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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걱정

by 유후루


요즘 결혼 때문에 걱정이 많습니다.


9년 가까이 만나온 여자친구와 올해 10월 정도에 결혼하기로 했는데 준비 과정에서 (별로 준비한 것도 없습니다만) 문제들이 조금씩 생기고 있습니다.


저와 제 여자친구는 우리를 위한 결혼식을 치르고 싶지만, 저희 어머니는 우리를 위해서 집안 어른들에 맞춰진 결혼식을 치르길 원하시는 거죠.


그런데 제가 애지중지 키워진 아들이기에 어머니의 의견에 반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물론 '제가 알아서 할게요!' 라고 매정하게 말할 수도 있겠지요.


그렇지만 어머니를 사랑하는 마음은 어쩔 수 없이 제 몸에 스며들어 있기에 어머니가 상처받거나 실망하는 건 제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아마도 많은 한국 남자들이 겪는 고충일 것입니다.


동시에 여자친구는 어머니에게 의견을 확실하게 전하지 못하는 저의 모습에 불안을 느낍니다. 앞으로 결혼 생활을 하는데 우리의 생각을 주장하기 힘들면 어쩌지 하는...


저희 둘은 결혼해서 아이를 안 가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고, 명절에는 늘 저의 집에 먼저 가는 것이 아니라 여자친구의 집에 먼저 가기도 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번갈아 가면서)


이런저런 고민에 결국 저도 스트레스를 받아 최근에 어머니와 전화통화로 크게 싸우기도 했습니다. 제가 어머니에게 심한 말들을 하는 바람에 어머니가 크게 상처를 받으셨지요. 마음이 편치 않았고, 한동안 너무 우울했습니다.


그렇게 싸우지 않고 저의 의견을 잘 전달하는 방법을 아직 모르겠습니다. 아마 그러한 경험이 많지 않아서일까요.


고등학교 때까지 부모님과 함께 살다가 대학교에 가면서부터는 혼자 떨어져 살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어른으로서 가치관을 만드는 시기에 부모님과 소통이 거의 없었던 것이지요.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가지거나, 누군가를 만나거나, 직업을 선택하거나 하는 과정에서 이와 관련한 대화를 부모님과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언제나 제가 결정한 사항을 통보하는 식이었지요.


그럴 때마다 부모님은 놀라고 실망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결혼도 제 마음대로 하겠다니 부모님으로서는 섭섭할 수밖에 없겠지요.



한편, 여자친구에게는 애지중지 자란 아들이 아닌 것처럼 보이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해왔습니다. ‘우리 집 귀한 아들’은 인기가 없잖아요.


그러다 보니 어머니와 여자친구 사이에서 저의 역할이 혼란을 겪게 되었습니다. 어머니 앞에서의 저와 여자친구 앞에서의 저가 충돌하는 것이지요.


물론 두 역할이 모두 저이기는 합니다. 둘 중 하나를 부정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럼 좀 슬프잖아요.


그래서 대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몰라 우왕좌왕하다 두 사람 모두에게 실수하고 맙니다. 참 쉽지가 않습니다. 이렇게 글로 써보아도 정리가 잘 안 되네요.


살아가다 보면 괜찮아질까요. 이렇게 생각하는 건 뭔가 무책임하게 미루는 것 같기도 합니다만... 음. 정말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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