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건 마음이야

그날, 버스를 태웠다

by manit

엄마, 이건 마음이야

아이의 말에는 종종

진짜 마음이 숨어 있다.

그 마음을 단순히

'싫다'는 표현 하나로 오해할 때가 있다.

그리고 깨달음은

늘 조금 늦게 온다.






R은 매일 버스를 타고 유치원에 간다.

씩씩하게 인사하고,

창밖을 내다보며 떠나는 날들이 익숙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버스를 타기 싫다고 말했다.

이유를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그냥 싫어. 걸어가고 싶어.”


며칠간은 그 말대로 걸어서 함께 유치원까지 갔다.

햇살이 따갑고, 땀이 목덜미를 타고 흘렀다.

왕복 30분을 걷고 돌아오면 나는 진이 빠졌다.


그날은 너무 더웠고,

몸도 마음도 여유가 없어서

다시 버스에 태워보내기로 했다.


그런데

그동안 씩씩하던 R이 울음을 터뜨렸다.

바짓가랑이를 꽉 붙잡고 놓지 않았다.


“싫어, 안 탈래! 안 가!”


버스 기사님이 기다리시는 앞에서

나는 조급했고, 미안했고, 눈치를 봤다.

결국 억지로 안겨 태워 보냈다.


차창 너머로 손을 흔들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냥 고개를 숙인 채, 흐느끼고 있었다.


불안한 마음에 유치원 선생님께 연락을 드렸다.

R은 괜찮은지, 진정은 했는지 물었다.


조금 후, 선생님께 문자가 왔다.


“R과 이야기해봤는데요,

엄마랑 조금만 더 함께 있고 싶어서

걸어서 가자고 했대요.”


그 말을 보는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말문이 막혔고,

미안함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그저 유치원에 가기 싫은 줄로만 알았는데,

덥다고, 힘들다고, 괜히 짜증낸 줄로만 알았는데,

이 아이는 그저 나와 조금만 더 걷고 싶었던 거였다.


그 마음 하나 알아채지 못하고

나는… 오늘도 버스를 태웠다.


이해한다고 믿었지만
그 마음 하나도 놓치고 있었다.
그저, 나랑 조금만 더 함께 있고 싶었을 뿐인데.


나는 오늘도
버스를 태웠다.


버스타기 싫어요...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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