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산책, 산 책

by 일요일의 조작가

그는 술잔을 부딪히는 소리 속에서 불쑥 내게 말을 걸었다.


“내가 행복할 것 같아 보여?”


행복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 어려운 시험을 통과하고 여러 명의 지인들에게 축하받는 자리에서, 지금 이 자리에서 물어본다면 말이다. 슬리퍼를 신고 동네를 어슬렁거리며 거닐다, 술을 사준다는 말 한마디에 뛰어나온 내가 정확히 알고 있다.


“당연히 행복하지 않겠냐? 앞길이 창창할 텐데. 왜 그런 걸 물어봐.”


그는 대답 대신 카운터를 가리켰다.


얼굴이 검붉게 물든 중년 둘이 비틀대며 술값을 계산하는 와중에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너무나도 익숙하여, 별다를 것 없는 광경이었다.


“저분들은 지금 자신들이 받은 것들의 대가를 지불 중이야.”


그는 저들과 마찬가지로 상기된 얼굴로 말을 이었다.


“말하자면 후불로 계산한 것이지. 그런데 아무래도 저분들은 오늘보단 내일 고통스러워할 것 같네.”


그는 아직 나가지 못한 취객들의 왜소한 뒷모습을 한 번 더 바라보았다.


“무슨 얘기가 하고 싶은 거야?”

“나는 선불로 결제했을 뿐이야.”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대가를 지불하는 건 언제나 고통스러운 일이지. 대가를 먼저 받느냐, 아니면 그 값을 먼저 치르느냐 하는 건 별 차이 없어 보이지만 떠올려봐. 네가 처음으로 좋아하던 여자친구를 사귈 때 얼마나 노력했는지, 그리고 사귄 직후에는 어떤 행복한 감정이 올라왔는지. 아마 정도는 달라도 아르바이트를 하고 일당을 손에 쥐었을 때에도 비슷했을 거고, 처음 본 친구와 시간이 지나 깊은 관계로 발전됐을 때도 마찬가지겠지. 너랑 나처럼.”


그는 말을 이어 나갔다.


“반대로, 꽃에서 채취하자마자 바로 꿀의 단맛을 볼 수 있다면 꿀벌이 여러 꽃을 분주히 뛰어다니지 않을 거고, 평생 받을 임금을 먼저 건네고 이제 열심히 일하라고 하면 직원은 그에 대한 값을 정당하게 치르지 않을 거야. 사냥 전에 포만감이 먼저 온다면 어떤 인류의 조상들이 사냥을 나섰을까? 나도 선불로 치른 값을 받은 것이지만 이 자리에서 대가를 먼저 받은 것이기도 한 것 같다. 분명 지금 난 너무 행복하지만, 내 기대보다 지치고 매너리즘에 빠질 때가 올 것 같거든.”


그는 담담하게 마지막으로 잔을 비우고, 내가 오늘 서점에서 산 수험서를 가리켰다.


“너도 선불로 계산 중인 거잖아.”


바보 같은 소리다. 전부 풀어버린 수험서를 구입하는 사람은 없으니 말이다.


그는 일어나서 비틀거리며 카운터로 걸어갔다.


나는 그가 값을 계산하는 것을 바라보며 오늘 산 책을 꼭 끌어안았다.

‘산책을 나와도 목적지는 다시 집이지. 끝도 없이 말이야. 나가면 돌아오고, 돌아오면 나서고.’

취기가 올랐는지 나 역시 바보 같은 생각을 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폭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