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록 #2025년8월

서른 중반 즈음

by 마니

1. 집들이는 핑계고


이번 달은 3번의 집들이를 했다. 집들이는 핑계고 보고픈 사람을 초대했다. 다들 각자 삶이 바빠져서 자주 보지 못했다. 이제는 이런 핑계라도 있어야 만날 수 있는 나이가 된듯하다.

핑계가 있어야 만나는 것이 좋다 나쁘다는 아니다. 같은 동네에 살고 같은 학교에 다닐 땐 그냥 같이 있기 때문에 놀고 내일도 만나고 그랬다. 별 이유가 없어고 저녁이 되면 '뭐 할까?' 고민하곤 했다. 이제는 서로의 길을 가며 물리적으로 멀리서 각자의 삶을 산다. 그럼에도 핑계가 생기면 같이 모여서 웃고 떠들고 맛있는 음식은 나눈다.

멀리 있어도 각자의 삶을 응원한다. 그래서 또 핑계가 생기면 언제든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다.


2. 친구 아버지의 장례식


부고 문자를 받았다. 고등학교 친구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내용이었다.

다음날 저녁 짐을 싸서 고향으로 갔다. 늦은 저녁에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고인을 애도하는 절을 하고 뒤로 물러났다. 상주인 친구와 다른 고향친구 2명이 같이 테이블에 앉았다. 상주인 친구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어릴 때처럼 농담을 주고받았다. 너무 슬퍼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속으로 혼자 슬퍼하고 있지 않을까 했다.

조문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친구들을 애경사 있을 때 보게 되는구나 싶었다. 많지도 적지도 않은 서른 중반즈음을 보내고 있었다.


3. 우리 아이는 생선을 좋아해


우리 아이는 생선을 좋아한다. 고기 보다 생선이다. 그래서 요즘 아이와 나들이 가면 점심은 대부분 생선구이 집을 간다.

생선이 식탁 위에 올려지면 나와 아내는 바빠진다. 한 명은 하얀 쌀밥을 접시에 떠서 식힌다. 한 명은 생선을 쪼개고 가시를 발라낸다. 밥을 담은 접시에 생선을 듬뿍 담아서 아이에게 준다. 다섯 숟가락이면 듬뿍 쌓은 생선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그래서 재빠르게 다음 생선살을 바르고 있는다. 그렇게 몇 번 먹고 나서야 숟가락질이 조금씩 느려진다.

한바탕 폭풍 같은 생선 발라내기 시간이 지나고 나며 아내와 나는 서로를 보며 그냥 웃는다. 진이 빠진 서로의 모습이 웃긴 것도 있지만 잘 먹는 아이를 보는 게 기뻐서 이기도 하다. 그래서 내가 "딸내미 먹는 거만 봐도 아빠는 배가 부르다"하고 말했다. 그러자 아내는 "아 그럼 안 먹어도 되겠네?" 한다. 나는 다시"아 아니 나 배고파"하며 서로 또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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