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경태 Jun 26. 2019

작가라는 명함의 무게에 대하여

<일년만 닥치고 독서> 출간 1년이 나에게 준 의미

시간은 참 빠릅니다. 제가 작가된 지 벌써 1년이 되었습니다. 2018년 6월 25일 <일년만 닥치고 독서>가 출간되었습니다. 1년간 제게는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이 변화들은 제 인생 통틀어 가장 큰 변화 중 하나였습니다.

[내 삶의 변화들. Mile Stone.]
1. 학생 (단체생활)
2. 대학생 (자유하는 삶)
3. 입대 (진짜 남자가 되는 길)
4. 독립 (어른이 되다)
5. 결혼 (내 가정)
6. 작가 (라는 직업)


1. 직장이 아닌 직업이 생겼다

약 10년 전부터 직업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대학을 마치고 직장을 가지게 되면서 생각없이 주어진 일을 받아서 처리하는 시간이 5~6년 계속 되었습니다. 그 기간동안 주체적인 생각보다는 퇴근 후의 삶에 대한 소중함을 찾아 하루의 8~10시간을 버리는 삶을 살았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저는 “직업”이라는 단어를 쓰고서는 고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평생다닐 직장이라는 개념이 파괴된 이상 결국 나는 무엇을 하고 평생을 먹고 살 것인가?”


이 문제를 생각하기 시작했죠. 이 생각은 제가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저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게된 사건’ 입니다. 이 질문을 하면서 ‘나는 무엇을 잘하는가?’, ‘나는 무엇을 할 줄 아는가?’, ‘나는 무엇을 할때 즐거운가?’, ‘나는 누구인가?’ 형태로 질문에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아내에게도 물었고, 아이들에게도 물었고, 친구들에게도 물었습니다. 그들이 모두 조언을 해주었지만 결국 이 질문들은 스스로 답을 찾아야하는  것들이었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 저는 직업이 생겼습니다. “작가”라는 직업이 말이죠. 제가 정의한 작가라는 직업은 이겁니다.

[작가 김경태가 생각하는 작가의 일]
작가라는 직업은 “생각을 사상으로 바꾸는 일”을 한다.자신이 하는 행동에 의미를 부여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 의미는 “차별화”를 만들어 낸다.


단순히 글을 쓰는 사람, Writer, 작가라고 말할 수 있지만 한꺼풀 들어가 생각해보면 작가는 흩어지는 생각을 의미로 치환해내는 일을 하는 사람인 것입니다. 그래서 참 의미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나에게 잘 맞습니다. 그래서 나는 이 직업에 만족합니다. 잘 찾은 것 같습니다.


2. 습관이 생겼다

사실 책을 읽는 습관은 훨씬 전부터 제가 가지고 있던 습관입니다. 하지만 작가라는 직업은 제게 “좀 더”라고 채근합니다. 덕분에 책을 좀더 가까이 두게 됩니다. 그리고 지금과 같이 사소한 것들도 스스로에게 질문해보고 내 생각을 정리하려고 노력합니다. 이렇게 습작으로 정리를 하다보면 점점 제 글이 모양새를 잡아가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별것 아닌 것이지만 스스로에게 의미를 부여하는 삶”

대학생이었던 제가 어느날 지하철을 타고가다가 문득 웃음이 나서 웃었던 적이 있습니다.  제 어색한 웃음을 맞은편 유리창을 통해 우연히 보게 되면서(우연이 아닐지도) 위 문장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당시 저는 수년째 치아 교정장치를 하고 있었던 터라 웃을때 이빨을 보이면 안된다고 생각해서 웃음을 지양하고 있었는데 문득 웃음이 난거죠. 그리고 창으로 비친 제 모습이 제가 상상했던것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나를 사랑해야겠다”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그때까지 저는 “자격지심 덩어리” 그 자체 였거든요.

작가라는 직업이 그때 내가 생각했던 그 순간과 맞닿아 있습니다. 별 것 아니지만 내 생각에 의미를 부여해보는 일을 계속하는 일을 합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생각난 “어젯밤 꿈에 대하여” 글을 쓰기도 하고, 일어났을 때 “간밤의 꿈이 생각나지 않는 것”에 대한 글을 쓰기도 합니다. 이렇듯 사소한 것에 하나 둘 의미를 부여해 보다보니 제 삶이 차츰차츰 특별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가라는 직업은 이런 좋은 습관을 만들어 줬습니다.


3. 공인이라는 무게감이 생겼다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에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

“내가 아무것도, 정말 아무것도 아니던 시절. 뭔가를 쓰고 있기는 했지만 아무도 읽어주지 않던 시절에는...” (p.151 노바디의 여행)


지금의 내가 그렇습니다. 뭔가를 쓰고 있고 누군가가 읽어주기를 바라지만 실상 아무도 읽어주지 않는...

김영하 작가는 이 상태를 여행에서의 "노바디(Nobody, 하찮은 사람)"를 이렇게 풀어냈습니다. 나는 그 부분을 읽으면서 "지금의 나"라고 메모했습니다.

나는 공인입니다. 나는 나의 의지로 공인이 되었습니다. 서점에 가면 내 책이 있고, 도서관에 가도 내 책이 있습니다. (물론 없는 곳이 더 많습니다) 스치는 사람들은 나를 모르겠지만, 나와 몇마디를 나누다 내가 책을 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나를 보는 눈이 조금은 달라집니다. 그들은 그 순간 네이버에서 내 이름을 검색해보곤 합니다. 웹상에서 내 흔적을 발견하는 사람들이 가끔있습니다. 조금더 친근하게 나에게 말을 걸어오고 메일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나는 자의로 공인이 되었지만 점점 타인들 속에서 공인으로 비춰져 갑니다. 어색할때도 있지만 싫지는 않습니다. 덕분에 행동도 조심하고 말도 가려하게 됩니다. 혹 나를 아는 사람이 있을지도 몰라 일부러 책을 더 열심히 끼고 다니고 읽어댑니다. 이것도 어찌보면 관종일까?

나는 나 스스로 나에게 무게를 부여했습니다. 이 무게가 아직은 부담스럽지 않은 이유는 가볍기 때문일 것입이다. 가끔 주변의 지인들에게 농담하곤 합니다. 더 유명하지면 만나기 힘들테니 지금 많이 만나두라고. ​

여하튼 나는 지금의 이런 무게감이 좋습니다. 어쩌면 조금더 무거워도 견뎌낼 체력은 있는 것 같습니다.

^^

작가된 1주년 기념으로 에세이 형식으로 제 생각을 간단히 표현해 보았습니다.

즐겁네요. 글을 쓴다는 건.

- 1주년 기념일인 2019년 6월 25일에 작가 김경태 쓰다 -


작가의 이전글 나의 여행의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