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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태 Apr 11. 2020

작가 김경태의 독서법

책 한 권 3번 일기 독서법



언제부터인가 난 3번 읽기를 지향하게 되었다. 


내가 만들어 낸 나만의 독서법 “3번 읽기” 


점점 3번 읽기가 익숙해지면서 내 머릿속에 책의 문장들이 남아있기 시작했다. 그리고 문득문득 그 문장들이 내 입에서 튀어나왔고, 때때로 전혀 개연성이 없는 사건에서 책 속의 문장을 떠올리게 되었다. 

“고기 맛을 본 사람이 그 맛을 잊지 못해 남의 집 담을 넘는다."라는 뼈 있는 말처럼 3번 읽기의 맛을 본 나는 좀처럼 그 3번을 떨치고 한 번의 독서로 끝내기가 아쉽다. 덕분에 서재의 내 책상에 자꾸만 책이 쌓인다.



한 권의 책을 연거푸 3번 읽는다는 건 다독을 하는 입장에서 거추장스러운 일이다. 그 시간에 새로운 책 한 권을 더 읽는 게 효과적이지 않을까? 매번 이런 의구심이 가득하지만 그래도 3번 읽는다. 


나의 첫 번째 책 <일년만 닥치고 독서>에서 나는 다산 정약용의 정독/질서/초서에 대해 이야기를 했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3번 읽기에서 다산의 방법을 계승하면서 나름의 방법을 만들어갔다. (내 독서법에도 이름을 불러줘야겠다. 이름을 붙이기 시작하면 의미가 생긴다는 말처럼...)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어떤 독서를 하고 있는가? 자신의 독서 방법을 사람들에게 설명할 수 있는가? 자신의 독서법을 고민해보지 않았다면 그건 아직 자신이 독서 초보를 벗지 못했다는 증거다. 


조금 과장일 수도 있지만 결국 독서하는 사람은 돌고 돌아 정독으로 돌아오게 되어있다고 믿는다. 누구에게 비싸게 배운 속독도, 필요한 부분만 찾아서 읽고 적용하는 발췌 독도, 그 외 수많은 독서법도 결국 본질은 “두 눈으로 책을 읽어낸다.”에 수렴하게 된다. 그렇다면 수많은 방법들이 추구하는 읽기는 결국 읽기에 방점을 찍은 것인데, 정독은 다르다. 



정독은 정신을 안정시키고 올바른 자세로 자리에 앉아 책을 한 문장 한 문장 꼼꼼히 들여다보는 읽기다. 


다산의 유명한 “과골삼천” (귀양갔던 20년 동안 정좌해 책을 읽어 복사뼈에 3번 구멍이 났다는 뜻)도 결국 정독에 대한 다른 표현이다. 독서를 읽기로 끝내지 않고 읽기에서 시작하는 독서, 정독을 통해 질서를 이끌어 내고 거기서 건져낸 문장을 초서하는 독서법. 다산의 독서법은 나의 3번 일기와 본질적으로 맞닿아있다.



10여 년 전, 문학에서 자기 계발서로 독서의 방향을 옮기면서 나는 마음이 급했다. 세상에 나와있는 수많은 자기 계발서를 어서 읽어야 한다는 욕심이 생겼다. 


자기계발서는 쉽게 쓰여있었고 읽을 때마다 고민할 거리 없이 잘 읽혔다. 한 권 두 권이 열 권 스무 권으로 쌓이게 되면서 그때부터 고민이 시작되었다. 이 책이나 저 책이나 다 똑같았다. 다 그 말이 그 말인 뻔한 말 대잔치. 이걸 계속 읽어야 하는가?라는 문제에 닿았을 때 내 독서가 잘못되어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소설처럼 자기 계발서를 읽었다. 주인공을 찾아 주인공과 주변인 사이에서 야기되는 사건들을 따라가며 주인공의 심경의 변화를 통해 나의 경험을 견주는 그런 독서를 자기 계발서에 적용했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자기 계발서에서는 주인공을 특정할 수 없었다. 그래서 눈으로 책을 훑었을 뿐 생각하는 것까지 미치지 못했던 것이다. 게다가 쌓여있는 다른 책에 자꾸 곁눈질을 해댔으니 권수를 늘리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있었던 것이다. 결국 책장 뒤에 꽂혀있는 자랑질 하기좋은 번들번들한 브리태니커 사전처럼 나는 한 달에 10권 같은 겉멋에 취해간 것이다. 


