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아이
장인, 장모님을 모시고 가족사진 촬영을 했다. 아이까지 5명의 첫 번째 가족사진이다.
사진작가가 웃는 분위기를 만든다. 다들 활짝 웃는 중에 장인어른은 어색한지 경직된 표정을 지었다. "아버지 웃으세요~"하며 사진작가가 말한다. 있는 듯 없는 듯 한 미소를 분주하게 포착한다. 촬영 끝나고 사진을 보면 한 상담사 분이 말했다. "이 정도면 많이 웃는 거예요~"라고 말이다. 나와 아내는 서로 보면서 박장대소했다.
시간이 지나서 사진을 보면 이때를 떠올리며 박장대소하겠지 생각한다.
우리 아이는 음악이 나오면 덩실덩실 춤을 춘다. 얼마 전 고향집에 내려갔을 때였다. 엄마(할머니) / 아빠(할아버지)랑 점심을 먹고 카페에 갔다. 넓은 마당이 있었다. 그리고 공간을 채우는 좋은 노래가 흘러나왔다.
아이는 할아버지 할머니 손을 번갈아 잡으며 신나게 마당을 걸었다. 제일 좋아하는 공간은 계단이다. 한 층씩 오르고 한 층씩 내려오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던 중 "소녀"라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신나는 몸짓으로 양손을 들고 위아래로 흔든다. 양발을 벌리고 좌우로 몸을 뒤뚱거리며 리듬을 탄다. 이번 달 최고의 장면으로 기억에 남는다.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 '흥 부자'로 태어나라고 한 말을 들은 것 같다.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에 등장하는 인물 중에 구도원 캐릭터가 있다. 드라마 안에서 별명은 '루틴남'이다. 일정한 시간에 출근하고 커피를 마신다. 일정한 요일에 운동하고 논문을 쓴다. 병원에서 언제 어디에 구도원이 있을지 안다고 할 정도로 자기 루틴을 지키며 산다. 자기 루틴을 지키며 쏟아지는 일도, 운동도, 사랑까지 하는 모습이 멋있다.
1~2년 전까지만 해도 루틴=지루한 것으로 생각했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요소 때문이다. 루틴 한 것은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치부했다. 뭔가 그럴싸하고 뭔가 대단한 그런 것을 하고 싶어 했다. 언제가는 대단할 걸 할 때가 있고 그게 내가 할 때라 생각했다.
이런 마음으로 보니 일상의 사소한 일들은 하찮고 귀찮은 일이 되었다. 대부분에 일에 정성을 들이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니 아무것도 남은 게 없었다. 삶이란 구경하는 게 아니라 실천하며 살아내는 것임을 몰랐다.
"무언가를 꾸준하게 계속 이어가면 그로부터 내 인생의 기반, 마음의 뿌리, 삶의 태도를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