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젊은 영혼들이 맨몸으로 탱크와 총과 싸우다 화염병 드는 광경이 거실 창 밖으로 보이는
대학교 정문 앞 빌라에 살던 시절. 그렇다. 나는 그 짐승 같은 미친 시기에도 품에 안은 자식들
핑계로 강 건너 불구경해서 살아남았다.
"강한 자는 살아남는다."를 "비겁하고 이기적인 자는 살아남는다 "로
"살아남은 자의 슬픔"은 "살아남은 자의 변명"으로 바꾸어서.
그렇다! 나는 본래 이기적이고 비겁하고 소심한 사람이다
매음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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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살 바엔 -
왜 살아야 하는지 그녀도 모른다.
쥐새끼들이 천장을 갉아댄다
바퀴벌레와 옴벌레들이 옷가지들 속에서
자유롭게 죽어가거나 알을 깐다.
흐트러진 이부자리를 들추고 그녀는
매일 아침
자신의 시신을 내다 버린다.
무서울 것이 없어져버린 세상.
철근 뒤에 숨어 사는 날짐승이
그 시신을 먹는다.
정신병자가 되어 감금되는 일이
구원이라면
시궁창을 저벅거리는 다 떨어진
누더기의 삶은......
아으,
모진 바람.
이연주 - < 매음녀가 있는 밤의 시장 >
산다는 게 진실이라는 몸을 파는 매음녀처럼 느껴졌던 시대, 제정신으로는 생존하지 못하고 정신병자가 되어 감금되는 일을 오히려 구원이라 생각하게 했던 시절. 이 시인의 순수한 영혼은 끝내
현실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이라는 극단의 길을 택하고 만다.
글과 현실 참여의 최고의 정점으로 귀하게 여기며 소중하게 간직해 온 책 들을 오랜만에 펴본다
저렇게 순수할 자신이 없기에 국문과 생들의 로망인 시인의 꿈을 버렸고 교사운동도 동료 교사
틈에 끼어 겨우 서명 명단에 한두 번 부끄럽게 올리다가 최소한의 연금 나오는 기간까지만
버티다가 교사직도 버렸다.
그리고 아무것도 누군가에게 무엇을 강요하지 않고
그냥 진심으로 차 한 잔 제대로 대접하는 찻집 주인이 된 것이다.
누가 당신의 구질구질한 변명 듣자고 했나?
그냥 링크 거는 게 머가... 힘들다고..
욕하셔도...
구질구질한 변명꾼.. 늙은 내 찐 자화상이다.
지금처럼 고급 생두도, 고급차도 , 완벽한 비율로 섞인 커피믹스도 없던 그 시절. 가끔 미국 다녀오신 지인에게서 냉동 동결 미제 오리지널 인스턴트용 커피 한 봉지 받으면 득템 했다고 즐거운 비명을 지르던 그때. 차대 접이라면 분말가루 진득한 거의 수프 수준인 땅콩 차나 율무차, 설탕 범벅인 유자차, 아니 가장 흔한 것이 맥스웰하우스 커피, 프리머, 설탕을 적당한 비율로 섞어서 만든 커피 대접이었다. 어떤 이는 커피 2스푼 프림 2스푼 설탕 2스푼, 어떤 이는 커피 1, 프림 2, 설탕 3 어떤 이는 커피만 1 등으로 커피와 프림과 설탕의 배합 취향도 제 각각이었던 시절. 그 사람의 커피 배합비율을 안다는 것이 곧 그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고 질문 없이 알아서 커피 한 잔 타주는 것이 친하고 가깝다는 증명이 되던 시절.
그 시절 부끄러운 자의식이 있던 주변의 지인들은 금욕적인 커피를 원하고 좋아했다.
달달한 욕망의 설탕 빼고 허세의 거품인 프림 빼고 딱 한 스푼의 커피 알갱이만 투박한 도자기 머그컵에 투척해서 뜨거운 물 가득 넣어서 마시던 그런 커피.
도자기 머그컵은 청각장애인 작품 전시회에 가서 사 준 못생겼지만 진심이 담긴 도자기 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