또 주변에 자기 계발서를 읽는 사람들이 좋다고 추천하는 책은 얼마나 많던지? 책 속에서 작가가 최고라고 칭찬하는 책은 왜 이리 많은지? 그리고 그 책을 읽지 않으면 내가 뒤처질 것만 같은지...


이런 것들이 다 부질없는 것이라는 걸 느끼게 된 것은 아마도 100권 정도 읽었을 즈음이었을 것이다.



깊은 독서를 마음먹으면서 극도로 책의 양을 줄였다. 그리고 한 문장 한 문장을 또박또박 눈으로 짚어가면서 읽었다. 그러면서 문장의 틈에서 작가의 생각이 비치기 시작했다. 어떤 책은 몇 개의 문장을 꼽았고, 또 어떤 책은 수백 개의 문장을 꼽았다. 느리게 더 느리게 읽을수록 모든 문장이 다 좋았다. 이제는 너무 많은 문장에 감정이 이입되어 진도가 안 나갔다. 정확히 반대 상태가 되었다. 이런 체험적 근거들이 내 독서를 좌우 극단에서 점전 가운데로 이끌었다.


한 권의 책을 읽고 한 문장을 발견하는 연습을 시작했다. 내가 이 책을 다른 누구에게 소개를 한다면 어떤 문장을 꼽을까? 내가 이 책을 쓴 작가를 만난다면 “당신의 책에서 이 문장이 가장 좋았어요.”라고 말할 수 있는 문장을 찾는 독서를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문장을 꼽고서는 그 페이지에 테이프를 붙였고 “왜?” 이 문장이 좋은지를 생각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책의 여백에 간단히 기록해 두었다. 그러다 컴퓨터를 켜게 된 날 그 책에 대한, 그 한 문장에 대한 내 생각을 천천히 정리해서 몇 문장으로 또는 몇 개의 문단으로 만들었다.


그렇게 10년을 읽었다.



처음엔 속도가 느려 한달에 4~5권이 버거웠는데, 이제는 10~15권 정도 읽어낸다. 여전히 읽을 책을 보면 마음이 동해서 정리보다 새 책을 집어 든다. 그러다 보니 4~5권 정도 정리하는 책이 읽는 책에 뒤처졌다. 그러다 보니 몇 권은 정리를 빼먹기도 했다. 그런데, 이게 또 나쁘지 않았다. 100% 꼭 해야 한다는 욕심을 내려두니 훨씬 더 마음이 편하고 조급함이 줄었다. 


지금 내 서재의 책상에는 읽을 책이 10권 정도 쌓여있고, 그 옆에 읽은 책이 4권 쌓여있다. 4권 중 1권은 정리 중이고 3권은 정리를 기다린다. 이렇게 내 독서법이 만들어졌다. 



나의 3번 읽기 독서법은 바로 이거다.


1. 책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히 다 읽는다. 읽으면서 좋은 문장과 고민해볼 구절을 체크한다. (1번)


2. 한 권을 다 읽었으면 다음 책을 시작한다. 


3. 두 번째 책을 읽으면서 첫 번째 책을 틈틈이 다시 읽는다. 줄쳐놓은 문장 위주로 빠르게 다시 읽으면서 첫 번째 읽었던 그때의 생각과 두 번째 읽으면서의 생각을 비교/대조해보면서 메모한다. 그리고 이 책에서의 한 문장을 찾는다. (2번)


4. 주말을 이용해 그 주간 읽었던 책 (2~3권 정도)을 놓고 꼽았던 그 문장을 노트에 정리한다. 그리고 Web에 정리하면서 생각을 포함해 정리한다. (3번)



다산의 독서법과 굉장히 비슷하지만 나만의 루틴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이게 바로 작가 김경태의 독서법이다.


#한달 #한달쓰기 #작가김경태


#글쓰기 #매일쓰기 #Handal


#닥치고독서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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