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에겐 자동차가 한 대 있다. 신형 아반떼인데 퇴사하기 전에 샀다. 거의 주차장에 세워져 있고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탄다. 탈 일이 있어서 타는 경우는 드물고, 차를 굴려주기 위해서 타는 게 대부분이다. 배터리가 넉넉지 않아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타 주지 않으면 방전될 수 있다. 실제로 한 번 방전되어서 보험사에 연락해야 했다.
마치 내가 자동차의 배터리를 위한 충전기 역할을 하는 듯하다. 자동차의 유지를 위해 내가 존재하는 것일까. 하지만 차를 팔아버리자니 그건 좀 망설여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차를 운행할 방법을 찾는 것이 고민이다.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보긴 했다. 처음엔 평일 중에 하루를 정해서 서울 외곽의 식당이나 카페를 찾아다녀 보았다. 평일에는 그쪽의 도로가 한산했고, 가게들도 주차 공간을 넉넉히 갖추고 있어 이용이 편했다. 그렇지만 가게들이 만족스러운 경우가 별로 없었다. 도심에 비해선 선택지가 적기도 했다.
그래서 일요일마다 서울 도심의 맛집들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도심은 오히려 평일보다 일요일이 도로가 한산하기 때문이다. 직접 체험해본 바로는 금요일과 토요일이 가장 복잡했다. 대신 도심은 주차가 어려우므로 ‘모두의 주차장’이란 앱으로 미리 주차장을 예약하는 것이 필요했다. 도심에서는 가게의 선택지가 다양하고 거리를 구경하며 걷는 재미가 있긴 했다. 그렇지만 일요일에 쉬는 가게가 많기도 하고, 매번 들어가는 주차비가 아깝기도 해서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했다.
그러다 요즘에는 마트를 방문하는 걸로 바꾸었다. 어차피 일주일에 한 번은 장을 봐야 하고, 동네 마트 대신 좀 떨어져 있는 대형 마트로 가면 차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차를 적어도 삼십 분 이상은 운행해야 배터리가 채워지기 때문에 조금은 거리가 있는 마트들을 다녀보았다. 내가 사는 곳은 서울 노원구인데 남양주 또는 상봉에 있는 마트에 가는 식이다.
여기저기 다녀본바 이마트 월계점이 가장 좋았다. 그러나 그곳은 차로 십오 분 정도면 도착하는 거리라 배터리를 충전하기엔 부족했다. 결국엔 가까운 길이 아닌 먼 길로 돌아서 가는 방법을 택했다. 그래서 오늘도 오후에 방문할 예정이다. 마트에 가는 날은 그곳에서 점심 식사를 해결한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있는 외식이다. 이마트 월계점에는 다양한 식당들이 입점해있어 만족스럽다. 오늘은 무엇을 먹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