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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a웨이 Jul 08. 2023

 고등어 무조림 같이 먹자!

-위로는 셀프가 아닌 주고받는 세트메뉴  -



항상 내 위로는 셀프 위로였다. 나 혼자 위로를 주고받고.


내가 힘들다고 누군가 불러내서 주절주절 내 상처 까발리기 싫었고 금쪽같은 시간을 나 때문에 낭비하게 하고 싶진 않았다. 무엇보다 아무리 가까워도 내 상처가 자기 상처가 자기 상처가 내 상처가  되는 사람은 없다는  씁쓸하지만 진실인 인생의 냉정한  본모습을 다 보았다고 생각했으므로..


내가 가장 쉽게 나를 위로하는 방법은   그냥 무조건 나가서 걷기였다. 재래시장, 오래된 거리, 걷다가 골동품 가게 들어가 골동품 구경하기 , 배가 출출해지면 길거리 음식 사서 치즈 질질 흐르는 꼬치 들고 걸으면서 먹기,  전시관에 들러서 눈 정화시키기 , 도서관에 가서 신간 서적구경하기 , 그러다 지쳐 쉬고 싶을 땐 냉난방 완비된 은행 소파에 앉아 시원한 물 종이컵에 따라 마시면서 신간여성잡지 읽기,

조금 더 깊은 위로가 필요해 울컥할 땐 독립영화관에 가서 독립영화 보면서 울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이  눈물  숨기기에 좋아서 간 공간이  영화 때문에 오히려 깊은 위로를 받은 적이 많았다. 그래서  시내버스 타고 가야 해서 좀 번거롭긴 했지만 국립박물관 지하 유물관이  눈물자국 들키지 않고 맘껏 훌쩍이는 나 홀로 위로.. 코스로 바뀌기도 했다.

 그러다 적금이라도 타 통장이 두둑한 때나 , 호수 다리 아래로 뛰어들고 싶을 정도로 마음이 다운될 때  그런 날은 가급적 살던 곳에서 먼 곳으로 도망가곤 했었다.  먼 곳이라 해 보았자  서울행 고속버스 타고 강남 터미널에 내려서 신세계 백화점 위, 아래로 한 바퀴, 지하터미널 상가 한번 휘휘 도는 거였지만... 지방에는 아직 나오기 전인 트렌디한 소소한 생활도구들을 사고 주머니가 넉넉하면  내 최애 브랜드인 시스템, 같은 브랜드라도 지방에는 잘 안 내려보내서 서울에만 있는 색깔이 오묘한   니트 스웨터 한 장 구입하여 당장 그 자리에서 갈아입고 돌아다니다 보면 마음의 기운이 바뀌어 다시 살 기운이 났다.  그러다 보면 내가 화낸 이유도 내 상처의 원인이라 생각했던 사람에 대한 미움도 사라져  사는 곳으로 돌아올 막차에  오를 때면 나를 열받게 했던 사람들을 위한  머.. 망치로 깨먹는 과자라든지.. 생전 처음 보는 먹거리로 가득 찬  쇼핑백을 버스 짐 칸에 넣곤 했다.



-샘 머 하셔요?-


내 오랜 친구 장 샘이 있다. 미술교사, 도자기 작가를 거쳐 그림책 작가수업 중이다

이 친구는 혼자만의 위로질쟁이인 나와는 달리 , 위로라고 구태여 째 내는 말도 필요 없이 힘들 때나 안 힘들 때나 일상을  홀로가 아닌 항상 같이하는 것을 좋아하는 친구다좋은 거 있으면 자연스럽게 늘 단톡에 공유한다. 트렌드에는 관심도 없다. 


-집 치우는 중. 왜? 장 샘은 머 하는데?

 

잘못된 혼자 만의 위로가 위로는커녕 우울증이 되는 걸 보고 온 길이었다.

다관이 깨져 다관 하나 고르려 도자기 가게에 들렀다. 문 앞에서 마주친 내 나이 또래의 손님. 갈 때마다 만나는 손님이신데 오늘도 출근하셨다가 나가시는 중인가 보다. 이곳이 위로의 공간이신 듯하다. 마침 문 앞에 정차시켜 놓은 차 트렁크에 방금 전에 쇼핑한 물건들을 싣는 참인데  이미 며칠 전부터 사서 쟁인 도자기 생활 자기가   포장지 개봉도 안 한 채 차에 고대로 있었다. 우울병 치료 차 병원 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쇼핑으로, 돈으로, 혼자 만의 위로질은   위로가 될 수 없음을 안타깝게 그분을 통해 깨닫고 있는 중이었다



몸이 흔들리니 마음도 흔들린다.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다가 몸 상태가 안 좋아지고 고통이 시작되면 

이상하게 먼가 먹고 싶어 지는데 그 먹고 싶어지는 게 먹어서는 안 될 온 커피집의 검정깨 팥빙수, 베스킨라빈스키의 맥심스틱바 모카골드 마일드, 화이트 골드 마일드이다. 양도 하나로는 부족해서 스틱바는 한 번에 열개씩 사 온다. 엄청 많아서  먹고 나면 살이 찔 것이고 혈액순환은 막힐 것이고  뼛속까지 차가워져 손발이 오그라질 것이며  통증의 고통으로 더 힘들 것이 뻔한  먹거리. 


-고등어 조림 하는 중인데  맛있게 생겼지요.? 샘 불러서 같이 먹고 싶네요- 

 

상상만 해도 침 넘어가는 오래오래 조려 양념장이 잘 배인 무 고등어조림을 사진으로 찍어 보냈다 

 장 샘이 내게 보내는 위로는 위로라고 한 번도 유난을 떤 적 없다. 그냥 오늘처럼 집밥을 해서 자기 집에서 같이 먹거나 직접 키운 푸성귀 나물무침 같은 반찬을 내 공간으로 가져와 같은 공간에서 같이 먹어주면서 시간을 같이 보내 주는 것이었다.  




  

 

-그림책 만들 그림 그렸어요.-


장 샘의 꿈이 그림책 작가로 변했다. 창작 그림책을 만든 흔적들을 보면서  

장 샘의 그림책 속 할머니가 되어 들어가 본다. 남의 꿈속으로 들어가니 나도 생기가 난다. 리뷰도

한다. 내가 위로를 받는다. 제대로 위로하는 것이  제대로 위로받는다는....

  위로는 혼자 하는 단품이 아니라 세트메뉴임을  배운다




혼자 위로한다는 것은 반쪽 자리 위로이고 

그냥 밥 한 끼 같은 공간에서 먹는 것도 굉장한 위로임을 

내 마음에 누군가를 위로해 줄 마음이 우러나게  위로해 주는  사람에게서 

받는 위로가 진짜임을 배운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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