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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후루 Jan 07. 2018

외모전환자


나의 영혼은 원빈이다. 난 잘못된 외모를 가지고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거울 속 내 모습이 낯설었다. 마치 남의 껍데기를 덮어쓴 것처럼. 12살 무렵 텔레비전에서 원빈을 처음 봤을 때 난 자신을 발견한 것이었다.


3년 전, 성전환자들과 관련된 이야기를 듣고 난 용기를 얻었다. 그들도 자신의 영혼과 신체 사이의 불일치를 자각하고 있었고 수술을 통해 올바른 성을 되찾고자 했다. 다행히 사람들 사이에선 그들을 차별하거나 비난의 시선으로 보지 않아야 한다는 관념이 퍼지어왔다.



난 나의 외모를 전환하기로 했다. 나의 영혼과 외모의 불일치를 올바르게 고치기로 했다. 난 원래 원빈의 외모로 태어났어야 했고 나의 영혼은 그것을 온전히 자각하고 있으니.



물론 부모님은 이런 나의 의견을 뭉개려고만 해왔다. 미친 소리 그만하라고.



그들의 의견 따위 신경 쓰지 않는다. 난 그동안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2개씩 해왔다. 돈으로 나의 영혼은 고칠 수 없지만, 나의 외모는 고칠 수 있다.



문제가 조금 있었다. 그동안 여러 의사와 상담을 해왔지만, 나의 외모를 원빈과 완전히 똑같이 만들 수 있다는 의사를 만나지 못했다. 그들이 내세우는 핑계는 하나같았다. 두상 크기를 바꿀 수는 없다는 것. 현대 의학 기술에 큰 실망을 했다.



하지만 난 포기하지 않았고 원빈과 완전히 똑같아질 수는 없지만, 최대한 가까워지기 위해 마침내 수술을 받았다.


물론 두상 크기가 중요하긴 하다. 지금 난 뭔가 비율이 맞지 않는…. 그렇지만 눈코입은 거의 원빈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바뀐 나의 모습이 나의 영혼에 가깝게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멀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혹시 내가 나의 영혼에 대해 착각을 한 게 아닐까.




천만다행으로 난 그 해답을 찾은 것 같다. 요즘 텔레비전에서 자주 보던 그 사람. 나의 영혼은 원래 원빈이 아니라 공유임이 틀림없다


나의 영혼에 맞는 옷을 찾는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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