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 내려간, 혹은 쓰인
"…그래서 그들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나는 말을 마치며 책을 덮었다.
딸아이는 어느새 내 품에서 새근새근 잠들어 있었다. 이야기에 몰입하여 나는 아이가 잠든 줄도 모른 채, 끝까지 책을 읽어 내려갔다. 나는 아이가 깰 새라 조심스레 일어나 책을 책꽂이에 꽂아 넣었다. 아이의 책장에는 형형색색의 동화책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아름답고 짧은 이야기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면 깨어버릴 꿈들이.
잠든 아이를 바라보며 나는 생각했다.
'아이야. 캐릭터와 너의 가장 큰 차이점이 무엇인지 알겠니? 그들에게는 태어난 목적이 있다는 거야. 피노키오는 사람이 되기 위해 태어났고, 신데렐라는 왕자와 결혼하기 위해 태어났지.
새엄마는 신데렐라를 괴롭히기 위해 태어났고, 여우는 피노키오를 속이기 위해 태어난 것과 마찬가지란다. 사람이 되지 못한 피노키오나, 신데렐라를 아껴주는 새엄마 같은 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지.'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것의 발원지가 처음 읽어줬던 책이었는지 ‘아빠, 하나만 더 보자.’라는 아이의 보챔에 새로 꺼내 든 책이었는지는 구분할 수 없었다. 그러나 나는 이 소리가 둘 중에 하나에서 흘러나오는 것을 직감했다.
'바보야. 무슨 목적이 있다고 믿니?
네가 천 번을 읽어봐도 성냥팔이는 언제나 얼어 죽고, 회색 오리는 결국 백조가 돼.
무슨 기대를 갖고 읽어도 이 안에서는 이미 펼쳐진 이야기니까.
그런데 너라고 예외일까?'
나는 우선 잠든 딸아이를 조심스레 안아 들고 아이의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동화 속 공주의 침실과 같이 분홍빛 레이스로 꾸며진 침대에 아이를 살포시 눕힌 뒤, 소리가 나지 않도록 천천히 방문을 닫았다. 문틈 사이로 스며들던 거실의 불빛이, 아이의 방을 조용히 떠나고 있었다.
어둠이 번져가는 그 방 안에서, 오늘 밤 아이가 꾸게 될 꿈이 행복하기를 바랐다. 비록 내일 아침 해가 뜨면 깨어날 짧은 꿈일지라도 아이는 영원할 것 같은 순간을 경험할 것이다.
거실로 돌아온 나는 동화책이 건넨 말인지 귓가에서 샘솟은 환청이었는지 모를 소리를 다시 떠올렸다.
-> 아니야. 틀렸어.
나는 책상에 앉아 오래된 노트를 꺼냈다.
그리고 내가 꿈꿔온 것들에 대해 적기 시작했다.
-> 정말 그렇군.
나는 어제 산 노트를 펼쳤다.
그리고 올해의 목표를 하나씩 지워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