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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후루 Feb 09. 2018

고양이가 된 남자

난 고양이가 되었다.


고양이는 모든 여자에게 인기가 많다. 특별한 노력을 하지 않아도 존재 자체로 사랑받는다.


난 긴 세월 동안 사랑받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지만, 그 누구도 날 사랑해주지 않았다. 고양이를 바라보는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는 여자는 없었다.


그래서 난 고양이가 되기로 한 것이다. 유튜브를 통해 고양이에 대해 철저히 공부했다. 고양이들의 표정, 행동, 식습관까지 놓치지 않고 하나하나.


인터넷에서 고양이 옷도 가장 비싼 것으로 주문하였다. 노란 치즈 컬러. 그 옷을 입은 나의 모습이 처음엔 어색하였지만, 고양이 흉내 실력이 늘면서 점점 자연스러워졌다. 마침내 누가 봐도 덩치가 조금 큰 고양이로 보이게 되었다.


마음씨 착한 집사님을 만나길 기도하며 나의 모습을 영상과 이미지로 촬영하여 인터넷의 고양이 입양 카페에 올렸다.


'순둥이 냥이 무료 분양, 사랑 많이 해주실 분~'


한동안 놀리고 비아냥거리는 댓글들만 달려 마음이 아팠다. 간혹 귀엽다거나 특이하다는 제법 긍정적인 반응도 있었지만...


자포자기하고 길고양이나 되어야지 생각하던 때, 연락이 왔다.


고양이를 입양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여자분이었다.


내가 고양이기 때문에 좋은 점은 고양이의 의사를 정확히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나라는 고양이는 그 입양에 절대적으로 찬성이었다.


그렇게 난 입양이 되었다.


지금 난 아주 고마운 집사님과 함께 살고 있다. 그녀는 혼자 사는 회사원인데, 식품 회사의 마케팅 부서에서 일한다.


내가 하는 일은 정말 고양이처럼 먹고 자고 창밖 구경하고 박스에 들어가는 것들뿐이다. 아, 가끔은 집사님의 등 위에서 꾹꾹이를 해드리곤 한다.


물론, 절대 말을 해선 안 되고 사료만 먹어야 하고 모래 위에 볼일을 보거나, 집사님이 없을 때 고양이 옷을 빨고 말려서 다시 입는 일들이 불편하기는 하다.


하지만 난 지금 생에 처음으로 행복이란 감정을 느끼고 있다. 집사님의 사랑스러운 눈빛을 볼 때면 온몸이 찌릿찌릿해지며 눈물이 날 정도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고양이가 되길 참 잘했다.


감사한 마음을 담아 오늘도 집사님이 돌아오면 꾹꾹이를 정성스럽게 해드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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