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마닐 Jan 09. 2019

안목해변 x 안목책방

마닐씨의 공장기 #1

카페로 가득한 안목해변은 원래 자판기커피로 그 역사가 시작됐다고 한다. 약 20년 전 국내에 흔치 않던 헤이즐넛향 커피를 자판기에서 팔았고, 이게 유명세를 타며 커피축제로, 그리고 카페로 퍼져나갔다고.

해변에 다다르기 전 코에 먼저 와닿는 향은 원두 볶는 냄새다. 약간은 비릿하면서도 구수한 이 향은 코 끝을 집요하게 따라다닌다. 커피향을 따라 걷다보면 쨍하게 파란 바다가 먼저 보이고, 끝없는 자동차와 사람의 행렬이 이어진다. 관광객 뿐 아니라 강릉시내 직장인들도 식후 커피를 즐기러 안목해변으로 나오는데, 주말에는 특히나 사람이 많다. 오후 1시 즈음에 이 곳에 도착하면 바다를 볼 수 있게 통유리창을 설치한 카페 곳곳마다 빈자리 하나 없이 가득 차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사람들 틈을 비집고 들어가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테라스 밖 하얀 커튼 사이로 파란 바다와 너울치는 하얀 파도가 보인다. 곧 책과 노트로 눈을 돌리지만, 고개만 들면 바다를 볼 수 있다는 게 퍽 마음에 위안을 준다.




해변을 떠나 10분쯤 걷다보면 아파트 단지 앞에 ‘안목책방’이 있다. 손님이 데려온 큰 개가 책방주인보다 먼저 맞이해준다. 매대에 있는 책마다, 책꽂이마다 노트를 하나씩 붙여두었다. 작가가 쓴 노트도 있지만 대부분은 책방주인이 쓴 것이다.

책을 소개하는 글, 책에서 발췌한 글, 책을 보고 든 생각을 적은 글, 글, 글. 마음이 평온해진다.

지극히 책방주인의 취향을 반영한 책들의 행렬이 흥미롭다. 관심있던 책들이 서가에 놓여있는 걸 보니 괜시리 반갑다. 시나몬 가루를 뿌려 향이 좋은 카푸치노 한 잔이 넉넉한 양으로 나왔다.

여행 첫 날에 이 곳에 왔더라면, 여행 내내 이 곳에 왔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쉬웠다. 선뜻 맛있는 크로와상을 나눠주는 책방주인의 친구가 있어 감사하고, 새해 선물이라며 새하얀 손수건을 주는 주인의 얼굴을 마주보니 어느새 친구가 생긴 기분이다.


d. 2018.12.29.-2019.1.1. 강릉여행 중에서




공장기(空場記) : 공간과 장소에 대한 기록

우리는 매일 여행을 하며 살아갑니다. 집에서 회사로, 학교로, 카페로, 서점으로, 그리고 다시 집으로. 여행에서 만난 공간과 장소에 대한 기억을 담아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문화역 서울 284 x 커피사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