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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태 Apr 22. 2020

후배에게 전달하는 지식, 후배들을 통해 얻는 지혜

17년차 직장인의 공부법



내가 쓴 두 권의 책 <일년만 닥치고 독서>와 <독서의맛>에는 회사 얘기가 많이 등장한다. 직장 생활을 시작하게 된 후로 하루의 1/3 이상을 회사에서 동료들과 함께 먹고 싸고 웃고 울고 싸우며 보낸다. 예전에는 회사에서 보내는 이 시간들이 나와 내 가족의 입에 밥을 넣어주기 위한 활동이라고 생각했었다.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은 변한 게 없고, 나와 내 가족이 먹을 밥벌이를 위한 것도 변한 게 없다. 하지만 일을 바라보는 내 관점은 10여 년 전 내가 정의했던 회사에서의 일과 완전히 다르다. (궁금하면 위에서 언급한 내가 쓴 책을 읽어보시기 바란다.)





결국 일하는 재미는 인생을 살아가는 재미와 본질적으로 똑같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일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지향하며 관계 속에서 그들과 끈끈한 관계를 형성하고, 그 속에서 그들을 통해 나를 알아가는 것이 결국 일이다.


내가 아는 지식을 후배들에게 베풀고, 후배들은 선배가 경험을 통해 얻게 된 지식을 습득하면서 새로운 생각을 수혈하여 새로운 지혜를 만들어간다. 후배들이 새롭게 도출한 것들을 비교 분석하여 현재의 일에 접목해보며 취사선택하는 것은 또한 선배의 몫이다. 이 사이클을 반복하면서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게 되고, 서로 발전하는 것이다.


17년간 회사 생활하면서 선배들에게 많이 배웠고, 후배들을 많이 가르쳤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내가 가르치는 것들은 내 경험과 사례에서 얻게 된 지식들이었고, 후배들이 내게 알려주는 것들은 내 생각 밖에 존재하던 지혜들이었다. 당장 눈앞에서는 얼토당토않은 허무맹랑한 얘기라고 핀잔을 줄 때도 있지만, 뒤돌아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들의 생각에서 조금 발전시켜보면 꽤 좋은 아이디어들이 많았다. 그래서 언제나 그들과 함께하는 일을 위한 자리나 그 외 개인적인 자리들도 내게는 남는 장사였다. 물론 돈은 내가 더 많이 지불하지만.... 말이다.




선배들이 알려주는 지식은 당장 써먹기는 좋지만, 내 것으로 응용해 가기에는 선배의 색이 많이 입혀져 있어서 내 색깔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후배들의 지혜는 당장 써먹기엔 많은 가공이 필요하지만 거긴 색이 없어서 내 색을 내기가 좋았고, 가공하는 과정에서 서로 간의 관계가 개선되는 효과가 있었다. 물론 그들의 아이디어를 내것인양 탐하지는 않는다.



많은 후배들과 함께 일했고 그중 몇 명의 후배들과는 옆자리에서 수년간 함께 트레이닝했다. 지금도 함께하는 후배가 있고, 떠나간 후배도 있고, 떠나보낸 후배도 있다. 각자의 자리와 위치에서 그들만의 영역을 구축해가는 것을 보면서 뿌듯함을 느낀다. 내 선배들도 지금의 나를 보면 뿌듯할래나?


이렇게 일을 통해 자신의 가능성을 알아가고 자산만의 색을 찾고 자신과 함께할 팀원을 찾는 것는 만화 <원피스>에서 주인공 루피가 동료를 모으며 항해를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만큼 즐겁고, 때론 위태롭고, 때론 조바심 나고, 때론 힘에 부치기도 하지만 결국 시간 속에서 서로는 성장해가고 있는 것이다. 어느 날 몰라보게 달라진 후배들을 볼 때면 "많이 컸네"보다는 "잘 컸다"라고 말할 수 있는 선배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후배들에게 지식을 전했고, 후배들은 내게 지혜를 알려준 것이다.


그래서 일터가 즐겁고 출근이 행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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