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적인 사람들
“관람 시간 10분 남았습니다!”
호섭은 나지막이 소리쳤다. 소리가 수많은 관람객사이를 튕겨나가며 작게 부셔졌다. 그렇기 때문일까 상기된 관람객들은 그의 호소어린 목소리를 들은 것 같지 않았다. 호섭은 신경질적으로 안내를 반복했다. 오늘따라 그의 목청에 불쾌감이 깃든 이유는 아마 누군가의 뒷모습을 슬쩍 본 것 같아서였다.
그는 호섭과 같은 과에서 함께 수학한 친구였다. 대학 시절, 그들은 앞으로의 미래를 고민하다가 함께 세무사 시험에 응시하기로 하고 휴학에 들어갔다. 그로부터 정확히 1년반 이후 그는 호섭을 남겨두고 가뿐하게 동차로 합격해버렸을 뿐 아니라 다음해에는 회계사 시험에도 보란듯이 합격했다. 당연하게도 주변에서는 그를 보고 놀라워하며 칭송했고 호섭은 혼자 남겨졌다. 겉으로는 누구보다 그를 축하해줬지만 질투심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스스로 질투심이 든다는 것을 자각했을 때, 주변에서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지는 자명했다.
‘분명 날 무시하고 비교했을 거야.’
호섭은 그해 2차 시험의 모든 과목에서 불합격한 것을 확인했고, 얼마 안가 시험을 포기하고자 마음먹었다. 아까 마주한 뒷모습이 그가 확실한 것 같았으나 그에게 말을 걸 용기는 나지 않았다. 동행하던 멋진 외모의 여자에게 행복한 표정으로 전시된 이집트 유물을 쉴 새 없이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관람 시간 5분 남았습니다!”
호섭은 그에게 달라붙은 시선을 떼어내려 시계를 확인하며 말했다. 갑자기 본인의 처지가 가여워졌다. 이번 전시회만 끝나면 앞으로의 미래를 다시 고민해야했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해졌을 때 누군가와 몸이 부딪혔다. 호섭은 반사적으로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아 괜찮습니다.”
몸을 부딪힌 이는 명품으로 몸을 휘감은 젊은 남자였다. 그는 대답하며 호섭을 훑어보았다. 시선을 몇 초간 던지다 그는 마찬가지로 값비싼 옷을 입은 여섯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출구로 가버렸다. 호섭은 괜히 유니폼의 옷 매무새를 정리하며 나가는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어디서 봤던 유튜버인 것 같았다. 자녀 육아 콘텐츠를 통해 채널을 세계적으로 성장시킨 유튜버.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그는 분명 어려운 환경에서 유튜브를 시작했다가 이제 월 수입이 억을 넘겼다고 들었던 것 같다.
“관람 시간 1분 남았습니다!”
이제부터 60만 세면 끝이다. 빨리 이번 전시회가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호섭은 다리를 들썩였다. 오늘따라 심적으로 고되다. 60초가 더디게 느껴졌다.
“관람 시간 다 됐습니다. 퇴장 부탁드립니다”
호섭은 두꺼운 팔을 휘저으며 나가라는 제스쳐를 강하게 취했다. 많은 사람들이 저 좁은 출구로 사라져갔다. 이제 지겨운 하루가 끝났다. 호섭은 전시장 내에 아무 없는 것을 확인한 뒤, 문을 걸어잠그고 박수를 치며 소리쳤다.
“오늘 하루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제 들어가서 쉬세요!”
호섭의 외침에 전시장 안의 미라들이 일제히 일어나 관 속으로 들어가 몸을 뉘였다.
그는 목관을 덮어 드리며 오늘 본 전설적인 사람들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