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후루 Dec 17. 2015

불쾌한 남자


요즘 남자들이 왜 이렇게 된 것일까. 형편없다. 샌님들뿐이다. 오로지 여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 살아간다.


어릴 때는 엄마에게, 커서는 다른 모든 여자에게 예뻐 보이려고 애를 쓴다.


엊그제 그루밍 족이란 말을 들었다. 외모를 경쟁력으로 생각하며 자신의 패션과 미용에 아낌없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 남성들을 뜻한단다. 어처구니가 없다. 진정 여자가 되려는 건가.


진짜 남자들은 모두 어디로 가버린 것인가. 거침없이 술담배를 즐기고 국밥 한 그릇 정도는 삼분 만에 뚝딱 하고 트림을 시원하게 내뿜을 줄 아는 그런 남자들 말이다.


옷이야 대충 굴러다니는 것들로 걸쳐 입고, 거리에 가래침이나 한가득 뱉어버릴 줄 아는 그런 남자들 말이다.


빼빼 마른 몸으로 푸르뎅뎅한 샐러드 따위나 포크로 휘젓고 있는 남자들을 보면 속에 천불이 난다. 리꼬따 찌즈 샐러드? 이름만 들어도 속에서 신물이 올라올 것 같다.


도저히 이대로는 안 된다. 더는 남자들이 무너져서는 안 된다. 이러다간 남자와 여자가 구분이 안 될 지경에 이르고 말 것이다.


내 나이 서른일곱. 나는 이제 자신을 진정한 남자가 무엇인지 전하는 메신저로 사용하고자 한다. 아주 기쁜 마음으로 나를 도구이자 상징으로써 사용하겠다. 그만큼 가치 있는 일이기에 전혀 거리낌 없다.


여기 이 골방에서 공표한다. 난 지금부터 세상에서 가장 불쾌한 남자가 되겠다. 모든 여자가 혐오하고 역겨워하는 남자가 될 것이다. 힘겨운 난관이 닥쳐오더라도 들소처럼 돌파할 것이다.


그럼 앞으로 내가 지켜갈 행동항목들을 정리해본다.


첫째, 믹스 커피를 마시며 담배를 쭉쭉 피워주겠다. 입이 바짝 말라 있을 것이다. 그 상태로 얼마든지 대화를 나눌 것이다. 어떤 여성이 앞에 있던지 상관하지 않겠다.


둘째, 식후엔 혓바닥으로 앞니를 닦으며 쭙쭙 소리를 경쾌하게 내주겠다. 만약, 버스 뒷좌석에서 누군가 쭙쭙소리를 야무지게 내고 있다면 그건 바로 나일 것이다.


셋째, 나의 모든 행동엔 나의 신음과 한숨이 함께할 것이다. 의자에 앉을 때도 으흠. 일어설 때도 으흠. 물을 마실 때도 으흠. 고개를 돌릴 때도 으흠. 아무것도 안 할 때도 으흠. 주변의 모든 이가 나의 존재를 한순간도 잊지 못하게 할 것이다.


넷째, 옷 입기의 기준은 오로지 온도가 될 것이다.


다섯째, 홀아비 냄새를 마음껏 풍길 것이다. 그러기 위해 술담배 섭취를 지속할 것이다. 이불을 걷지 않은 내 방문을 열어 놓는다면 홀아비 냄새가 십 리 길을 퍼져가리라. 그때 사람들은 깨달으리라 이 세상에 진정으로 불쾌한 남자가 존재함을.


여섯째, 요리 따윈 하지 않겠다. 텔레비전에 나와 앞치마 따위를 멋지다는 듯이 두르고 요리나 해대는 셰프들을 혐오한다. 웃기고들 있다. 대충 좀 먹어라. 배 하나 채우는 거다. 남자는 국이 있으면 국에 말아 먹고, 국이 없으면 물에 말아 후다닥 삼키듯 먹어버리고 쭙쭙 거리면 되는 것이다. 거기에 믹스 커피에 담배 하나만 있으면 금상첨화다.


하. 이렇게 항목을 작성하고 있으니 지금의 남자들이 얼마나 형편없는지 더 절실하게 느껴진다. 앞으로 이 항목은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완성되었을 때, '남자'라는 제목의 두꺼운 책으로서 세상에 선보일 것이다. 이는 남자를 위한 성경이 될 것이며 그들을 은총의 길로 인도할 것이다.


여자들이여 이제 당신들 옆에서 애교를 부리는 애완동물 같은 남자는 멸종될 것이다. 당신 옆의 남자는 길을 걸으면서도 사타구니를 벅벅 긁을 것이며, 식당에서는 책상다리를 한 채로 양말에 땀 자국이 선명한 발을 손으로 주물럭댈 것이다. 또한, 대화하면서도 코와 귀를 손가락으로 마구 쑤셔댈 것이고, 트림과 말이 함께 어우러질 것이다.


행여나 불쾌하게 여기진 말지어다. 그것이 바로 진정한 남자일 테니.  








매거진의 이전글 똥입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