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찻잔을 만나보았냐고요?
소더비 사상 최고가 377억에 낙찰된 중국 명나라 때 빚어진 이 잔...
말씀하시는지..
그렇다면
아직도 밥그릇과 술잔 시대의 틀에서 못 벗어나신 거 아닐까..
본디 찻잔의 세계는 눈으로 볼 수 없고 손으로 만질 수도 없는 마음의
세계라 했다
내가 만난 최고의 찻잔은 눈으로 볼 수 없고 손으로 만질 수도 없는
모양도 형체도 없는 찻잔.
한 중 일 선차 대회에 나온 중국 선차 공연에서 만났다.
세 다인이 차를 우리는 퍼포먼스 공연을 했다. 배경음악도 좋았고 우리 시는 분의 동작도
차분하고 정갈했다. 그런데 가운데 분은 아무런 다구도 없이 허공에서 차를 우려냈다
그... 전설로만 내려온
찻잔이면서 찻잔이 아니고 찻잔이 아니면서 찻잔인
마음으로만 전한다는 찻잔.
구도의 길에 나선 선방스님들이 만나고 싶은 궁극의 찻잔.
몇 날 며칠을 오체투지 ,, 자기 팔 하나
까지 잘라 그 찻잔 찾는 절절한 마음을 요란스레 바치고도 , 스승님께
" 그럼 그렇게 괴롭히는 그놈 내놔봐라."라는 딱 한 마디.
허망하게 들었으나 그 말 한마디에
전설로만 내려오던 찻잔을 전수받고 떠났다는 찻잔.
조주 스님이 만나는 사람마다
"차나 한 잔 드시게나" 한
그 찻잔을 직접 만난 한 순간이었다
새벽부터 몸보다 일찍 일어난 마음은
포르투갈 리스본 그 묘한 색깔의 도시를 걷는다.
단지 사진으로만 이미지를 봤을 뿐, 가보지도 않은
리스본을.. 상상한다
어질 어질 멀미할 것 같은 연핑크색 벽, 저돌적인 슈렉
몸 색깔 같은 진녹색 문 , 문에 걸친 마법의 깃털. 저 깃털에 홀려
저 문을 연다. 오랫동안 내 안에 잠복해있다 지쳐서 나 몰래 가출한
또 다른 나를 만난다
사랑 보석 반지, 순수석 목걸이, 청춘 표 손목시계
귀중품은 다 털리고 밥그릇과 찻잔 낡은 옷만 남은
핑크색 트렁크를 옆에 내려놓고 서 있는 나.
늘 계산 없는 열정은 상처투성이라 피해왔던 내가
낡은 간이 의자에 앉아 그 와중에도 립스틱을 바르고
있는 나를 막상 대면하니 낯설고 두렵다. 네가.. 네가
진짜 내 안에 있었어?
쉿, 여기만 아니면, 지금 이곳만 벗어나면...
한 번도 지금 이곳에 마음을 두어보지 못하고
늘 떠나는 나.
행여 내게 붙잡힐까 나를 두려워하는 내가
급하게 샌들을 발에 꿰고 립스틱도 덜 마무리한 채 도망간다
내가 가장 두려운 게 나니까..
내가 나를 잡으러 쫒는다.
도망가다 한쪽 신발이 벗겨진다
신발 주워주려고 고개 숙이다가 나를 놓쳤다.
허망해서 하늘을 보니 이런저런 풍상을 다 겪은 지붕의 붉은색과 ,
흔하게 보이는 에그타르트, 그 가운데 흘러내리는 묘한 크림 아이보리색.
참 묘한 색깔의 나라다. 쫓겨난 연인들이 잠시
즐거움을 잭팟처럼 터트리며 불안한 행복을 느끼는 곳.
불안, 불륜, 불시착, 불건전, 불통, 불청, 불감...
경전 , 성서에서는 환영받지 못한 마음들이 자유롭게 보행하는 곳
절간의 스님들이 깨달음의 수행에 방해가 된다고 번뇌라고
버리는 마음. 성당 , 교회, 교당에서
불청객인 마음.
늘 내 찻잔 명상은
뽑아도 뽑아도 생기는 번뇌라는 잡초와의
전쟁. 없애려는 마음으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은 명상이었다
이 잡초를 버려도 지구 안, 지구 끝을 찾아서 버리려
지구 끝 티베트를 찾아갔다.
티베트 조캉사원 그 컴컴하고 눅눅한
어둠 속에 불붙어 타면서 녹아내리던 야크 버터 색,
리스본의 크림 아이보리 버터 색
매캐한 연기가 안개처럼 공간을 떠다니고 긴 순례의 마지막 성지에서 마무리
오체투지 하는 순례자가 있다. 그분 손끝에 달린
반질반질 닳은 나무 손 받침. 몸의 극지까지 같이 간 동반자.
"옴 마니 반메 홈"
배낭에 담긴 버릴 마음의 무게에 등은 휘어지고
햇 빛에 시달리고 그을린 얼굴의 늙은 내가 순례자 옆에 서 있다.
불경 담은 마니차를 굴리면서 점점
세상의 끝에 가까워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귀에서 빛나던 푸른 호수 빛 원석 귀걸이.
문득 기상악화로 가보지 못해 미련이 남았던
티베트 최고 높이에 있는 암드록쵸 호수가 생각났다.
그 암드록쵸 호수에서 끝을 내자.
더 이상 도피할 곳이 없는 세상의 끝 , 암드록쵸 호수에서
리스본에서 놓친 나를 만났다.
미친 내가 정상인 나를 조용히 껴안았다
경전 넣고 돌린 마니차는 둥근 원이었다
끝이 바로 시작이었다.
끝은 없었다
궁극의 찻잔은 경전 속 글자도 아니고 비싼 찻잔도 아닌
날마다 내 일상에서 누군가에게 찻잔을 건네는 마음에 있었다.
지금 여기라는 시공간에서
지금 그대로의 마음.
미친 과 정상, 잡초와 꽃, 소통과 불통.....
따로따로가 아닌 한 몸이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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