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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a웨이 Dec 15. 2022

집으로 돌아가자,차 마실 시간이다

-따뜻한 선물-

 

 내가 준 선물이  원플러스 원을 하여  선물 같은 시간을 선물로 되돌려 주었다.

 선물 받은 선물 같은 시간에   선물 같은 브런치 글로  선물한다

 




몸이 거주하는 공간이 바로 나 자신이다. 

내 몸이 변했으니 공간도 변해야 했다. 

미루고 미루다 드디어 집안 정리를 했다. 정리는 버리지 않고는 불가능했다

정리 물건 중 판매 가능한 물품들은 당근 마켓에 , 좋아하는 카페에 위탁 판매했다.   

그중에서 정말 판매가 불가능한 것들  몇 가지가 있었는데 내 마음까지 담겨서 물건이라기

보다 생명체로 느껴지는 것들, 그중 하나가 이 아이보리빛 빈티지 라디오다





메이드 인 잉글랜드, 이베이를 검색하다 중고로 건진 것인데

몸체는  약간 느끼한 아이보리 빛깔로  우아하고 정갈한데 이 우아함과는 달리 라디오 소리는  지지.. 잡음도 내는데 이 잡음조차도 털털한 시골 아줌마들의 가만가만한 수다처럼  편하고 따뜻하게 느껴져 반전의 매력도 있었다.

 새 라디오 소리가 말과 말 사이를 명확하게 구별 지어 찻잎 하나하나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어  조심스러운

 흰 백자 찻잔이라면 이 빈티지 라디오는 

잡티도 그냥 있는 듯 없는 듯 가려줘서 편안한 분청 찻잔이다... 그 분청 찻잔에 잘 발효된 황차 한 잔 우려 마시는 것처럼 편하고 따뜻하게 공간의 기운을 바꾸어 주던 라디오.


 주인 될 사람이 바로 생각났다. 내 오랜 친구인 장 샘. 

미끈한 도자기용 물레, 돌리지 않고 일일이 손으로 조몰락거려서 작품을 만들어 내는 미술교사 출신 작가. 

찻집 매장에서는 매끈하고 손맛의 그 자연스러움보다는  짧은 시간에 매끈하게 나오는 가성비 좋아 판매하기 좋은 상품들에게 밀리는.. 그래서 내가 상처도 준 장 샘.

 몸과 시간 마음을 오롯이 집중하여 뼈 꼴빠 지는 노동으로 무언가 만들어 내는 핸드메이드 작가.  

인생 자체가  핸드메이드다. 생각해보니 장 샘에게 받은

 선물 모두 진정한 핸드메이드였다. 꽃병에 꽂으라고 가져온 직접 키운 나무, 꽃들 (본인 몸으로 풀 뽑고 , 씨 뿌리고 거두는)  직접  만들어온 주스, 나물반찬, 직접 볶은 커피, 밥에 넣어먹을 때마다 약간의 죄책감을 느낄 정도로 힘들게 깠을 은행알... 뿐인가 그가 쓰고 싶어 하는 소설의 주인공도 사회의 틀에 빨리 적응하여

성공이라는 성취를 이룬 사람이 아니라 그냥 틀 밖에서 사람들이 무의미하다고 외면하는 사람들이다

 

역시. 새 주인과 빠르게 교감했음을 증명하는 저 동영상 톡이 왔다. 기뻤다.

뿐인가.. 저 선물 가지러 왔다가 놓고 간 그림책에서 나는 인생 찻잔 한 개를

선물 받았다. 선물이 원플러스 원으로 되돌아온 샘이다.




장 샘이 좋아한다는 작가 존 버밍햄 그림의 "검피 아저씨의 뱃놀이"라는 그림책이다


그림책이니 스토리는 간단하다.

강가에 사는 뱃사공 검피 아저씨는 배를 띄운다. 가는 도중 배 타고 싶어 하는 모든 존재들을 태운다

근데 배의 안전을 위해 조건이 있다.

꼬마들은 싸우지 말아야 하고, 토끼는 깡충 뛰지 말아야 하고, 염소는 뒷발질하면 안 되고, 개, 고양이, 토끼 서로

건들지 말아야 하고....... 그 존재들이 살아있다는 증명인 행동을 못하게 금지한다.

그래도 여행을 하고 싶어 모두 참고 견딜 각오를 하고 배에 올라탄다

얼마 안 가서 자신의 본성이 나온다 

-꼬마는 싸움을 하고

염소는 뒷발질하고 , 송아지는 쿵쿵거리고, 닭들은 파닥거리고, 양은 매에 거리고,

돼지는 배 안을 엉망으로 만들고.......-


배는 기우뚱 모두 물속으로 빠진다.


겨우 기어 올라가 몸을 말리자.. 아저씨가 

"다들 집으로 돌아가자, 차 마실 시간이다"


따뜻한 차 한 잔을 준다






싸우지 않는 꼬마는 살아있으되 살아있는 게 아니다.  싸우는 시간이 꼬마의 중요한 인생이다

토끼가 깡충깡충 뛰지 않으면  그것 역시 살아있는 게 아니다.


고양이에게 토끼를 쫓아다니면 안 된다는 시간, 개가 고양이를 못살 개 굴면 안 된다는 시간

돼지에게 더럽히면 안 된다는 시간, 양이 시끄럽게 울면 안 된다는 시간,

그 시간들은 이들에게는 살아있으되 살아있는 시간이 아니다.


살아 있다는 것은 항해를 하는 것이고 항해를 하면 

방구석 안에 있는 것 하고 달리 쫓기기도 하고 쫓아가기도 하고 싸움도 하고

배도 뒤집히고....

안전한 곳에서 익숙한 일상을 보내면 물에 빠질 일도 없겠지.

 

...................내 고민과 걱정이 모두 내가 살아있음에

따라오는 당연한 일임을, 

그리고 그렇게 이해하려해도 않되던 "세상의 거친 물결에 떠내려가다가

문득 발이 닿는 천처라는 다법을 이해하게 되었다



배가 뒤집혀 힘든 모든 분들에게

그림책 검피 아저씨의 찻잔을 선물합니다.


따뜻한 따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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