이 있었다. 어느 순간 맞춰두었던 타이머의 시곗바늘이 훌쩍 돌아가 있던 경험과 글쓰기에 집중하다가 20분 지난듯한 느낌인데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을 때가 바로 “3. 몰입”의 순간이다. 물론 몰입이 끝난 후 그 순간을 되새기며 의미를 정리하는 시간도 “4. 통합”이라는 단계로 규정짓기 충분했다.
<온전한 집중을 위한 5가지 조건>
1. 산만해질 요인을 없애라
2. 자신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어라 (이상적인 시간은 90분~2시간)
3.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하라
4. 명확한 목표를 가져라
5. 도전하라. 조금씩
위 5가지 조건을 읽고서 서재 책상을 둘러봤다. 독서대 주변으로 굴러다니는 몇 개의 펜, 근처에 놓인 스마트폰, 여러 개의 충전 케이블, 쌓여있는 책들, 펜 통에 꽃인 많은 펜들, 삐걱이는 의자… 필요해서 하나 둘 가져다 놓은 것들인데 결국 그것들이 내 집중을 방해하고 있었다. 이런 물건들이 곁눈질을 일으켜 자꾸 시선을 분산시키고 있었다. 그래서 독서대 앞 책상을 싹 정리했고 형광등을 끄고 밝은 스탠드 하나만 켜서 시야를 좁히도록 독서 환경을 강제했다. 초두효과인지는 몰라도 정리 후 1시간의 독서가 10분같이 느껴졌다.
나는 평균적으로 50분 집중, 10분 휴식을 진행한다. 10분 휴식시간에 특별히 할 것이 없기 때문에 바로 다시 50분 타이머를 맞추고 이어서 집중을 하는 경우가 잦다. 구매한 타이머가 한 시간이 최대 설정이라 현재 2~3시간 설정이 가능한 타이머를 알아보고 있다. 확실한 것은 눈앞에 있는 형태가 있는 타이머는 확실히 집중에 효과적이라는 거다. 스마트폰 타이머는 절대 안 된다. 스마트폰으로 타이머를 맞추려는 순간 여러분은 타이머를 잊고 다른 어플을 탐험하고 있을 것이다.
3~5번째는 지금 집중하고 있는 각자의 활동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지라는 것인데, 이건 집중을 시작하기 전에 고민을 끝냈다면 당연히 달성되는 항목이다. 마냥 집중을 위해 무언가(something)를 하겠다는 결심만으로는 절대 집중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왜 기억력 향상이 중요한가?>
1. 암기는 정신단련이다. 집중하고 열심히 생각하도록 정신을 훈련한다.
2. 검색이 항상 가능하지는 않다.
3. 암기는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 준다.
4. 우리는 작업기억에 담긴 아이디어로 사고하며, 이는 뇌에 저장된 기억을 통해서만 빠른 속도로 접근할 수 있다.
5. 기억 훈련은 학습 능력의 향상을 촉진하는 학습 및 기억 스키마를 발전시킨다.
사실 학창 시절 이후 암기를 위해 노력해본 적이 거의 없다. 암기는 피곤하기만 하고 노력 대비 효과는 미진한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예전에는 친구들의 집과 휴대폰 번호를 꿰고 있던 나였지만, 요즘은 아들과 딸의 휴대폰 번호도 가물가물하다. 뇌의 퇴화라기보다는 필요성이 없어졌기에 뇌가 작동을 하지 않는 것이겠지.
하지만 암기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껴서 얼마 전부터 다시 암기를 시도하고 있다. 새롭게 개설한 통장번호를 외우고, 낱말 뜻을 암기하기 시작했다. 글을 쓰다 보니 내 어휘력에 좌절했고 적절한 어휘가 필요하다는 걸 절실히 통감했다. 빈칸에 필요한 명확한 단어가 머릿속에서 맴돌고, 당최 생각나지 않았다. 결국 이리저리 검색하다가 비슷한 뉘앙스의 다른 단어로 채우기 일쑤다. 분명 이게 아닌데 싶다가도 “꼭 그 단어가 필요한가?” 수차례 고민한다.
여러 번 이런 상황을 겪으며 나의 어휘력이 얼마나 보잘것없는지 깨달았고 절실한 필요에 의해 어휘를 채워가기 시작했다. 입에서 튀어나오지만 정확한 뜻을 몰랐던 단어들의 뜻을 적어서 외우고, 이 단어를 다시 창작하는 글에 담아 보면서 내 것으로 만드는 작업을 지속한다. 아직은 가랑비지만 곧 내 옷도 젖겠거니 생각한다. 독서를 하면서도 좋은 문장과 더불어 눈이 가는 단어를 체크하고 완독 후 다시 뒤적여 메모해둔다. 위 5가지 항목에서 말했듯 이렇게 적어놓은 낱말들이 다시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주고 때로는 한 편의 글 주제로 오른다. 무척 즐거운 활동이다.
<독서는 왜 우리를 똑똑하게 만드는가?>
1. 독서는 뇌를 가동한다.
2. 독서는 기억력을 향상한다.
3. 독서는 집중력을 향상한다.
4. 독서는 어휘력을 향상한다.
5. 독서는 상상력을 향상한다.
6. 독서는 이해력을 향상한다.
위 6가지 독서 효능 중에 틀리거나 납들이 되지 않는 문장이 있는가? 나는 이 문장을 읽으면서 너무나 명약관화(明若觀火)하게 독서의 효능을 정리해둔 문장이라고 생각해서 큼지막하게 메모해뒀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속독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비유가 참으로 절묘했다. 속독이 필요한 이유는 집중력을 향상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면서, 고속도로에서 정속 주행을 하다가 과속을 할 때면 몸의 신경이 쭈뼛서고 도로와 자동차의 상태에 집중하며 그 순간을 기억한다고 주장했다.
어라!
평소 고속도로에서 100km 정도로 달리다가 도로가 뻥뚤린 것을 보면 나도 모르게 액셀을 밟는다. 속도는 올라가고 바람소리는 커지고 타이어의 마찰음도 커진다. 핸들은 점점 무거워지고 한 손으로 쥐던 것을 바꾸어 두 손으로 움켜쥔다. 속도가 빨라지면 스스로 위험을 감지하고 집중하는 것이다. 빨라진 속도만큼 내 몸의 촉수는 예민해진다.
이런 상황을 독서와 접목하여 생각해본 적 없었는데 저자의 이 주장에 공감되었다. 속독이라는 것이 단순히 활자를 빨리 읽는 것이라는 내 관념을 타파해줬다. “정독이 최선의 독서다”라는 내 주장에 “속도를 높이는 연습도 반드시 필요하다”를 추가했다. 세상에 책은 수없이 많고, 오늘 출간되는 책의 1%도 읽어내지 못하는데, 조금이라도 더 많이 읽어서 나를 성장시킬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큰 기대 없이 읽었던 책인데, 좋은 생각을 많이 얻었다. 덕분에 짐 퀵의 다른 책들도 찾아보고 있다. 여러분도 몰입에 관심이 있다면 분명 좋은 영감을 많이 얻을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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