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록 #2025년10월

카르페디엠

by 마니

1. 장모님의 친구들

오금 어머니(장모님)는 과거가 있다. 오공주파 일원이다. 오래된 친구분들이다. 직장에서 일을 하던 오후 4시쯤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오공주 친구 중 소현이모, 부산이모가 집 근처로 온다는 내용이다. 어머니 생일 축하를 위한 서프라이즈 방문이라고 한다.


일을 끝마치고 집으로 향했다. 집에 가던 중 아내에게 집 근처 갈빗집으로 오라는 연락을 받고 발걸음을 옮겼다. 도착해서 갈빗집으로 들어갔다. 어머니, 소현이모, 부산이모는 담소를 나누며 깔깔하고 웃고 계셨다. 어제 본 것처럼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자식들 이야기 그리고 자식의 자식들 이야기도 나눈다.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서 학창 시절 여고생처럼 수다 떨고 깔깔대는 어머니의 모습은 행복했다. 얼굴에는 계속 웃음꽃이 피었다.


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이를 먹어서도 나를 보겠다고 멀리서 한걸음에 달려와줄 친구들이 있을까? 이렇게 달려와주는 친구들이 있으면 얼마나 고맙고 마음이 든든할까 한다. 어머니의 오공주 친구들이 부럽다.


2. 한가위만 같아라

올해 추석은 하루만 휴가를 내면 10일을 쉴 수 있는 황금연휴였다. 나도 휴가를 내고 황금연휴를 즐겼다.

추석 전 연휴의 시작은 오금 부모님을 모시고 양평 시장 나들이를 갔다. 갈비도 먹고 비를 보면 커피고 마시며 느긋한 시간을 보냈다.

하루는 23개월 딸아이와 둘이서 올림픽공원에 갔다. 아이 하나 나 하나 비눗방울 막대를 손에 들고 흔들었다. 서로 까르르 웃고 뛰었다.

며칠은 정읍 부모님 집에 다녀왔다. 할머니, 할아버지도 뵙고 담양에서 국수도 먹었다. 정읍에 가면 한 번씩 가는 담양국수거리가 있다.

아내와 데이트도 했다. 오랜만에 같이 영화를 봤다. '보스'라는 영화였고 계속 웃으면서 본 것 같다.


연휴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아이와 함께 뽀로로테마파크에 갔던 순간이다. 키즈카페 + 실내놀이기구 + 공연까지 경험할 수 있었다. 부모도 함께하는 댄스타임! 이 있었다. 이정현의 '와'가 흘러나오자 아이들보다 부모들이 더 신나서 춤을 췄다. 나도 흥을 참지 못하고 몸을 흔들었다. 아이도 폴짝폴짝 뛰며 흥을 발산했다.


꿀 같은 긴 연휴를 느긋하게 보낼 수 있어 좋았다. 아이와 손잡고 공원에 가고, 아침에 일어나 뚜벅뚜벅 걸어서 밥 얻어먹으러 장모님 집에 가고, 7시간을 걸려 정읍에 갔다 오는 순간들 모두 그 순간을 충분하게 느낀 것 같다. 20대 때 "카르페디엠"이라는 말을 자주 되뇌었다.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자'는 뜻이다. 이 순간을 충분히 느끼고 만끽하는 게 그게 잘 사는 것이 맞는 것 같아서 그 말이 다시 떠올랐다.


3. 찬란한 하루가 되다.

10월 31일. 10월의 마지막 날이었다. 평범한 날일 수도 있는 날이 찬란한 날로 변했다.

오금 어머니는 트로트를 좋아한다. 그중에서 찬또배기 이찬원을 가장 좋아한다. 거짓말처럼 딱 오금 어머니 생일 시기에 맞춰 이찬원 콘서트 티켓이 열렸다. 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재빠르게 2석을 예매했다.


아내가 예매 소식을 전하며 어머니에게 ' 백내장 수술해서 눈에 물 들어가면 안 되니까 콘서트 못 가는 거 아냐?'라고 하니 '물 들어가도 가야지'라고 하신다. 올 한 해 효도는 다한 것 같다.

찬또배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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