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 침대에서 버럭 눈을 뜬 경후는 이불을 천장까지 걷어찬다.
"아~ 씨! 진짜!"
캄캄한 아파트 단지에 울리는 자동차 경보음 소리가 경후의 두개골을 천둥처럼 때린다. 이게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경후는 침대에서 뛰쳐나가 베란다 창문 밖을 두리번거리며, 문제의 차를 찾는다. 온갖 자동차들로 빡빡하게 채워진 지상 주차장 속에서 수상한 낌새의 차는 보이지 않는다.
"대체 어디 있는 거야?!"
그 와중에도 소리는 계속되고, 어떤 차인지는 알 수가 없다. 소리는 조금 멀리서 들려오는 듯하지만, 경후의 귀 바로 옆에서 울리듯이 무척 크다.
새벽의 느닷없는 경보음 공격은 며칠 전부터, 간헐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시각은 거의 새벽 2시. 경후의 잠을 사정없이 두들겨 패며 시작된 경보음은 몇 분 지속한 후에 유령처럼 사라진다.
경후는 아파트의 다른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은지 궁금하다. 특히, 그 차와 가까운 집들에는 소리가 더 크게 들릴 텐데. 사람들이 난리를 쳐야 정상이 아닌가.
경후는 다음에 또 경보음이 울리면, 바로 뛰쳐나가서 그놈의 차를 꼭 찾고 말겠다고 다짐하며 다시 침대에 눕는다. 갈기갈기 찢긴 잠을 하나씩 주워 애써 짜 맞춰본다.
지난밤에 시달린 아침은 특히나 머리가 더 묵직하다. 일하러 집을 나서는 경후의 뇌에는 아직도 경보음이 메아리처럼 울리는 듯하다.
아파트 앞에서 경비원을 마주친 경후는 지난밤의 경보음에 대해 말을 꺼내 볼까 잠시 망설인다. 하지만 말을 거는 게 어색하고 쑥스러워, 출근이 급한 듯이 종종걸음으로 지나친다.
"빠암~! 빠암~! 빠암~! 빠암~!"
경후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난다. 이번에는 이틀 연속이다. 핸드폰을 보니 새벽 2시. 경후는 잠옷 바람으로 뛰쳐나간다. 경후의 표정에서 분노와 결연한 의지가 드러난다. 반드시 그 차를 찾아서 주인 놈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다.
주차장에서 소리가 나는 방향을 찾으려고 경후는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차들 사이로 왔다 갔다 하며 귀를 기울이지만 좀처럼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찾을 수가 없다. 이쪽이다 싶어 달려가면 소리가 가까워지지 않아, 다시 반대 방향으로 달려간다. 마치 달을 향해 아무리 뛰어가도 전혀 가까워질 수 없는 것처럼. 한참을 우왕좌왕하고 있는데 갑자기 소리가 멈춘다.
경후는 땀에 젖은 채로 고요해진 아파트 단지를 둘러본다. 자신의 숨소리만이 들린다. 사방으로 거대한 벽처럼 둘러싼 아파트 위로 밤하늘이 관뚜껑처럼 덮여있다. 이렇게 시끄러운 소리에도 집의 불을 켜고 밖을 내다보는 사람이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