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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웃음이 쌓일수록 삶은 더 즐거워진다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사소한 것 50가지

by 김경태




“작다는 것보다 더 중요한 소중하다는 것”


내 깨알 같은 행복을 열거해보려고 한다.


가끔 화창한 금요일 오후, 일찍 회사를 나와 집에 가기 전에 집 앞 투썸플레이스에 들른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을 시켜놓고 아이패드를 꺼내 펜슬을 쥐고 내게 소중한 순간을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곤 한다.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운 잊을 가능성이 높지만 여백에 쓰다 보면 찰나에도 수많은 행복이 스치고 있음을 깨닫는다. 내 무딘 촉수가 그것을 잡아내지 못할 뿐이다.


오늘 내 촉수를 약간 벼려본다.


예상보다 일찍 퇴근이 가능하다는 느낌이 들 때

퇴근을 준비하며 가방을 쌀 때

회사 주차장에서 내 차에 시동을 걸 때

회사 주차장을 나섰는데 앞의 신호등에 좌회전 불이 들어와 있을 때 (냅다 밟을 수 있어서 너무 행복)

매번 막히던 길이었는데 오늘따라 차가 없을 때

출발하면서 틀었던 랜덤 플레이어에서 딱 내 기분에 맞는 음악이 나왔을 때

차 안에서 음악을 들으며 노래를 흥얼거릴 때

일찍 퇴근하는 길이라 집 앞 커피숍에 들렀는데 주차장에 들어섰을 때 명당자리가 비어있을 때

차에서 내렸을 때 신선한 바람이 얼굴을 스칠 때

카페에 들어갔을 때 좋은 커피 향이 났을 때


커피를 주문할 때 예쁜/잘생긴 직원과 인사할 때

좋아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손에 쥐었을 때 손가락에 차가운 컵의 느낌이 짜릿하게 전달될 때

2층에 올라갔을 때 내가 좋아하는 창가 자리가 비어있을 때

자리에 앉아 커피 한 모금을 목으로 넘길 때

한가한 시간이라 손님이 별로 없어 분위기가 차분할 때

가방에서 읽고 싶은 책을 꺼낼 때

페이지가 잘 넘어갈 때

책을 읽다 픽 하고 웃음이 날 때

한 시간쯤 지났을까? 아내가 카페냐며 연락이 올 때 (난 예측 가능한 사람인지라)

카페로 오겠다는 말을 했을 때


아내랑 딸이 길을 따라 걸어오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때

따님이 나를 봤는지 손을 흔들고 애교를 떨어댈 때

딸이 2층으로 올라와 내 옆자리에 앉아서 나를 방해하기 시작할 때

<동물의 숲>에서 자신이 새롭게 지은 집을 보여주며 자랑하는 모습을 지켜볼 때 (어이가 없지만 행복함)

테이블에 앉아 각자 무언가를 하다 불쑥 눈이 마주칠 때

아내가 사 온 치즈 케이크를 한입 먹을 때

아내가 이런저런 주변 얘기를 해줄 때

모카와 젤리(강아지) 일과를 얘기하며 아내의 입에서 미소가 배어 나올 때

아내의 눈웃음을 볼 때

저녁에 뭘 해 먹지 고민하며 심드렁한 표정을 할 때


맛있는 거 사 먹어야겠다며 머릿속으로 음식 상상할 때

카페를 나서 집 주차장에 내 차를 주차하고 아내 차로 갈아타서 시동을 걸 때 (내차는 똥차, 아내 차는 고급차)

아내 차 액셀을 밟을 때 (여유롭게 밟는 만큼 쭉 하고 속도를 내줄 때)

아내랑 마트에서 장보며 뭘 살까 고민하는 순간 “둘다사”라고 말할 때

카트를 잘 뽑아서 원하는 방향대로 잘 움직일 때

아내가 카트에 물건을 시원하게 담을 때

내가 마시고 싶었던 차가운 맥주 한 꾸러미를 담을 때, 또 그 제품을 추가 할인하고 있을 때

계산대에서 예상보다 비용이 적게 나왔을 때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들 녀석 줄 “초코칩 프라푸치노”를 사러 스타벅스 드라이브 스루로 들어갔는데 내 앞에 차가 한 대도 없을 때

스벅 직원이 웃으며 인사할 때


집 주차장 명당자리에 아내 차를 주차할 때 (오! 재수!)

현관문을 열자마자 젤리(강아지)가 현관 앞에서 꼬리를 흔들며 짖고 있을 때

거실 복도로 들어섰을 때 김모카(강아지)가 나를 빤히 쳐다보며 꼬리를 흔들고 있을 때

편한 실내복으로 갈아입을 때

세수하고 나서 새 수건으로 얼굴을 닦을 때

비오템 스킨로션의 향이 코로 스며들 때

거실 리클라이너 소파에 앉아 버튼을 눌렀을 때

금요일이라 저녁시간 여유가 많아 넷플릭스를 켤까 오락기 버튼을 누를까 갈등을 할 때

소파에 기대 티브이를 보다 살짝 졸음이 올 때

...........


금요일 퇴근길, 세 시간에 채 되지 않는 시간에도 이렇게 많은 행복이 숨어있다.


결국 행복은 감정이고 그 감정은 지속이기보다는 찰나에 있다는 걸 쓰면서 다시 깨닫는다.


나는 항상 행복해하고 있는 중이다.


좋다.


- 작가 김경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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