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쌓다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 일일 도우미로 지원했다. 어린이집에 가면 아이가 무엇을 하는지 궁금했다. 도우미를 하면 직접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아쉽게도 아이 반이 아니라 다른 반의 도우미로 배정되었다. 수업 중에 아빠를 보면 집에 가겠다고 울 수도 있다고 한다. 다른 아이들에게도 영향이 있을 수 있어서 다른 반으로 배정됐다.
역할은 산책 도우미다. 3세 반 친구들과 함께였다. 다른 반 친구 아빠라고 선생님이 소개하자 반갑게 인사해 주었다.
어린이집에서 동네 내천까지 산책을 했다. 한 아이와 손을 잡고 같이 걸었다. 가는 중에 강아지가 보이면 반가워했다. 내천에 물고기가 보이면 신기하게 바라봤다. 물 위에 떠있는 오리를 보면서 감탄하는 소리를 질렀다. 마치 모습이 내 아이를 보는 것 같아 흐뭇한 마음이었다.
함께 걸으며 1시간 30분 정도의 산책 도우미는 끝났다. 산책하는 동안 아이들은 신나 했다. 선생님이 사랑으로 아이들을 살피는 게 느껴졌다. 우리 아이도 즐겁고 사랑받고 있겠구나 생각했다.
요즘 넷플릭스에서 인기 있는 드라마다. 양관식과 오애순의 삶을 그린 이야기다. 오애순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엄마 아빠가 없어 눈칫밥 먹던 어린 시절. 쑥스럽던 첫사랑. 관식이와 함께 가정을 이루고 때론 봄이기도 여름이기도 가을 겨울이기도 그리고 다시 봄이었던 시절이다.
그중에서 가장 눈물 났던 순간은 관식이 세상을 떠나던 날이다. 만날 무쇠일 것 같던 관식이었다. "새벽 4시에 일어나고 싶은 사람이 어딨어"라는 대사가 기억에 남았다.
그리고 인생은 참 짖꿎은 것 같다. 이제 봄이다 싶으면 기다려 주지 않고 가버리는 것 같다.
삶에도 루틴이 필요하다. 루틴한 일은 큰 변화 없이 지루한 일로 생각되기도 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었다. 뭔가 대단한 것을 해야 되고 나는 마땅히 그럴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요즘 생각은 지루하지만 꾸준히 무언가를 하는 시간이 쌓였을 때 누군가가 보기에 대단한 일이 되는 게 아닌가 싶다. 당장 오늘은 지루하고 단순하고 별거 아닌 일이 결국에는 결과를 만드는 것 같다.
대단한 일을 찾겠다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아무것도 안 하던 시간들이 많이 쌓였다. 지나간 시간은 지나간 대로 두고 지금부터는 꾸준히 작은 시간을 쌓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