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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a웨이 Jun 27. 2023

결혼식 하객 참석 후 귀갓길 나 혼자 부르는 노래

- 오~~~ 새드 무비-



 - 나 내려줘!!! 안 내려주면 이 차 문 열고 뛰어내린다-

소리를 바락바락 질렀다.

이제 확실히  할머니가 된  내 입에서 튀어나온 말이다. 나도 뱉어 놓고 놀랐다.

참으로 오랜만에  큰맘 먹고 참석한 결혼식이었다. 코로나 핑계로.. 이후는 건강 핑계로  마음만 축의금으로 보내고 몸은 움직이지 않은 지 몇 년 된다. 불참 이유에 나이 들고 병들어 변한 외모, 날 인근 도시결혼식장에 실어다 줄 남편이 시력문제로 운전이 불안해진 것,  그래서 내 몸이 이동할 때 누군가의 차를 얻어타는 신세를 져야 하는 게 불편해서..... 갈수록  이유는 더 늘어나는 중이다

  

아니 , 본디 젊은 시절에도   결혼식 하객 자리는 내게 편한 자리는 아니었다. 

사람마다 꿈꾸고 머무르고 싶은 공간, 서고 싶고  앉고 싶은 자리가 다 다르다. 모든 스타들이 밟고 싶어 한다는 레드카펫자리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자신 만의 동굴에서 자신 만의 은빛 판타지에 살던 은빛 여우가 나름 행복하게 뒹굴던 꽁꽁 숨긴  은신처 동굴을  느닷없이 침입한 카메라 불빛에 들켜 은빛털이 실은 늙어서 생긴 흰머리이고 동굴은 더러운 낡은 마른 풀잎과 말라가는 열매로 이루어진 공간이라는 현타로 사라질까 봐. 그래서 주인공 자리, 사람들의 시선이 몰리는 자리는 심지어 찻집 직원들이 만들어 준 생일파티 케이크커팅자리도 나는 불편하고 피하고 싶다.


 우선 내 외모부터가 작고 못생겨서 주인공이 될 외모가 아니다. 한참 잘 나가던 조영남이 여성 잡지 인터뷰에서 제일 싫어하는 여자 이야기를 하는데 두꺼운 안경 쓰고 단발에 화장기 없고 비사교적이고 무겁고 진지하고.. 어? 저거 내 이야기 아녀? 하고 깜짝 놀라였는데 조영남이 제일 싫어하는 여자 조건에 퍼펙트하게 딱 맞는  여자가  바로 나다. 나도 조영남.. 당신이 싫거든.. 하고 쿨쿨 웃고 넘어갔던 적도 있다. 


  결혼식 공간의 조명은 휘황한 샹들리에 불빛이다. 그 불빛에 어울리는 것들은 자연이 아니라 약간의 가공된 것들이다. 그래서 산이나 들꽃, 야외에서는 불편하게 보이는 성형 얼굴도 어디 나가는 여자 같다고 남편들이 싫어하는 진한 화장도 봐줄 만하다. 오히려 결혼식장만큼 자연 햇빛에 탄 얼굴, 화장 안 한 얼굴이 초라해 보이는 공간이 또 있을까?


그리고.. 일단 파티에 가까운 이 결혼식 세리머니 풍경에 덥석 들어가면 바로 어울리는 유머와 우아한 말솜씨 같은 사교적 언어를 세트로 작동시켜야 한다.  그러나 나는 "나 홀로 산다"에 나오는 기안 84처럼 동작도 

어눌하다..  언어도 어리숙하고... 시중에서 남발하는 언어를 쓰는 것은 쪽팔리는 일이고 어색해도 내가 직접 만든 내 언어를 쓰려고 끝까지 고집하는 캐릭터. 카페에서 서로 눈을 정면으로 맞추는 자세가 불편하고 같이 앞풍경을 보고 옆으로 나란히 걷거나 앉는 걸 좋아하는 캐릭터  


아니다. 솔직하게 말하면 , 진짜 가장 큰 이유는 상처 입기 싫어서이다.

어느  결혼식에든 가면 꼭 바른말만 정확히 하는 똑똑한 친척이 있고 그 너무도 똑똑한 친척이 똑 부러지게 찾아낸 내 가장 아픈 상처만 집어서 하는 예상되는 질문.


니 아들 잘 사나? -뻔히 잘 알면서.. 아버지와 사이가 안 좋아 발길을 끊었는데.-

맨날 글 쓴다 하더니  책은 언제 나오냐? - 내가 언제... 내 입으로 글 쓴다 말 한 적 없는데..-

그 좋은 교사 자리 버리고 시작한 찻집은 잘 되냐? - 정말 몰라서 물어? 거의 이십 년 차가 돼 가는데..-



예상 질문은 딱 맞았다. 상처도 받았다. 

결혼식날 하객으로 어울리는 인생이 있다. 

