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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a웨이 Feb 14. 2022

2% 부족한 내 찻잔과 브런치(鈍次)

-브런치 찻잔 3.-




 어떤 일이 완벽하게 마무리되기 전 까지는  다른 일을 못 하는  성격이다.   욕 나올 정도로 많은 시간과  시행착오를 거친 후에야 비로소 내 계정 찾는 일이 완료되었다. 내 계정 확인하고 나서야 브런치로 돌아왔다. 온라인 결재 때마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다른 페이로 결제를  하다 보니, 비밀번호가 헷갈려서  오류 메시지가 뜨곤 했는데 카카오페이 하나로 심플하게 정리하니 개운했다. 결제뿐 만이 아니라 급히 택시가 필요할 때 이 지역 콜택시만 이용할 수 있어 불편했는데  카카오 택시도 이용할 수 있게 되어 일상생활이 조금 편해졌다.


당분간 내  노년의 온라인 길은 카카오 로드가 기본이 될 것이다.   카카오로를 따라 브런치에 들어오니 9회 브런치 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 수상작  발표가 있었다.




 당선작들은 적어도 일주일 전에는 미리 연락이 온다는 브런치 글을 읽은 기억이 나서

내 브런치 북 탈락은 알고 있었다.

젊은 시절 이면 질투와 자괴감에   상처를 입고  마음을 진정시킨 후에  겨우 글을 읽어볼 텐데

 그냥 바로 담담한 심정으로 꼼꼼하게 읽어본다.  나이 들었다는 게 이럴 때는 참 좋다.


내가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증명하고 싶어 몸살을 앓던  강박이 어느새 스르르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담담하다.

이 담담함은 찻잔 들고 치열한 마음을 수련해서 얻은 거룩한 것이 아니다.

 내 생의 화양연화 순간들 마저도 누리지 못하고 그 시간을  나 자신보다 더 그럴싸한 무언가가 되기 위한 욕망으로  다 탕진해 버리고 ,  더 이상 욕망을 감당할 수 없는 노쇄한 몸이  되어 어쩔 수 없이 손을 놓아버린 ,  단식 후의 내장기관들처럼 온몸의 독기가  스르르 소멸되면서 잠시 눈과 맘이 차분히 정화되는 슬픈 감정..


담담한 시선으로 브런치 수상작들을  읽었다.  

 

정답이라고 만들어 놓은 시스템이 맞는지 회의하기보다 

이미 정답이 있는 길에서 정답에 이르기 위해 솔직하고 진솔하게 부딪혀 본  글들이 

브런치에서는 공감을 얻는 글이라는 것을 느꼈다. 탈락한 주제에....

이런 리뷰를 쓰는 것이 재수 없는 글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그리고 

내 찻집의 찻잔이 늘 2%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내 글도 내 찻잔과 꼭 닮은 쌍둥이로  2% 부족한 것이 보인다. 내 탈락은 당연한 한  것이라고

인정이 된다.



찻집은 어디까지나  자영업이고 찻집 주인은 자영업자이다. 차 한잔에

효율적인  서비스 시스템과 손님들 입맛에 맞는 메뉴 제공하여  공감과 재방문을

이끌어내어  수입을 더 많이 늘려서 공간을 유지하는 것이   본질이다.

그러려면 관리하기 편한 효율적인 공간, 가급적 인건비를 줄이는 셀프 시스템,

손님들이 원하는 빠르게 임팩트가 오는 음료 선정.... 이 능력이 찻집 주인이 갖추어야 할

필수 능력이다, 그러나 내 찻집은

한옥이라는 관리 영역은 넓고 수용은 몇 팀 안 되는 비효율적인 공간에 손

님들에게 일일이 차에 대한 설명과  차를 우려 줄뿐 만이 아니라  손님들이 원하는 커피 대신

금욕적인.. 임팩트보다 천천히 올라오는 차맛을 즐기며 명상하다 가기를 은근히 강요하는 분위기여서 

  한 명의 손님도 아쉬운 코로나 시대에   오는 손님도 쫒고 있는 건 아닌지 전전긍긍이다.


 



차회에서 커피를 품격 있는 찻자리처럼 세팅해서  커피를 내는 젊은 카페 운영자님을 보니

커피도 차처럼 저렇게 내주면 되는데 왜.. 그렇게.. 폐쇄적이었을까.. 

이제 내가 물러나고 젊은 주인이 와야 하는 건 아닐지 생각도 드는 중이다

 

내가 손님들께 내놓는 찻잔이 이러니 내가 쓰는 글도 찻잔을 닮아 2% 부족한

브런치가 된다.

책도 독자가 돈을 내고 사야 출판사가 유지된다. 독자가 돈 내고 찻집 주인에게 

듣고 싶고 궁금한 것들은 내가 쓴 , 앞으로도 계속 쓰고 싶은

 꿈꾸는 , 명상하는 찻잔 이야기가 아니라



손님들이 나에게 줄기차게 묻는


한옥 짓는데 얼마나 들었나요? 매출은? 유지는 되나요?

커피는 왜 안 하죠? 쌍화탕 레시피는? 

찻집에  적당한 찻잔 구입할만한 작가는?

찻집 메뉴에 보탬이 되는 책들.

찻집 주인이 꼭 가봐야 하는  일본.중국,대만, 한국 찻집.... 은요? 

진상 손님 응대법은? ,,,,,,,,,,,,,,


돈 버는 찻잔 이야기를 써야 하는 건 아닐까 
 

 그런데 내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일을 글로 쓰는 건.. 못하니 나는 

 영원히 프로가 되기에 2% 부족한 사람이다.  더구나

 본디 건강이 좋지 못한 데다가 얼마 전에  수술까지 받게 되어 

병원에 입원하면서  맘이 한없이 약해지는 중이었다.

몸이 무너지니 찻잔도 브런치도... 모든 게 부질없었다. 


그러다 이 단어를 만났다.

鈍次

鈍次

어느 나라고  잘 사는 사람은 잘 사는 사람 나름대로의 사회적 책무가 있다는 , 노블레스 오블리주

그 걸 제대로 실천하면서 살아 존경을 받는 경주 최부자집 현판에 쓰여 있다는 둔차라는 단어






현판으로 쓸 정도면 그 집안의  사는 생활철학의 핵심이었을 것이다.


 1등보다 어리석은 듯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존재감이 있는 2등 버금을 나타내는 말인

둔차가 내 마음을 움직여 다시 브런치로... 나왔다. 

그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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