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런

비 오는 바에서

by 일요일의 조작가

비가 축축이 내리는 어느 날, 어느 바에 흠뻑 젖은 세 사람이 줄지어 앉아 있었다네.


하나는 왼쪽 어깨가 흠뻑 젖은 대학생 한 명. 또 한 명은 머리가 흠뻑 젖은 이름 없는 밴드의 여가수. 나머지 한 명은 등이 흠뻑 젖은 택시 기사였지.


대학생은… 대학생이라 말하기도 그렇군. 백수라고 하세. 아무튼 그는 수험기간이 길어지자 온라인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졌고, 인터넷 뉴스에 댓글을 다는 일도 잦아졌지. 그렇게 하루하루를 허비하던 와중 마침 적당한 타겟이 보였네. 팬도 없고 지지도도 없고, 실력조차 어중간한 무명 가수의 기사였지. 수많은 지망생들 중 하나에게 작은 댓글 하나가 어떻다는 말인가? 저들은 그래도 세상 밖에 서 있고, 지금 자신은 학자금을 듬뿍 짊어지고는 네 평짜리 반지하로 추락했는데 말이야. 그래서 그는 곧 그것을 잊어버렸지.


가수는 기사가 올라온 지 며칠 만에 그것을 보았고 매우 기분이 나빴다네. 그래서 어디론가 가기로 했지. 밴드 동료를 만나기로 한 거야. 우리가 언론에 작게나마 기사에 난 것은 기쁘지만 반응은 없었고, 인기 아이돌 가수와 함께 올라온 저 무명 밴드에 대한 팬들의 악플 세례를 함께 나누기 위해서였지. 마침 비 때문에 길이 막혔고 동료와 기사에게 대해 쉴 새 없이 푸념을 나누던 가수는 기사에게 소리를 질렀네. 그녀는 자신의 꿈에 순수한 열정을 가졌을 만큼, 자신의 감정에도 순수했기 때문일세. 예술가는 그래야 하거든. 운전을 그렇게 해서 자식들을 먹여 살리겠냐고 말이야. 택시기사야 길에 널려있고, 다시 볼일도 없을 것인데 무슨 상관이겠나? 지금 나는 훨씬 더 중요한 미래를 논의해야 하는데 말일세. 그래서 그녀는 곧 그것을 잊어버렸지.


택시기사도 마찬가지라네. 얼마 전 해고된 그는 작지도, 그렇다고 크지도 않은 회사의 인사팀장이었다네. 마침 그 취업 준비생의 면접장에도 들어왔던. 이 반복된 일상에 지루해하며 인적사항을 들여다보던 와중 특이한 가정사를 물어보았지만, 그것이 그 대학생에게 상처가 될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편부모 가정에서 어렵게 공부했던 그에게 말일세. 그는 곧 수 없이 반복되는 면접 중, 수많은 지망생 중 하나였을 뿐이었겠지. 그를 포함한 면접관들은 또 한 명을 뽑고는, 평소처럼 회식을 했을 거라네. 그래서 그는 곧 그것을 잊어버렸지.


맑은 날에 저들은 각자 여느 때처럼 산뜻 했겠지만, 이렇게 비가 오는 날에는

대학생은 여느 때처럼 휴대폰을 보며 걷던 중, 무심한 택시가 물웅덩이에서 튀게 한 빗물을 뒤집어썼고,

여가수는 여느 때처럼 가방 속 꼬깃한 지폐를 툭 던지고는, 동료와 수다를 떨며 내리다가 우산을 두고 내려 저 하이힐을 신고 뛰었을 것이고,

택시 기사는 여느 때처럼 저 굳은살 하나 없는 매끈한 손으로 고장 난 차량의 보닛을 열어젖혔을 거라네.


축축해진 저들을 보게나. 서로에게 서로가 흠뻑 젖어있지 않은가? 이 작은 바에서도 말이야.


“그것이 자네가 지금 돈을 갚지 못하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는가?”


자네는 오늘 우산을 챙겨 왔는가?

keyword
작가의 이전글자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