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하고 호쾌한 여자축구 "
- 백모 단차 2021/8 -
호숫가 찻집 안에 젊은 지인이 운영하는 독립서점 이 있다
이 서점과 찻집이 콜라보하여 한 달에 한 번 프로젝트를 한다
프로젝트 이름은 다독다독 (茶讀茶讀) 프로젝트.
매달 얼마를 내면 새로운 책 한 권과 차를 배송해 주는
프로젝트로 벌써 일 년이 되어간다.
다독 , 다.. 독...
茶. 차 마시는 것, 讀. 독서하는 것
이 둘은 닮았다.
우선 이 둘은 꼭 하지 않아도 생존에는 지장이 없는 일이라
생존에 절대적인 밥 먹는 일 , 그다음 일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화장, 다이어트, 주식, 성형 눈으로
단번에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아닌 내면세계 일이라서
읽고 마시면 좋지만 안 읽고 안 마셔도 그만이라고 생각한다는 것
격식 없이 빠른 속도로 마시는 커피,
소설처럼 지루한 묘사까지 견디고 읽지 않아도 집안에서
임팩트 강하고 트렌디한 스토리를 즐길 수 있는 넷플릭스.
이 커피나 넷플릭스에 밀린
차와 책은 화려한 핸드폰 쇼룸 매장에 최신 비싼 폴더폰을
조심스럽게 만져보는 노인들과 닮았다
왕년의 얼리어답터가
새 폰 사용법을 몰라 젊고 스마트한 직원들에게
물어가면서 더듬더듬 앱을 깔고 그러면서도
기 안 죽으려고 젊잖게 잔소리하는
젊은 애들 말로 재수 없는 진지충이 돼버린 유교 노인
찻집이나 서점을 업으로 삼으면서
공간은 사람 드문 호숫가에 자리 잡은 것은
경제논리로 돌아가는
세상의 룰로 보면 미친 짓이다.
여유 있는 놀이터에서 놀이를 즐기는 사람이라는
오해받기 딱 맞다.
실은 우리가 이 공간이 오래오래 유지되도록 얼마나
노심초사하는데 그것도 모르면서..
찻집과 서점 주인장들은
자신들의 삶이 오해되는 걸 끔찍하게 싫어한다.
차라리 자신들의 노심초사를 자신들이 정직하게
기록하고 싶어 한다.
책의 시작이 그렇지 않을까
기록해 보면 안다.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룰은 내 마음속의 꿈과 호기심에
공포감을 조성하는 그냥 빅데이터 속의 통계일 뿐이라는 것을
어찌 보면
어린 시절 받은 학교교육, 가정교육 모두 룰이다.
이 룰, 시스템이 자기답게 살고 싶은 영혼들을 억압하고
방해했을 때
룰이 뭔가를 발견하거나, 룰을 분석하거나 , 룰에 순응하거나
룰을 깨부수거나 , 룰을 이용하거나, 룰에 부서지거나
그 이야기가 책이다.
서점 대표님의 이달 선정 책은
여성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던 축구라는 운동을 통해 이 룰에 대해서
생각하며 기록한 책이다.
오랜 시간 동안 여성에 금지된 축구라는
운동을 화두로 자신이 직접 여자축구선수가 되어
목소리 높이지 않고 담담하게 기록한 글이다.
나는 저 책을 쓰신 저자의 엄마세대 다.
우리 세대는
현모양처라는 룰로 일보다는 가정에서
육아와 살림을 잘하는 여자가 되라고 부추겼고
여자가 경제적 독립하는 걸 은근히 막아서
여자들이 여자 삶을 두레박 팔자라고 자조적으로 쓰는
모순의 시간을 보내게 했다
그러다 겨우 독립적인 일을 얻어 어렵게 일을 했더니
여교사 여류작가 여류화가..女를 집어넣어 반쪽 자리 만들었다
외무부 장관 강경화 님이 물론 금수저 출신이기도 하지만
육아와 일을 짊어지고 고군분투해서 드디어 여자가 아닌
일로 인정받은 대표주자라 생각한다
새벽부터 일어나 살림, 육아, 일 멀티 머신으로 살아왔다.
그렇게 키운 우리 딸들은
이제 조금 더 사적인 디테일한 룰에 대해서 축구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이번 책 선정이 내겐 참 의미 있었다
어느 세대나 그 세대의 룰은 깨어있는 영혼과는 불협화음을
이룬다. 그 불협화음을 글로 기록한 것이 책이고
불협화음에서 힘든 영혼을 다독다독 위로해 주는 차 한잔.
다독다독
이 달의 차는 백모단이라는 백차를 소개한다.
백차 白茶 white
6대 다류 중에서 가공단계가 젤 짧다. 당연히 산화 발화가
덜 된 차다. 백차라는 명칭에서 알다시피 검지 않고 회색, 회갈색
이다.
가장 어린잎 싹으로 만든 것이 백호은침 , 그다음 어린잎 두 개가
붙은 싹으로 만든 차가 백모단. 그다음 가장 큰 잎들로 만든 차가 수미
이다.
푸른 찻잎에 은백색의 털이 있고 겉모습은 꽃과 같고 찻잎을 우리면
푸른 잎의 새싹이 막 피어난 꽃봉오리 같다고 하여 백모단이다
보내드리는 차는 중국 복정 관양산 해발고도 800m 자생한 싹으로
부드럽고 달콤하고 상큼하다.
온도는 백호은침 90도 백모단 95도 수미 100도를 권하는데
이 역시 각자 취향에 맞게 드셔 보시길..
3-5g의 찻잎을 넣고 95도 물에 10초 동안 넣다가 빼는 게
백모단의 룰인데.. 각자 만의 비법을 만들어 드셔 보시길
개인적인 제 경험상 차나무가 오래된 고차수 찻잎이나
오래된 고수 차는 맛이 깊고 숙성된 맛으로 편안하고 바디감도
좋고 힘이 있어 좋긴 하다. 그런데 그 힘이 내겐 좀 나를 누르는
억압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특히 이 무더운 여름에는
여름만큼은 가볍게 아주 가볍게
방긋 웃기만 해도 즐거움을 주는 신생아같이 부드러운 백차
를 아주 뜨겁게 한 잔 마셔보시는 게 어떠실지...
자유롭게 무심하게 마시다 보면 지금 나를 짓누르는 룰이 먼지
... 발견하게 될 테고 무엇 보더 더위로 올라간 열을 내려 준다니
이 여름에 백모단 한잔 뜨겁게
비싼 백호은침 보다 가격도 착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