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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a웨이 Dec 10. 2022

찻잔보다  김장 김치통

- 밥그릇과 찻잔-


   째-- 만 내는 인생. 


 절인 배추에 김치 다대기를 척척 바르는 손 대신

 우아하게  차 우리며 노트북 두드리는 일을 더 좋아하는 손을  가진

  나는 막내 여동생의   뒷담화에서 저렇게 까였다. 째만 내는....

 물론 발끈했다. 화를 가라앉히려 차 한잔 마시려 찻잔을 들었는데 그  정갈한 찻잔에도  빨간 김치 다대기가 묻는 환상이 보이더니 내 환상도 깨진다.

동생과는 한 몸인 줄 알았는데.. 역시.. 두 몸이다

그렇지 않아도 김장철이 되면 이상한 열등감에 우울한데... 원플러스 원 우울을 

선물 받았다.


 다음에.. 다음에.. 언젠가  할머니가 되면  친정 엄마처럼 김장도 쓱싹, 손주들이 좋아하는

팥죽도 후다닥, 고사리 , 숙주나물.. 그 재료 손질도 복잡한 육개장도 한 솥 펄펄..

  그럴 줄 알았다. 그러나

 할머니가 된다 해도  절대로 나아지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뿐인가 이제 몸이 망가져 

결혼한 딸 냉장고에 들어갈 김치통도 딸 이모들인 동생들 김치로 구걸하듯 채우는 나 자신이 한심해서

우울한 참인데......


"엄마 냉장고에 머가 들어있는지 아느냐?"라며 먹을 거도 제대로 안 챙기는 걸 비난하는 듯한

 동생의 질문은 나를 더 열받게 했다

"그럼 너는 오늘 양로당에서 엄마가 신참 할머니와 자리싸움으로 기분 상한 일을 아느냐?"

라고 속을 쑤시는 대답 하려다 너무  졸렬한 것 같아


"너는 지금처럼 니식으로  잘하면 돼."

"강요하지 마 다 각자 지금이 최선이야"

라고 마무리했다.


냉장고 이야기는 엄마의 먹거리 점검이니 몸에 대한 이야기고 

자리싸움 이야기는 엄마의 마음에 대한 이야기다 

냉장고 열고 먹을 것 점검하는 자식과 엄마의 마음을 살피는 자식

누가 더 효녀인가?



먹어야 사는 밥그릇의 세계는


밥 버는 일이어서 동물의 왕국 같은 약육강식의  잔혹한 초원의 세계이다.

  큰 밥그릇 작은 밥그릇  서열이 벌어지며

밥그릇의 많고 적음이 우월과 열등 성공과 실패로 구분된다.

금 밥그릇 은 밥그릇 동 밥그릇 흙밥 그릇.. 출생부터 갑 을의 불평등 도

숨겨져 있다.


마음의 길인 찻잔의 세계는

안개 자욱한 안 보이는 세계이다 

명상, 꿈, 상상력이라는 헤드라이트를 켜며 가야 겨우 표지판을 만나는 길이다..


가까이 다가온 사랑도 잠시 한 눈 팔다 놓치기도 하고

자신의 길이라는 표지판을 만났음에도 확신이 안 서 끝내 용기를 못내

머뭇거리다 자기 길을 못 가고 주행을 마치는 인생도 있다.



 찻잔과 

 밥그릇은 꿈꾸는 길이 다르다

밥그릇은 성공, 일등, 많고 크고 셀수록 성공이고 

찻잔은  버리고  비울수록 더

  많이 채우는...


눈에 보이는 밥그릇의 힘이 너무 강하고 그럴싸해서 

찻잔은 늘 깨진다

 그럼 술잔은.. 술잔은 도피처이다.


마음이 분명 제 정체를 분명히 드러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의 길을 따라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마음의 길은 몸의 길에서 얻은 모든 것들을

미련 없이 버리는 용기와 마음이 꽃필 때까지의 긴 시간과 공력이  필요하다.

 두려워 마음을 속이고 계속 도피하면

마음은 정처를 잃고 방황하다가

술잔으로 도피하고 숨는다

술잔 돌리기는 도피한 사람들의 과장된 코스프레다

갑질의 극인 황제 코스프레로 술잔 돌리기를 제안하면

을의 극인 노예 코스프레로 술잔 돌리기에 동참한다.


나라 전체가 먹고사는 일이 다급했던 내 젊은 시절은 

밥그릇 중심으로 

힘 있는 남자들만이 밥벌이를 독차지했고  

퇴근 후   술잔으로,,

일차로도 모자라 이차로 맥주잔 입가심에 삼차.. 까지 하던 시대

세상이 변했다.


 호수 주변이 카페 천국 그것도 대형으로  


찻잔의 시대다



어둠 속에 감금되었던 마음들이 환한 햇빛으로 풀려나서

감금한 범인들의 진상을 낱낱이 고해 받치는 금쪽이네 상담소 , 이수근과 서장훈이 나오는 물어보살

.... 대 유행이다.  티브이만 켜면 감금되었던 마음이 해방되는 소리다.

   

자신의 재산과 돈을 유지 증식시키는데 균형 있는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듯이 

인생도 찻잔과 밥그릇과 술잔에 대한 균형 있는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 

안전하게 밥그릇을 열심히 채워야 하는 시기가 있으며 

위험하지만 도약을 위해서 용기 있게 찻잔으로 이동해야 할 시기가 있고

머뭇거리고 도피하는 술잔의 혼돈 시기도 있다


인생이막은 이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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