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행복하려면?
요즘같이 "행복"이라는 단어에 대해 많이, 또 깊이 생각해본 적이 있을까?
이 새벽 잠에서 깨어나 샤워를 하고 책상에 앉았다. 선물 받은 찻잔에 보이차 잎을 한 줌 넣고 팔팔 끓인 물을 부었다. 찻잔 뚜껑을 닫고 찻잔을 감싸 쥐며 물의 온도가 찻잔에 번지는 것을 느껴본다.
보이차를 마신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매번 아침이면 네스프레소 머신에서 커피를 한잔 내려와 서재에 앉았었다. 2주 전 동네 지인으로부터 선물 받은 보이차 덕분에 아침마다 보이차를 마시자 결정했고 지금 그렇게 하고 있는 것이다. 공복에 마시는 차는 밤새 내 몸속에 누적되었던 찌꺼기를 녹여내리는 느낌이다. 당분간 차를 계속 마셔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제와 어제 이틀 연속 달리기를 했더니 몸이 피곤했는지 오늘 아침 침대를 빠져나오기가 여가 버거운게 아니었다. 한 10분은 앉았다 누웠다를 반복했던 것 같다. 역시나 알람의 힘은 무섭다. 다시 울리는 알람 소리에 벌떡 일어나 욕실로 내달렸으니 말이다.
새벽 알람을 여러 개 맞추는 것은 생각해보면 일종의 노이로제 같다. 03:50, 04:00, 05:00, 06:10 이렇게 네 개를 맞춰둔다. 첫 알람에 일어나면 4시와 5시 알람은 끈다. 하지만 미적거리면 4시에 다시 알람이 울린다. 오늘처럼 말이다. 그리고 6시 10분 알람이 울리면 하던 일을 멈추고 출근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선다.
오늘 아침의 내 일과를 쓴 이유는 이 일상의 루틴 속에 행복의 요소가 너무 많다는 걸 깨닫고 싶어서다. 힘겹게 일어났지만 일어나서 행복했고, 좋은 음악과 함께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하면서 점점 몸이 깨어나고 정신이 맑아지는 것에 행복했다. 차를 내리면서 맘속으로 노래를 불러댔고, 뜨거운 찻잔을 두 손에 쥐면서 엄마품이 느껴져서 행복했다. 읽던 책을 펴서 어제 좋았던 문장 몇 개를 수집하고 몇 번 읽어보면서 '역시 좋은 문장이군'이라며 만족했고, 오늘 읽을 분량을 점검하면서 기대감에 행복했다.
목구멍으로 타고 들어가는 차의 느낌이 좋았고 향도 은은했다. 컴퓨터를 켜고 Dayone 일기장을 펼쳐서 오늘 할 일을 정리하면서 감사의 일기를 썼는데, 역시나 일기를 쓸 때마다 하루가 기대되어 행복했다.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다.
정적이 흐르는 서재에 울리는 키보드 소리가 좋고, 바람을 들이려 열었던 창문을 통해 들려오는 새소리가 정겹다.
지금 시각 6시 5분. 서재 창으로 하늘이 점점 붉어지는 순간을 보며 글을 쓴다.
지금 참 행복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