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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후루 Apr 03. 2017

행복 순위

사이트를 계속 새로고침 해보지만 민호의 순위엔 변함이 없다. 일주일 만에, 두 계단이나 떨어진 순위다. 현재 민호의 행복 순위는 36위. 지인 463명 중에서 높은 편이지만 민호는 아쉬운 마음이다.


순위가 떨어진 건, 며칠 전에 대학 동기인 동우가 B사의 중형 세단을 새로 사고, 옆 팀의 고대리가 유럽으로 휴가를 갔기 때문이다.


민호가 적어도 오분 간격으로 확인하는 이 행복 순위 사이트는 SNS 계정과 연동만 하면, 개인 정보를 바탕으로 지인 중에서 자신의 행복 순위가 어떻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민호가 처음, 이 행복 순위 사이트에 가입하였을 때, 그의 순위는 당시 323명의 지인 중에 262위에 불과했다. 민호는 자신의 순위에 충격을 받았고, 그때부터 순위를 올리기 위해 갖가지 노력을 해왔다.


그는 행복해 보일 수 있는 모든 것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찍어 SNS에 올렸다. 여건이 안될 때는 글만 올리기도 했다.


음식, 여행, 새 차, 데이트, 바꾼 인테리어, 가족과의 시간, 운동하는 모습, 커피 타임, 쇼핑한 물건 등 그의 SNS는 점차 행복으로 가득해졌다.


그의 순위는 꾸준히 상승하였고, 육 개월이 지나자 40위 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하지만 그 후, 30위 안으로 진입하지 못한 채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며 한 달이 흐르자 민호는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30위 안에 있는 지인들의 SNS를 보면 민호는 기가 죽었다. 지금 자신의 수입으로 그들을 따라잡기엔 무리였다.


이미 대출로 집이나 자동차를 마련했기에 그의 재정 상태는 한계치에 도달해있었다. 올해 휴가까지 해외로 가긴 무리일 것이다.


이러다 30위 안으로 올라가기는커녕 40위 밖으로 밀려나는 것은 아닌가 불안해졌다.


사무실에 앉아 있는 지금도 민호는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사이트를 새로고침 하며 자신의 순위에 눈을 고정하고 있다.  


그때 갑자기 사무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어떡해', '큰일이네', '그런 일이' 같은 걱정스러운 말들이 들려왔다.


옆 팀의 동기인 진아에게 무슨 일인지 물어보니, 유럽으로 휴가를 떠난 고대리가 사고를 당했다고 하였다. 테러가 발생한 장소 가까이에 있다가 봉변을 당했다는 것이다. 현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데, 부상 정도가 아주 심각하다고 하였다.


고대리와는 함께 술도 자주 마시고, 이런저런 속 얘기도 많이 나눈 사이였기에 민호는 많이 놀랐고 마음이 아팠다.


자리에 돌아온 민호는 지난주에 같이 맥주를 마시며, 다가올 유럽 여행에 대해 신나게 떠들어대던 고대리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렇게 하루아침에 그의 삶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긴 한숨을 내쉬고 민호는 눈치를 살피며 다시 행복 순위 사이트를 켰다.


그의 순위는 아직 그대로였다. 고대리의 새로운 정보는 언제 반영될지 궁금해하며, 그는 계속 사이트를 새로고침 했다. 민호는 오늘 자신의 순위가 한 계단 올라갈 것을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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