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

귀향의 자격

by 일요일의 조작가

“통행증을 제출하시오.”


성지기의 말에 왜소한 체형의 나그네는 주섬주섬 금빛 장식이 새겨진 짐을 뒤졌다. 낡고 해진 통행증이 나왔다. 나그네는 그것을 꺼내 내밀었으나 성지기는 잠시 받아 들더니 한 번 살피고는 고개를 내저었다.


“너무 오래된 것입니다. 새 통행증이 없다면 출입이 불가하오.”


나그네는 성벽에 기대며 털썩 주저앉았다. 성지기는 그 행동을 제지하지는 않았다.

그는 고개를 숙이며 한숨을 크게 내쉰 뒤, 조용히 말했다.


“그것 참 이상한 일이군요. 드나들 자격이라니. 여긴 분명 내가 살던 곳이었는데. 나는 여기서 함께 밥을 먹고, 울고 웃으며 자랐습니다. 내가 여길 떠나올 때와 똑같은 곳이란 말입니다. 그때 당신은 내가 여길 드나드는 것을 막지 않았잖아요? 왜 지금은 나를 가로막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나는 다른 도시에 가서 참 오랫동안 일했습니다. 이제는 내 고향을 위해 베풀고 싶습니다. 제발 한 번만 들여보내 주십시오.”


성지기는 대답하지 않았다.




성 밖의 침묵은 느릿하게 흘렀다. 그 사이에 성벽 한가운데 비죽 솟은 첨탑에 매달렸던 해는 성지기의 눈을 피해 성 안으로 넘어가는 것에 성공한 듯했다. 햇볕을 받으며 앉아 있던 나그네는 어느새 그림자 속에 앉아 있었다.


“혹시 배고프시진 않습니까? 이것은 다른 도시에서 자라는 과일이오. 내가 고향의 사람들에게 나눠주려고 가져온 것이지만 하나 들어 보세요.”


나그네는 황금빛이 감도는 과일을 하나 내밀었다. 그러나 성지기의 각진 턱과 앙다문 입술은 그 어떤 것도 통과시키지 않았다.


나그네는 바지를 털며 천천히 일어섰다. 그 사이에 몇 사람이 드나들었는지 문 앞에는 크고 작은 발자국들이 어지러이 남아있었다. 나그네는 그것을 바라보다가 내밀었던 과일을 그냥 자신의 입으로 가져와서 크게 한 입 베어 물었다.


“해가 지는군요. 아직 출입증을 발급받기에는 부족한가 봅니다. 다음에는 더 좋은 자격을 갖춰 오겠습니다.”


그는 닳고 닳은 통행증을 다시 화려한 봇짐에 넣은 뒤, 힘없는 걸음으로 멀어져 갔다. 성지기는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그러나 나그네가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성 안에서 저는 무척 가난했습니다. 그래서 밖으로 나와 안 해 본 일이 없습니다. 자격을 갖추기 위해서. 이제야 자격을 갖췄다고 생각했는데, 당신은 무슨 자격으로 나를 들여보내 주지 않는 것입니까? 왜 내게 보답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 거죠? 한 번 이곳을 떠났다는 이유로, 나는 왜 다시는 이곳에 들어갈 수 없는 겁니까?


멀리서 들려오는 나그네의 절규와 동시에 성 안에서는 새로 태어난 아이들을 위한 폭죽이, 밤하늘을 화사하게 밝혔다. 찬란한 섬광의 번득임 아래, 성지기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러나 그가 건넨 나지막한 조언은, 이미 떠나버린 나그네를 돌아오게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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