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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a웨이 Jul 22. 2023

 굿모닝,베이비부머 노인!

-다음  부고의 주인공은 바로 당신입니다-

"많은 비가 예상됩니다. 가급적 외출을 자제하시고..."

밤새 그칠 줄 모르는 소나기, 미친바람, 이따금 등장하는 천둥, 번개에 쉬지 않고 찍히는

 긴급 재난 문자다. 공포와 불안으로   자는 둥 마는 둥 하다가



. 쿵...

집 옆 산책로 길에 위태위태하게 서 있던 소나무 쓰러지는 소리에 완전히 잠이 깨었다.

티브이에서는 밤새 물난리로 세상을 떠나신 분들 뉴스가 뜬다.  가슴이 철렁하고 왠지 불안했다.

예감은 맞았다.

부고를 받았다.



  유 선생님의 부고였다. 충격이었다. 나와 같은 나이, 은퇴 전 하셨던 일도 나처럼 교사이셨고  더구나

  나와 같은 병을 앓고 계셔서 동병상련하는 사이였다

  더구나 사모님은 찻집 초창기부터  나와 같이 일을 하신 가족보다 더 가족 같은 관계이신 분이다. 진행성 병이라 아직 그렇게 급하게 세상을 뜰   시기가 아닌데.. 지병이 아닌 급성 폐렴으로 돌아가셨다 한다.

 같은 병을 앓고 있다는 동병상련의 마음에  희망소식이 출몰하면 선생님께도 공유하곤 했는데....


제11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의 카피언어 "다음 주인공은 당신입니다."가

"다음 부고의 주인공은 바로 당신입니다"로 읽힐 정도로 멘탈 붕괴였다.

유 선생님 문상 갈 병원이 내 거주지에서 직행버스로 40분은 가야 할 거리다.  물난리, 산사태로 운전길이 험해 마지막 발인하는 날 오전에서야 겨우  문상을 하고 왔다.

이른 아침의 장례식장은 끝자락이라 썰렁했고  사위, 딸, 아들 친구 지인들이 삼삼오오

드문드문 앉아 발인 준비를 하는 중이었다. 괄괄하고 화통해서 남편에게도 직설언어를 쏟아붓는 성격의  사모님의 기운 다 빠진 모습 을 보니 왈칵 눈물이 났다.

그래도 일년 정도는 고생할 각오했는데..딱 삼일 고생시키고 갔다고 그래서 후회와 미안함으로 너무 괴롭다고. 그러나 나는 안다. 소탈한 것 같아도 은근하게 까다로우셔서 손길이 많이 필요했던 유선생님 성향을.그리고 사모님이 얼마나 애 쓰셨는 지를 ...유선생님이 마지막 사모님에게 남기셨다는 말씀이 - 사랑한다. 고맙다 - 였다는 말에  찌르르 ..가슴이 쿵 하면서 마지막 언어를 저렇게 마무리 하셨다는 건 그래도 인생을 잘 마무리 하고사셨다는 거 아닐까


사회에서 베이비부머라 불러주는 우리 세대 . 문상의 대상이 더 이상  친구의 엄마나 아버지가 아니라 베이비부머 세대 자신들인  시간이 왔다. 노안이 된 것이다.  


이제 더 이상 망설일 시간이 없다. 바로 문 앞에 당도한 노인이라는 진상중의 진상 손님을

맞이해서 이왕이면 준비없이 어쩌다가 아닌 드디어... 준비된  노후을 맞이하고 싶다.



무겁고 진지하게 가 아닌 어린 시절 꼬맹이들이 피아노 레슨 받을 때

도.. 레.. 미...................... 건반 하나씩 하나씩 기초부터 배우는 기분으로

노후에 대한 레슨 이야기를 같이 완성해 갔으면 좋겠다.


도레미파솔라시도 올라간 피아노 음은

도시라솔파미레도 내려온다고 배웠다.

도레미파솔라시도 올라가는 길의 희망과

도시라솔파미레도 내려가는 길의 희망은

다를 것인 즉

내려가는 길에서도 희망을 찾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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