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공포탄 의무화를 위한 공포법 공포, 그 이후

by 일요일의 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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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보병사단 3소대 3분대, 정 일병은 오늘 처음으로 공포탄을 장전하였다. 그리고 소총을 들어 전방을 향해 침착하게 방아쇠를 당긴다.

훈련병 때부터 수도 없이 들어왔던 소리였지만 귀마개 없이 듣는 파열음은 아직 심장을 두근거리게 한다.

황 병장은 초소의 망원경 너머로 전선을 바라본다. 렌즈를 통해 북한군이 깜짝 놀라며 발을 헛디뎌 쓰러지는 것이 그의 눈에 들어온다. 곧이어 그는 근무 일지에 능숙한 손놀림으로 체크한다.


[17:37 – 공포탄 발사를 통한 공포심 유발 작전 실시 1회]


그는 정 일병에게 담배를 하나 권한다. 정 일병은 꼿꼿한 자세로 이를 거절한다. 황 병장은 개구지게 웃으며 그의 어깨를 친다. 그는 초소 안쪽에 기대어 앉고, 정 일병은 소총을 파지한 채 망원경을 들여다본다. 황 병장이 본 광경이 그의 눈에도 똑같이 들어온다. 그러나 그것은 분명 이상한 일이었다. 금방 다시 일어나 이쪽을 노려볼 것이라 여겼던 북한군이 그대로 쓰러져 있었던 것이었다. 정 일병은 순식간에 잠든 황 병장을 깨워야 하나 고민했다. 잠시 후 정 일병은 멀리서 익숙하지 않은 파열음을 들은 것 같았다. 그는 흠칫 놀랐으나 황 병장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콰앙


멀리서 섬광이 번쩍이더니, 곧이어 굉음과 함께 3번 초소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2-


“걱정하지 말라. 저들은 말뿐인 괴뢰들이야.”

리춘식이 처음으로 초소 작전에 투입되었을 때 가장 많이 들은 말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자대에 배치받아 처음 소총을 잡았을 때에도 별로 무섭지 않았다. 중대장 동무의 말에 따르면,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저들은 우리를 조준하지도 못한다고 하였다. 그는 지금 군에만 6년 차인 김금철을 따라 걷고 있었다.

“저들이 가끔 소리를 낼 때가 있는데 무시하라. 아무런 위해가 없다.”


김금철은 봉창에서 감자를 꺼내 던졌다. 리춘식은 그걸 잡아냈으나 생각보다 너무 뜨거웠다. 손에서 놓친 감자는 흙바닥을 데굴데굴 굴러간다.


“놓고 오라.”


리춘식은 군에서야 처음으로 받은 호의를 무시할 수 없었다. 배곯던 시절, 뭐든 입에 넣을 때마다 눈치도 함께 씹어 삼켜야 했던 그는 생생히 구르는 감자를 좇았다. 김금철은 그를 한심하게 쳐다보았다. 돌아오면 강직한 중대장 동무 몰래 배를 깊게 한 대 때려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굴러가던 감자를 채 쥐기도 전에 리춘식이 쓰러졌다. 그는 가슴팍을 움켜잡고 쓰러지고는 헉헉대며 발작하다 이내 고요히 멎어버렸다. 김금철은 소처럼 커다래진 눈으로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상처 하나 없이 쓰러진 신입 병사의 몸뚱이 앞에는 그 감자만 모락모락 김을 내고 있다. 김금철은 입을 뻐끔대던 그는 한참을 얼어 있다가, 초소를 향해 내달렸다. 강철 같은 중대장 동무가 이를 알면 뭐라고 할까? 저들이 심약한 신입 병사를 죽였다. 김금철은 내달리며 ‘저들이 우리 쪽으로 실탄을 겨누는 순간, 여기 설치된 대포의 첫 공포탄을 빼내 버려라.’는 말을 떠올렸다.


-3-


그날 저녁, 합동참모본부는 긴급 브리핑을 열었다.

국방부 대변인 장 준위는 단정한 표정으로 연단에 섰다. 깔끔하게 정돈된 이마에는 땀방울이 곳곳에 맺혀 있었다.

“이번 사건은 공포탄의 정당방위적 사용 결과이며, 국제법적 정당성도 충분히 확보되었습니다.”

기자들이 일제히 손을 들었다. 그중 한 명이 물었다. “공포탄으로 사망자가 나왔다는 건 어떻게 설명하실 겁니까?”


장 준위는 머쓱한 듯 부자연스럽게 미소 지었다.


“조사 결과, 물리적 공격이 아닌 심리적 충격의 결과로 판단됩니다. 실제로 남아있는 소총의 흔적을 조사하면 실탄은 장전되지 않았습니다. 즉, 사망의 책임은 우리 측이 아닌— 스스로가 느낀 공포감에 있습니다.”


펑펑


장 준의를 향해 무수한 플래시의 파열음이 포탄처럼 터진다. 그리고 그날,


정부 공식 발표문 중 발췌


“이번 공포탄으로 인한 사망 사고에 대해 유감을 표명합니다. 우리 정부는 ‘공포탄은 무해하다’는 원칙을 견지하고 있으며, 인도적 차원에서 공포탄 사용 시 상대의 과도한 공포심 유발을 방지하기 위한 법안을 추가로 발의하여, 금일부로 공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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