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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태 Mar 03. 2020

[Day 2] 죽음에 관하여...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을 다시 읽으며...



나에게 "죽음"이라는 단어는 어떤 모습으로 찾아올까?

10년 전 읽었던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을 다시 꺼내 읽으며 든 이런저런 생각들


#죽음 이라는 단어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이 거의 없었다. 


젊음, 열정, 도전, 끈기, 희망, 자유, 행복, 가치, 이상, 존재


위 열거한 단어들을 가지고 선 많은 생각을 해보았고, 단어의 의미를 나에게 체화시켜보려고 부지런히 애썼다. 하지만 죽음은 아직 먼 미래의 일이라고 치부하고 살았다. 



한 회사에 입사해서 10년을 넘게 동료들과 지내다 보면, 남이라고 생각하지만 남이 아닌 그런 지점을 맞닥뜨릴 때가 있다. 부서/회사 게시함에 올라오는 결혼 / 돌/ 그리고 부고. 이런 소식을 읽을 때마다 기쁘면서 슬프고 한편으로는 남 일 같지만 내 일 같을 때가 있다. 특히, 부모님의 부고는 많이 아프다.


'내 부모님의 장례식을 떠올려 본 적이 없다.'라고 말하면 거짓말이겠지.



예전 미국에서 홈스테이를 할 때, 주인아주머니께서 친구의 장례식에 나를 데려간 적이 있다. 그 당시 나는 얼마 전 나의 할머니를 먼 곳으로 보내드리고 미국으로 떠나온 시점이라 장례식에 가자는 것이 경험이라는 가치보다는 모르는 사람이지만 위로해주고 싶다는 심정으로 차를 탔다. 


당황스럽고도 놀라웠던 건 도착한 장례식장에서 아무도 슬퍼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교회 바깥에 마련된 복도와 문밖의 정원에는 검은 옷을 입은 많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궁금해서 아주머니에게 슬퍼하지 않는 이유를 물었다. "그와 함께했던 추억을 이야기하고 있으니, 그 순간을 떠올려보면 즐거웠던 기억뿐이라는 거다." 그리고 나는 우리나라의 장례식장을 떠올렸다. 당사자가 아닌 입장에서 장례식장을 방문하면 안타까운 마음은 들지만 '이게 진짜 슬픔일까'라는 생각이 종종 들곤 했다. 물론 지금도...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 내가 #죽음 이라는 단어를 다시 떠올린 건 #모리 ( #morrie )의 죽음을 읽으면서 진짜 슬픔을 느꼈기 때문이다. (나도 나이가 들었나 보다.)


살다 보니 나도 그리운 선생님이 생기더라. 찾아가 볼 용기는 없지만...

대학시절 기억을 너머 20년이 지나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모리와 성공한 삶을 살고 있는 미치가 만나는 첫 장면에서 우물쭈물하는 미치의 모습에서 나를 봤다. 나도 분명 그랬을 거다. 눈은 마주쳤지만 못 본척하며 이리저리 어색한 모습을 연출하고선 다가가서 어색하게 인사하는 그런 모습. 하지만 모리는  마치 어제 만난 것처럼 편하게 미치를 반겨준다. 그리고 그때부터 매주 화요일 모리와 미치는 인생의 마지막 수업을 진행한다. 그 수업은 바로 "삶(인생)"에 관한 모리의 아포리즘이다.


* 아포리즘(aporism) : 신조, 원리, 진리 등을 간결하고 압축적인 형식으로  나타낸 짧은 글



어떻게 죽어야 할지 배우게 되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배울 수 있다네.

p.111 (네 번째 화요일 중에서)


알베르 카뮈의 <시시포스 신화>를 읽어보면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죽음을 향해 가는 존재다"라는 구절이 있다. 죽을 것을 알고 있으면서 지금을 살려고 발버둥 치는 존재, 이 부조리한 것인 인간이고 인간의 행동이라는 것이다. 카뮈의 이 구절과 모리의 위 문장은 연결되는 인사이트가 있다. (이건 각자 고민해 볼 가치가 있다.)



내 죽음을 떠올려야 하는데, 자꾸 나보다 부모님이 먼저 떠날 거라는 생각에 그들이 떠오른다. 

재작년이었나? 버킷리스트 관련해서 글을 쓰면서 내 장례식을 상상해보았다. 사실 그때도 나는 내 장례식보다 부모님의 장례식을 떠올리며 나를 대입해서 글을 썼었다.


그 글 일부를 발췌한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자신의 인생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주인공이라고 인지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데 어느 날, 내가 주인공이 되는 날을 만나게 되었다. 결혼식 날이었다. 처음으로 화장을 해 본 날이기도 하다. 수백 명의 하객들이 모두 나에게 축하한다며 웃어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날. 나는 그날 처음으로 내가 인생의 주인공이 되는 경험을 했다.
 그리고 얼마 전, 그런 날이 적어도 한 번은 더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로 나의 장례식. 장례식에 참석한 사람들이 나를 추억한다. 그들의 말을 통해, 그들의 생각을 통해 내가 어떤 인생을 살았고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려진다. 내 말과 내 생각이 아닌 타인의 말과 생각이 나의 마지막을 완성하는 것이다. 
...
 나의 장례식. 나와는 이별하지만, 나와 함께했던 추억과 기억들은 서로 다른 의미로 그들 각자의 삶에 스며들어 있을 것이다. 아쉬움은 남지만 오열하고 슬퍼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보물지도 13> p.159~161



"죽음"은 나를 너무 수다스럽게 만든다. 글이 두서없이 길어져서 다음에 한 편 더 적는 걸로... ^^


그럼 memento mori 


#작가김경태 #브런치작가 #닥치고독서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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