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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a웨이 Jan 19. 2023

15 나와 너의 찻잔

-상조(相照) 다법-

- 폭탄 톡과 이모티콘 하나 -


카톡 카톡  ~~~


새벽부터   카톡 소리 요란하다

소리를 죽이고 잠자리에 든다는 걸  깜빡했나 보다


카톡 카톡 ~~~

쉬지 않고 날아오는 폭탄 톡.   답 톡이 필요치 않는

 오직 자기 마음만 쏟아내는 단답형 문장 톡.

 오늘은 톡 속도가 다른 날에 비해

두배 빠른 걸 보니 읽어주어야 할 톡  

 분량도  두 배가 되리라.



환우  카페에서 만난 그녀는 카페 회원들에 대한 애정이

넘치도록 많은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이다.

태어나기를 짠한 사람 지나치지 못하고 자기 치마폭 안에  다 감싸고 보살펴주어야 본인이 살아있는 것처럼 느끼게 태어났다.

 오지랖이라 부르는...그녀는 그 오지랖이  남들보다

유난히 넓다.  



더구나 동병상련...

남의  아픈 마음과 내 아픈 마음이 비슷하게 닮아

마음이 경계 없이 무장 해제되는 모임 아니던가.  

그녀의 오지랍 자락이 동영상,그림,시.. 로

확대되어 게시판을 점령했다. 거기까지.. 딱 그만큼만  했으면

 딱 좋아!!!인데

넘어서는 안 될 선을 오버하더니 쪽지, 문자, 폭탄 톡..

질린 회원들은 카톡에서 그녀를 차단하기 시작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녀의 오지랖에 말려 도움받다가는 의도하지 않게

그녀의 자화자찬 수다 속에 비운의 불쌍한 주인공이

돼야 함은 물론이고 남들의 뒷담화에 올라 자존심

까지 상처 입는 수모도 당하는 일도 종종 벌어졌으므로.


오늘, 그녀의 톡 내용도

, 힘들게 사는 친구 에게  송금 는데

고맙다는 말은커녕  재송금과  욕을 들었다고

. 억울하다.라는 톡.   



바보야, 그게 아니야

넌 친구 자존심을 건들었어.

네가 돈 부족하면 말지. 왜 친구들에게

모금은 하구? 너 제정신이니?


이렇게 답 톡 보내고 싶었다.

그러나 침묵한다.


왜냐 그녀는 한 번도 내 의견을 물은 적 없다

내 의견이 궁금하지도 않다  

 그냥 들어줄 누군가만 필요하다


바쁜 아침시간이지만

이모티 하나 찾아서 보낸다

 그것도 잽싸게~~~

기왕이면

신상 이모티로 ~~  보내려 조금이라도 꾸물대면                                    

그 사이를 못 참아


선생님도 차단이시군요


차단당한 상처 후유증 톡 날아올까 봐....


폭탄 톡과 이모티 하나     

그녀와 나의 아슬아슬한 마음 나누기다.





왜 나는 차단하지 못하고

이런 아슬아슬한 관계를 유지하는 걸까..

그건...






독좌는

동굴 속으로 홀로 들어가 내 찻잔을 살피는 일이다.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빠진 나르시스처럼

홀로 찻물에 비추어 들여다보는 내 마음의 얼굴은

상처 없이 조용한 완벽한 세계다.


그러나 그런 평온은 어쩌다 다. 마음은  늘 흐르고 움직인다

마음이 끌려 내 동굴 밖을 서성거리는 누군가를

 나도 마음이 끌려 들어오게 한다거나

나 또한 누군가의 동굴로 들어가게 되는 게 인생이다.  

나 아닌 타인이 내 동굴로 들어서는 순간

혼자만의 완벽한 세계는 단번에 깨지고 늘

불완전하고 부족하고 그래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려고

 다투고....




이 각자의 마음 공간이었던 동굴을  품위 있게 나누어

쓰는 방법을 통찰하는 게 상조다 법이다  





거울은 우리 모두가 본래 가지고 있는 청정무구한 마음이다. 거울은

아무 생각 없이 비치는 대상을 되 비출 뿐이다.

상조 (相照)란 한 명의 팽주와 한 명의 손님이 자리를

바꾸어  서로에게 차를 대접하는 다법이다.

좋은 차가 손에 들어왔을 때 손님이 차와 다식을 가지고

차우의 다실을 방문한다.

팽주가 손님을 맞이하여 미리 준비해 준 다관을 먼저 행다 하여

손님과 차를 나눈다. 다관을 새로 씻고 찻잔을 다시 닦아 놓는다.

번다함을 피하여 같은 다관에 손님이 가져온 차를 담도록 한다,

주객이 각자의 차 단지를 들고 이동하여 자리를 바꾸어 앉으면 이번에는

손님이 행다 하여 다실 주인에게 차를 낸다

주인과 손님의 위치가 바뀌는 것은 원래 고정된 주체와 객체가 없음을

대상에 집착하지 않음을 부딪치는 경계에 걸림 없음을 뜻한다.

- Tea &Culture 잡지  2020 /11/12 숙우회-



숙우회 수업에서 상조 다법을 배울 때

끝장낸 인연 하나가 생각나서 마음이  씁쓸했다

상조다법을 배운 뒤에 그 인연을 만났으면

그렇게 끝을 내지 않았을 텐데...


그분은 요즘 한창 몰아보는 드라마

품위있는 그녀, 펜트하우스, sky캐슬. 마임에 나오는

짝퉁 사모님들이 아닌 찐 사모님의  진정성도 있는

갤러리 주인이었다.

나도 잘했지만 그분도 내게 참 잘해주신 분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서울에서 심야버스 타고 돌아오는 중에

나는 마음이 늘 체했다

왜 체 했는지.. 한참 후에야 알고 점점 발길을 끊었는데

그분과 나의 관계는 .....


설사와 변비.......라는

엽기적인 단어가 생각난다.

그런 관계였다

찻잔들고  상조다법을 배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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