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에서 웃다

잡을 생각은 있었던 거야?

by manit

무서움을 감추지 못하는 순간들이 있다.

내가 나를 통제하지 못하는 순간.

작은 생명 앞에서조차 어쩔 줄 몰라

뒤로 물러서던 그때의 내가,

지금은 어쩐지 조금 낯설다.






벌레가 정말 싫었다.
작은벌레 하나에도 움찔하고,
조금만 커도 방문을 닫고

내가 먼저 방을 피해 나오곤 했다.


벌레도 싫었지만,

그 앞에서 유난스럽게 굴던 내 모습이

더 싫었다.


그런 내가

아이를 낳고 조금씩 달라졌다.


누군가를 지켜야 하는 입장이 되면

사소한 것도 감당해야 할 일이 된다.


그 덕분에

이젠 작은 초파리 정도는

심호흡 한 번 하고 손뼉으로 잡을 수 있다.

— 적어도 시도는 할 수 있게 됐다.


어느 여름날,

부엌에서 초파리 한 마리가 맴돌았다.

나는 자신 있게 손뼉을 짝!


놓쳤다.

다시 짝! 짝! 짝!


또 놓쳤다.


실패에 익숙해질 즈음,

지인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초파리가 다시 나타났다.


나는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짝!


역시나 실패.


그때, 옆에 있던 지인이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천천히 하다니...

잡을 생각은 있었던 거야?”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그래도 나,

정말 예전보다 많이 용감해졌는데.


그냥…

조금 느릴 뿐이에요.


잡을 생각은 있었던 거야.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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