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장

소수의 사소한 소리

by 일요일의 조작가

[…그러나 제품 효능에 관련된 광고 내, 염증 개선 99%라는 과장성 수치가 있음에 문제를 제기하는 고객이 많아 문구의 수정을 제안드리며…]


장 과장은 원 사원의 메일에 포워딩하여 다시 한번 전사 메일을 송신했다. 그의 옆에서 두 손을 공손히 모은 채 서 있는 원 사원의 얼굴은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장 과장은 총알처럼 자판을 두드렸다.


[해당 광고에 효능에 대한 과장성 문구가 섞였다는 것은 철저히 원 사원 개인적인 의견이며 저희 파트의 공식적인 입장은 아님을 정정하여 재송신드립니다.]


“이런 사소한 실수 하나가 우리 파트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것입니다.”


장 과장이 몸을 돌리자 이 대리는 고개를 푹 숙인 원 사원을 데리고 자리를 나섰다. 무언가를 항변하려던 듯 원 사원은 입을 뻐끔거렸으나 이 대리가 등을 토닥이며 재촉했다. 옥상이나 휴게실로 데려가 마음을 좀 풀어주려 할 터였다.


사라지는 둘의 모습을 흘긋 보면서 장 과장은 그간 회사를 다니며 보아 온 수많은 동료 직원들을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직장 생활에 있어 저렇게 개인적 의견을 표출해 온 후배들은 결국 적응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대리가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니터를 바라보자 아웃룩 일정에 건강검진 일정이 표기되어 있었다. 장 과장은 오늘 마지막으로 반드시 한 잔 걸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또한 겸사겸사 원 사원 역시 마음에 걸렸다. 낮에 발생한 감정적 잔해는 그날 풀지 않으면 결국 응어리진다는 것을 장 과장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지금도 느껴지는 아랫배의 묵은 통증과 동반된 불안감을 애써 모른척했다.




자리가 무르익어가며 원 사원의 얼굴이 벌게졌다. 이번에도 장 과장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미안한 마음을 담아 연거푸 가득 따라준 술잔이 원인이었다. 잔이 돌자 이 대리가 화제를 돌렸으나 장 과장은 사무실에서의 일을 언급했다. 그리고 분명한 자신의 의도를 밝혔다. 취기에 솔직한 속내가 거침없이 나왔다.


“후배들 중에 개인적 의견을 드러내던 사람들은 결국 오래 남지 못했어요. 하지만 당신은 달라요. 이 대리를 보세요. 이렇게 훌륭한 인재로 성장하지 않았습니까? 전체를 생각하면 됩니다. 전체를.”


그 말에 이 대리는 멋쩍게 웃으며 화제를 돌렸다. 원 사원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장 과장의 말을 듣더니 조심스레 화장실로 자리를 떴다. 장 과장도 주변의 소음이 가라앉으며 점점 취기가 올라옴을 느꼈다.


남성용 소변기에서 볼일을 보던 원 사원은 화장실로 장 과장도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단신의 장 과장이 비틀거리며 화장실로 들어오던 모습에서는, 파티션 맞은편에 앉아 철저하게 업무를 수행하며 보이던 위엄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자신이 장 과장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크다는 것을 깨달은 원 사원의 원망은 사그라들었다. 그는 오전의 일에 대해 항변하려던 마음을 접어두고 이 대리의 옆에 다시 앉기로 했다.




다음 주, 대장 내시경을 마친 장 과장에게 의사가 말했다.


“과민성 대장 증후군으로 보이는군요. 다만 염증성으로 발전할 수도 있으니 무엇보다 스트레스 관리가 우선입니다. 관리만 잘하면 원상태로 금방 돌아옵니다.”


그동안 마음속 깊게 묻어둔 불안감이 싹 가셨다.


“과민성이며 소수의 염증 반응뿐입니다.”


의사의 말에 가벼운 마음으로 건강검진센터를 나서며 장 과장은 원 사원의 메일을 떠올렸다. 그리고 원 사원이 입사하기 전 이 대리가 했던 질문에 대한 본인의 답변이 생각났다.


‘이번 마케팅 프레이즈에서 고객들의 컴플레인이 꾸준히 발생하는 것은 무슨 이유인 것입니까? 저희가 현장에서 얻은 의견은 왜 하나도 반영이 안 된 건가요? 이러다가 고객들이 등을 돌리면 어떻게 합니까?’


‘그것은 과장된 소수의견일 뿐입니다.'


장 과장은 불안감을 애써 누르며 답했었다.


‘관리만 잘하면 금방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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