세상 사람들이 정상이고 성공이라 일컫는 인생, 내 인생은 하객인생과는 정 반대의 길이었다

처음부터 갈까 말까 몇 번이나 망설여지는 결혼식이었다. 남동생에게 축의금이나 전달할까. 

촌수로 따지면 내겐 친정 외삼촌 손주 결혼식으로 멀다면 멀다. 하지만 이 결혼식의 혼주인 내 조카는 이 지역의  마당발이고 의리남이어서 내가 신세 진 게 많고 , 혼주 엄마인 내게는 만년 새언니는 친정이 가장 위태위태하고 힘들 때 내가 사네마네하고 남편과 이혼하려 했을 때 진심으로 아낌없이 마음을 내어 도와주신 분이셨다

내가 아프고 나서 사라지자 자신과 연을 끊었다고  엄청 서운해하고 화를 내셨다던 분..

늘 마음에 걸리셨던 분. 그래서 전날까지 안 간다고 하다가 저녁 늦게 서야 번복을 하고 참석한 결혼식이었다


"아이고 많이 아팠나 보네. 얼굴이 왜 이렇게 변했어" 

혹시나 하는  내 기대는 예상 질문에 플러스 생각지도 않은 질문까지 받아 역시나 상처로 마무리되고

 결혼식장의 젤 꼴불견인 진상하객 중의 하나인 결혼식이  끝나기도 전에 음식 먹으러 가는 행동을 했다

 가장 가까운 여동생 둘과 그들의 남편 들과 뷔페 나오는 층으로 올라가 영혼 없는 점심식사를 했다

 

 먹는 둥 마는 둥 배를 채우고 주차장에 나왔다. 그 주차장에서부터  결혼식 하객 참석의 

 마지막 세리모니가 기다리고 있었다. 결혼식 참석을 얼마나 후회했는지...


 내가 결혼식 참석을 전날 저녁에  번복하는 바람에 느닷없이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나를 태우러 왔던 

막내 여동생이 오후에 일이 있어 서울로 상경하는 바람에  나는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중간에서 남편이 마중 나온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그런데 예식장이 변두리여서 택시도 시내버스도 대중교통 이용이 불가였다. 어쩔 수 없이 바로 본인의 카페 오픈 시간에 맞추려고 마음이 조급해 있었던 동생부부차를 타게 되었다 민폐를 싫어하는 내 성격상.. 여동생이 운전하는 게 아닌 동생 남편이 운전하는 차는 불편하고 미안했다

그리고 이 동생남편은 가장 바른 소리 잘하는 내 가장 똑똑한 친척 중 하나이다 


친정아버지 제삿날 일하려고 그냥 흰 티 입고 청바지 입고 갔다가 러닝셔츠바람으로 제사 왔다고 

한 소리 들었고 , 내가 교사자리 사표 내고 다른 길을 가려했을 때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나에게 

듣기 싫은 소리를 한... 


그렇지 않아도 불편하고 미안한 내  마음에.. 그리고 결혼식 하객으로 상처 입은 마음인데.. 빨리 

내리고 싶어 내가 원하는 차 운전로드에 대해서  말을 했는데 그 말을 큰소리로 막았다. 

나이를 먹어도 내가 저보다 더 먹은 처형한테 ..저렇게 큰소리로 ..가르치듯 ..

내 살아 생전에 그렇게  소리 질러 화를 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안 내려  주면 뛰어내린다니....

당황한 동생 남편은 나를 내려주었고 울먹이는 내 전화소리에 남편은 약속 장소 보다 더 

가까운 데로 데리러 왔다 .무슨 일인지 묻는 남편에게 말하고 싶은 기운도 말할 내용도 없어 침묵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 내내  둘째 언니가 젊은 시절 좋아했던 지방방송 FM에서 들었던,

  내 인생 최초의 신문화였던 팝송을 계속 중얼거렸다 


https://youtu.be/wR29Bc8ZLu4


오~~ 오~~~ 새드ㅡ 무비를

오~`오~~ 새드 라이프로.. 바꾸어서


내 작고 늙은 몸에는 한번도 소리 내 보지 못하고 숨어있는 화가 용암처럼 지뢰처럼 숨어있었다.

참는 것이 배려다. 예의다. 우리 세대에는.. 그랬다. 그러면 그 화는 어디로??? 그 화가 모여서

내 병을 만들고 그래도 남은 것이  지뢰로 일상에 터진다. 오늘처럼...  작은 언니는 우리 가족 중 유일하게

자기 화를 정직하게 눈치 보지 않고 배출했다. 그래서 불만도 많았다

노후에 이르러 보니 다 자기 나름의 최선이다. 쉽게 변하지도 않는다.


친정엄마 팔순 때 욕하고 다투었던 일이 

내 회갑 때 그대로 외양만 변하고 본질은 변하지 않고 또 다투었고

친정엄마 장례식에도 비슷한 일로 또 다툴 것이다 . 똑같이 반복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욕먹더라도

화날 때 화내면서 사는 인생으로 바꾸면 내 인생이 달라질 수 있을까.


살면 살수록 짠하고 슬픈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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