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 틈 없는 리프레시 데이
한 달에 마지막주 금요일은 '리프레시 데이'라고 이름 붙여진 회사에서 공식으로 운영되는 'OFF데이'다. 한 달에 하루는 다시 채우는 시간으로 쓰자는 것이다.
보통 리프레시데이에는 아내와 시간을 보내곤 했다. 아이는 어린이집에 가고 나면 둘이서 영화를 보기도 하고 삼겹살에 소주를 살짝 곁들여 먹기도 했다. 애가 태어난 이후 둘이서 데이트 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번 달은 아쉽게도 아내가 일을 나가서 나 혼자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알차게 쓰려고 아내가 하는 것처럼 '오늘 할 일'을 노트에 적었다.
오늘 할 일
세차 맡기기
카시트 청소
다이소 가서 하수구 세정제 구매하기
안방 화장실 청소하기
등의 목록을 적었다.
일을 완료하면 표시를 하며 하나씩 해나갔다. 하다 보니 금세 오전이 지나갔다. 내가 출근하고 아내가 집안일을 할 때 내가 "쉬면서 해"라고 하면 아내는 "쉴 쉬간이 없어"라고 했다. 쉬는 게 어려운 일도 아닌데 왜 쉴 시간이 없다고 하는 걸까 생각하곤 했다. 직접 맞닥뜨리니까 알게 된다. "쉴 시간이 없어"를 이해하게 되었다.
얼마 전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자기가 캠핑장을 장박으로 대여해서 준비된 텐트가 있으니 한번 놀러 오라는 이야기를 했다. 나는 바로 덥석 제안을 받아들였다. 언제 가면 되는지 묻고 날짜를 정했다.
각종 캠핑 장비는 친구가 다 준비되어 있었다. 먹거리만 챙겨가면 돼서 고기와 꼬치 어묵을 사들고 갔다. 양주시 도심과 멀지 않은 곳에 위치했다. 패딩을 입지 않으면 추운 날이었다.
별 다른 것 하지 않아도 캠핑장이 주는 분위기와 그 뭔가의 재미가 있는 듯하다. 그냥 같이 앉아서 고기를 구워 먹어도 고깃집에서 보다 더 맛있다. 그냥 도란도란 앉아 소소한 일상을 이야기해도 즐겁고 좋았다.
그리고 남이 준비해 준 캠핑이 좋았다. 캠핑에서 제일 힘든 일이 텐트를 설치하고 각종 장비를 세팅하는 일이다. 친구 덕분에 힘든 과정 없이 우리 가족이 캠핑을 즐겼다.
주말에 아이를 데리고 서울대공원 입구에 있는 원더파크에 갔다.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해서 자연 숲 속 또는 바다처럼 꾸며놓은 곳이다. 신발 벗고 놀 수 있는 작은 미끄럼틀과 볼풀장도 있다.
24개월 된 딸아이는 미끄럼틀을 좋아한다. 몇 개월 전만 해도 미끄럼틀에 올라가면 무섭다고 했었다. 그랬던 아이가 이제는 성큼성큼 올라가 뒤돌아서 미끄럼틀을 내려오기도 한다. 다칠까 봐 걱정하는 엄마 아빠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신나게 올라가고 미끄러져 내려온다.
한동안 실내에서 놀고서는 밖으로 나가 산책을 했다. 가을 햇살을 받으며 걸었다. 아내와 나 그리고 아이는 부스럭 거리며 낙엽을 밟으며 걸었다. 내가 한걸음 가면 아이가 따라서 한 걸음 걷고 아내가 한 걸음 가면 또 아이가 따라 걸었다. 그러다 와다다 다 같이 뛰며 서로 얼굴을 보고 깔깔 웃었다.
이때 아이가 아내 품에 안겨서 이렇기 이야기했다고 한다. "엄마! 나 좋아!"라고 말이다. 아내는 이 말을 듣고 눈물이 날 뻔했다고 한다. 나는 직접 듣지 못했지만 뭔가 뭉클했다. 그냥 이렇게 엄마 아빠랑 같이 걷기만 해도 좋아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