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운동이 아냐, 놀이공원에 가는 거야

30대에 운동을 시작해도 되나요

by 문마닐


운동하는 사람과 운동하지 않는 사람의 동거


가끔 우리 집에 놀러 오는 친구들은 이런 말을 했다. “얘랑 같이 살면 운동도 같이 할 수 있고 좋겠다” 그럴 때마다 나와 룸메이트는 서로를 마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함께 산다는 것은 삶을 공유한다는 의미지만 체육관에서의 삶을 공유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니까 룸메이트가 체육관에 재미를 붙인 건 나와 함께 산 지 무려 10년 차가 되었을 때의 일이다.


우리가 함께 운동을 한 건 같이 산 지 얼마 안 되었을 무렵, 서너 달 정도였다. 요가를 함께 등록해놓고는 첫 일주일 정도는 같이 다녔지만 그 이후에는 시간이 서로 맞지 않아 결국 따로 다니다가 그만두었다. 요가 선생님이 같이 산다더니 왜 따로 나오냐고, 싸우냐고 물어보기까지 했다. 물론 싸운 건 아니었다. 같이 산 지 올해로 11년 차인데, 아직도 싸운 적이 한 번도 없으니까. 그 이후로도 시도는 여러 번 있었다. 달리기, 케틀벨, 스쿼시, … 좋은 건 나눠야 제맛이라고 생각하는 나의 성미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 운동에 룸메이트가 재미를 들인 적은 없었다. 그래서 나는 룸메이트가 운동을 싫어하는 줄 알았다. 그 친구도 마찬가지로 생각했던 터였다


취향이 달라서 그랬다는 것을 깨닫는 데 10년이나 걸렸다. 룸메이트는 어느 날 갑자기 클라이밍 원데이 클래스에 다녀오더니 매주 주말마다 암장에 가서 강습을 받기 시작했다. 볼더링이 이 친구의 취향이었다는데, 문제를 푸는 것이 마치 게임을 하는 것 같아 재밌단다. 신기했다. 이 친구가 잘하는 운동은 나와는 전혀 다른 분야였던 것이다. 타고나기를 뼈대가 굵고 근육이 잘 붙는 체질인 나는 근력과 지구력을 활용하는 게 취향이었고, 유난히 마르고 작은 체구의 룸메이트는 중력에 저항하는 운동이 취향이었다. 시간에 맞춰서 뭔가를 해야 하는 운동보다 자신만의 페이스로 하는 운동이라서 좋다고도 했다. 그걸 깨닫는 데 십 년이나 걸렸다.


룸메이트는 가끔 자기가 20대부터 클라이밍을 했으면 얼마나 잘했겠냐며, 이런 기분으로 운동을 다닌 것이었냐고 물어보곤 했다. 사실 아니다. 그냥 난 정신에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해 운동에 중독되었던 사람이었을 뿐이다. 그러니 격하게 움직일수록 잘 맞았다. 룸메이트는 좀 더 섬세하고 다양한 활동을 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두 사람의 옷 취향, 색깔 취향, 노래 취향도 다 다른데 운동 취향이라고 같을 리가 없었다. 주말이면 클라이밍을 하러 룸메이트에게 “운동하러 가니?”하고 묻자 진지한 표정을 동반한 대답이 돌아왔다. “이건 운동이 아니야. 놀이공원에 가는 거야.”




주 1회로도 운동이 되나요


룸메이트가 처음 클라이밍을 접했을 때는 일주일에 단 한번 체육관을 찾았다. 주 5회 운동하던 내가 보기에 저게 운동이 되나? 싶을 정도의 빈도였다. 그렇지만 놀랍게도 1년이 지나자 말랑하고 얇았던 팔뚝에 눈에 띄는 변화가 생겼다. 운동을 조금이라도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눈에 보이는 변화가 생기기 위해서는 웬만큼 운동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주 7일 1주일 운동하고 그만두는 것보다, 주 1회 7주 동안 꾸준히 운동하는 게 효과가 크다는 걸 룸메이트를 보고 깨닫게 되었다. 횟수는 중요한 게 아니었다! 천천히 가더라도 꾸준히만 하면 몸은 변화한다.


룸메이트의 변화는 팔뚝에만 그치지 않았다. 등에도 근육이 잡혀 자세가 곧아졌다. 성격에도 변화가 생겼다. 이 친구는 원래 주말에 정오까지 늦잠을 자고, 이틀 중 하루는 집에 누워있는 사람이었다. 하루에 약속을 두 개 잡는 일조차 없었다. 지금은 토요일 오전에 일찍 일어나 클라이밍장(암장) 오픈런을 한다. 서울뿐 아니라 인천, 수원 등 수도권에 있는 웬만한 클라이밍장엔 거의 다 가봤다고 한다. 오전 오후로 나누어 암장 두 곳을 가기도 한다. 일요일 오전에는 독서토론을 하러 간다. 운영진까지 맡았다고 한다. 읽은 책은 족족 아이패드에 필사하여 (내가 운영하는) 매일매일 글 쓰는 모임에 업로드한다. 독서토론 후에는 또 클라이밍을 하러 간다. 가끔은 스트레스받는다고 퇴근 후에도 클라이밍을 하러 간다. 이직한다고 잠깐 쉬는 동안에는 클라이밍을 위한 부산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당연히 암장에 가는 빈도도 잦아졌다. 솔직히 클라이밍에 미친 사람 같다.


