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에서 웃다

그걸 이제 봤어?

by manit

가끔은,
너무 익숙해서 못 보게 되는 것들이 있다.


늘 곁에 있었지만
그제야 보이는 표정, 물건, 혹은 마음.


지나온 시간이 무색할 만큼,
어느 날 불쑥 눈에 들어오는 순간이 있다.


그럴 때마다 깨닫는다.
나는 참,
무심한 사람이라는 걸.






며칠 전, 아이들과 자주 가는 실내 공간에 들렀다.
늘 그랬듯 별 생각 없이 있다가 문득 고개를 들었는데,
위에 달린 조명이 참 예뻤다.


“사장님, 조명이 진짜 예쁘네요.”
감탄을 담아 말하자, 사장님이 피식 웃으며 되물었다.


“그걸 이제 봤어?”


그곳을 다닌 지 2년.
그 조명은 그때부터 늘 그 자리에 있었을 것이다.


나는 자주 이렇다.
관심 있는 것 외엔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예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집 건너편 공공기관이 철거되고 새 건물이 완공되기까지,
나는 그곳에 무슨 변화가 있었는지도 몰랐다.
어느 날 갑자기,
커다란 건물이 뿅— 하고 나타난 느낌이었다.


또 어떤 날은,
퇴근 후 직원과 카풀하기로 했던 날이었다.
주차장에서 흰색 승용차 문을 당당히 열고 타려 했는데,
차 안엔 아무도 없었다.


뒤를 돌아보니, 내가 탈 차는 그 뒤에 서 있었다.
브랜드는 달랐지만, 똑같은 ‘흰색 승용차’였다.


진짜 차주였던 직원은 뒷차 안에서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그날 부끄러움은 순전히 내 몫이었다.


나는 생각보다 무심한 사람이다.
눈앞에 있어도, 마음에 없으면 놓친다.


이런 내가 종종 걱정되기도 했다.
혹시 내 무심함 때문에
눈앞의 순간들을 많이 흘려보낸 건 아닐까 싶어서.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를 오래 알고 지낸 친구들은 이렇게 말한다.


“너는 참 다정하고 세심한 사람이야.”


그 말을 들으면
괜히 마음이 조금 편안해진다.


무심함은 아마도 나의 작은 결함일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사람을 바라보고,
사랑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아주 잘 보지는 못해도,
보려고 애쓰는 이 마음이
어디선가 전해지고 있기를 바란다.



그걸 이제 봤어.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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