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 한달 후
20대 대선이 끝난지 한달이 되어간다.
다들 그렇듯 나 역시 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던 사람이었다. 나이를 먹으면서 직업을 갖게되고 사회생활을 하고 다양한 인간들을 만나면서 소위 사람보는 눈이라는 것이 생겼다. 그러다보니 내 의견에 동의하는 사람, 내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 그 중간에 서있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내 의지를 관철하고, 때론 상대의 의견에 따르고, 때론 갈라서면서 나이를 먹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부터 정치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키보드 앞에서 정치를 말하지는 않았다. 주변의 친구들보다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가끔 좋아하는 정치인들에게 후원금을 보내고 그들이 출간한 책을 사읽으며 내 삶과 그들의 생각을 견주었다. 그리고 우리가 함께사는 대한민국이 좀 더 나아졌으면 하는 바램을 가졌다.
결과적으로 내가 선택한 대선 후보가 대권에 실패했다. 상실감과 좌절감, 걱정이 앞섰다. 그런데 뭐... 다시 생각해보니 내 삶이 크게 바뀌지는 않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숨을 쉬고, 내일 밥을 먹고, 모레 같은 곳에서 일을 하고, 글피에 소주잔을 기울이는 것.
별 달라질게 없지 않는가!
그런데, 변화는 저 밑바닥에서 시작되는 것이지.
군대에서 행군할때 항상 외치던 말이 "선두 천천히"였다. 앞에서 한발 걸으면 맨 뒤에서는 계속 뛰어야 한다는 것을 체험해서 알고 있다. 그래서 당장의 변화에 둔감하다. 언젠가 내 삶속 치명타를 입히게 될 시기는 지금은 예측하기 어려운 어느 미래가 될 것이다. 물론 호재로 다가올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지금 저 밑바닥에서 일어나는 새로운 바람이 흥미롭다.
이 바람이 앞 문장에서 말했던 대선 이후 상실감, 좌절감, 걱정같은 것들을 품어버린다. 20~30대 여성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다시 만난 세계"가 서서히 정치라는 단어를 혐오와 갈라치기, 나눠먹기 같은 부정적인 씨앗을 다독임, 격려, 인정, 칭찬, 설득같은 긍정의 바람으로 날려버리고 있다.
내가 이 현상을 예사롭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정당들이 싸우면서 협의하고 관철하는 작은 파도(현안)들을 모두 감싸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시대정신을 만드는 것은 파도가 아니라 바람이고, 바다 저 밑바닥에 흐르는 물길이다. 제 아무리 싸움을 잘하는 장수도, 싸움을 하지않는 사람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다.
엄마 앞에서 장난감 사달라며 떼쓰는 아이를 혼내고 어르며 달래는 엄마의 마음 깊은 곳에는 결국 이 아이가 잘되기를 바라는 생각이 자리하고 있다. 지금 20~30 그들의 마음이 이 마음인 것으로 나는 읽힌다. 그래서 지금 이 현상을 기쁘게 바라본다.
물론 관조는 아니다. 나도 한 글자 보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