아무튼 룸메이트의 사례를 보면서 체력은 살아가는 데 있어서 자본만큼 중요한 요소라는 걸 다시금 깨닫는다. 자본이 없는 사람은 쉽게 무언가에 도전하지 못한다. 실패하면 잃는 기회비용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체력이 없는 사람은 소극적이고 내성적이 되기 쉽다. 가진 체력으로 회사도 다녀야 하고, 필요한 사회생활도 해야 하기 때문에 필수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활동에 대해서는 에너지를 아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삶의 풍요로움은 필수재에서 오지 않는다. 예술이 잉여자본에서 발생하듯이. 삶을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서는 체력이 필수적이다.




운동을 시작하는 방법


평생 운동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처음에 어떤 운동으로 시작해야 할지 고민될 것이다. 그런데 세상 모든 것이 그렇듯이, 잘하는 걸 해야 성공할 확률이 높다. 여기서 성공이란, 최소 3개월 이상 꾸준히 하는 것을 이야기한다. 본인이 어떤 운동을 잘할 수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1. 나와 비슷한 체형을 가진 스포츠 선수를 찾는다.

운동을 하기 좋은 체형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운동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키의 사람들보다 마른 편이라면 나의 룸메이트처럼 중력에 저항하는 클라이밍이 잘 맞을 수 있다. 평균보다 체지방 혹은 근육이 많은 편이라면 유도나 주짓수, 씨름처럼 활동적인 격투기를 하면 재밌다! 당신이 덩치가 크다는 것은 그걸 골격이 받쳐줄 수 있다는 의미다. 식욕이 왕성하다는 것은 쓸 수 있는 에너지가 많다는 의미이듯이. 체급도 재능이다.


2. 좋아하는 게임 스타일을 생각한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만의 페이스로 하는 퍼즐게임을 좋아한다면, 클라이밍을 좋아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타이쿤류나 리듬게임처럼 시간에 맞춰서 빠르게 반응해야 하는 게임을 좋아한다면, 스쿼시나 테니스 같이 공을 사용하는 스포츠와 잘 맞을 것이다. 무슨 게임을 하든 친구들과 어울려 하는 것을 좋아한다면 풋볼이나 축구, 야구, 농구 등 단체 스포츠에 도전해보자. 단체 스포츠는 남자들의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요즘은 여성들끼리 이루는 팀도 많이 늘었다. 위밋업 스포츠에서 하는 원데이 클래스에서 체험해보면 새로운 스포츠에 눈뜰 수도 있다.

3. 몸을 도무지 어떻게 쓰는지 모르겠다면

소규모로 진행하는 요가나 필라테스, 혹은 헬스장에서 받는 PT도 좋다. 준비운동과 마무리 운동, 스트레칭은 어떻게 하는지, 똑바로 서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코어에 힘을 준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내 몸의 가동범위는 어디까지인지 배우고 테스트해보는 것은 어떤 종류의 스포츠를 하든 도움이 된다. 특히, 부상 없이 운동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4. 걷기도 좋다

학생이라면 운동에 쓸 돈의 여유가 없을 수 있다. 직장인도 마찬가지다. 이런 경우라면 차라리 걷기를 추천한다. 날씨 좋은 봄이나 가을에 시작해보자. 집 근처도 좋고, 공원이나 천변도 좋다. 퇴근길이나 하굣길에 두어 정류장 앞에 내려서 걷는 것도 좋다. 무리하지 말고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 가볍게 땀이 날 속도로 걷는다. 핸드폰에서 눈을 떼고, 앞을 바라보고, 가볍게 손을 앞뒤로 흔든다. 체중이 많이 나가서 무릎에 부담을 줄까 봐 걱정된다면, 보폭을 줄여보자. 무릎 부상을 줄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바닥이 너무 얇은 운동화 말고, 적당히 쿠션이 있고 편안한 운동화를 찾아서 신자.


5. 홈트레이닝을 맹신하지 말자 = 강습을 받자

홈트레이닝은 의외로 부상이 많이 발생하는 운동이다. 처음 운동을 시작하면 어떻게 몸을 써야 하는지 도무지 모르기 때문이다. 어떤 운동을 시작하든 한 달에서 세 달 정도 등록해서 기초부터 배우자. 운동을 꾸준히 하려면 부상을 입지 않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잃어버린 관절은 돌아오지 않는다. 검증이 된 기관에서 제대로 된 강습을 받고 안전하게 운동하자. 초보자용 스트레칭 영상이 아니고서는, 웬만한 난이도의 요가/필라테스 유튜브 영상은 체육관에 최소 6개월, 가급적 1년 이상 다닌 후에 시도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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