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폭염 속 폭염

by 일요일의 조작가

중년의, 얼굴이 검붉게 그을린 왜소한 남자 둘이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어서 오세요.]

[참치 하나 주시고, 소주도 하나 주셔요.]


그들은 자리에 앉자마자 술을 들이붓기 시작했다.


[오늘은 정말 힘들었지?]

[죽을 뻔했어, 아주. 앞으로 몇 달간은 고생 좀 하겠구먼.]

[그래도 안전수칙이다 뭐다 해서 평소보다 많이 쉬긴 하잖아.]

[그냥 빨리 진척되는 게 낫지. 나라시부터 계속 이렇게 꾸물대다간 납기도 못 맞추겠는데. 저번 주엔 내내 비 온다고 지체되고, 날 풀리면 분명 이행보증금 가지고 닦달할 거다, 아마.]

[날씨를 사람이 어떻게 할 수 있간? 어차피 시간은 똑같이 가니까 그런 고민 말어. 난 비 오는 것보다 더운 게 낫더라. 지금이야 별문제 없지. 비 올 때 급하게 작업하다가 자빠져 죽은 사람 한둘이 아녀. 마음 편히 가져.]

[우리야 어차피 주는 돈 받고 일해주면 그만인 건 아는데, 그래도 건물 올라가는 거 보면 뿌듯하잖아?]

[뿌듯하기는……. 몇 번만 더 해봐라. 지겹기만 하지. 오늘은 정말 소주 한 잔 않고는 못 배기겠구먼.]


점원이 주문한 음식을 내갔다.


[참치 나왔습니다.]

[이거 냉동 아녀? 여기 유명한 데라고 하더니 별거 없구먼.]

[무식한 소리 말어. 저기 태평양 먼 데서 잡는 건데, 얼리지 않고서야 어떻게 여기까지 오겠어? 다 썩어버리지. 그리고 이걸 다시 녹이는 기술이 가게마다 달라서 맛을 좌우한다니까. 여기가 영등포에선 최고야. 서울에서 제일 오래된 곳이라고. 한번 먹어보고 얘기해.]

[야, 몇 달 동안 아주 꽁꽁 얼어있느라 추웠겠다. 우린 더워서 뒤질 뻔했는데. 얼었다 녹았다…… 우리만큼 고생 중이라, 이놈이 이렇게 비쌌구나!]


둘 중 한 명이 젓가락으로 참치회 한 점을 집어 들어, 그대로 입에 가져다 넣었다.


순간, 얼어 있던 참치가 입속의 폭염 때문에 꿈틀대며 정어리의 단말마를 토해낸 듯했으나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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