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찻잔

- 독락당,메타오라수도원 -

by tea웨이

내 찻잔을 찾으려면 떼찻잔에서 벗어나 혼찻잔을 들어야 한다.


천둥소리다.

쪼르륵..

찻잔에 떨어지면서 제법 크게 느껴졌던 찻물 소리가 점점 조용해지고

수박 접시 위 손에서 놀라 떨어지는 오죽 포크 소리도 천둥소리에 흡수되어

조용하다. 창 밖 가로등 아래 배롱나무가, 핑크빛 레이스 꽃잎을

떨어트리면서 내는 그 아주 미미한 몸짓 소리...

저녁마다

잘난 것도 없이 잘난 척하면서 당당한 , 그래서 좋았던 FM 라디오 배순탁의

B side 방송. 디제이 배순탁 목소리도 천둥소리에 묻혀서 드문드문 소음으로

연결된다.

천둥소리만 요란하다


큰소리가 작은 소리를 이긴다.

작고 섬세한 소리들은 사라져 간다

떼거리가 홀로를 이긴다


그 작고 이쁜 제비꽃도 떼로 몰려 땅에 한번 깔리면

작은 빈카 마이너 꽃, 등심붓꽃, 독하지 못한 꽃들은

투항하고 사라진다.

메뚜기떼 참새떼 불개 미떼

떼로 몰린 것들은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위험하다

홀로 생존하는 것들은 외롭고 위태하다


내 찻잔은 외롭고 위태위태한 곳에 홀로 숨어있다








자신을 알라 VS 너 자산을 알라


요즘 티브이에 나오는 광고다.

광고는 그때그때 작은 소리를 누르는 큰 목소리가 무언지

떼로 몰린 마음이 어떤 것인지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자산의 시대라 한다. 자산은 증식하는 게 룰이다. 증식하는

정보가 넘친다. 모두 나를 자신들의 자산증식의 숙주로 삼는

좀비들 같다. 스팸전화에 화를 내고 나면 늘 씁쓸하다.


건강한 사람의 최소한의 경제적 독립은

자존감과 사회 구성원으로서 최소한의 의무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욕망이 흐르는 대로 흥망성쇠를

거듭하는 게 생활 역사다.

하지만 주소지를 어디에 두고 거주했냐에 따라 집의 자산 가치가

엄청나게 차이가 나고 자신이 좋아하고 아끼는

것들을 위해 자산 중에 최고의 자산인 자신을 온전히

소진하는 분들도 계시는데

자신을 알기 위해 여행도 가고 ,

옷도 사 입어 보고 자산을 아낌없이 써야 할 젊은 청춘들마저

자산 트렌드 줄에 서는 건 아니라고 본다.


그리고 이미 우리 눈에 보이기 시작하는 것들은

큰 소리, 떼창이다.


내 안에 실핏줄처럼 섬세하게 퍼진 숨어있는

마음을 찾으려면

일단 큰 목소리, 떼창으로 부터 벗어나야 한다




큰 목소리 안 들리고

떼로 몰려 나를 위협하는

때까치도 없는 옛선비의 정자

독락당 그 자연으로



아니면 행여 외로움에 져서 투항하고

세속으로 내려올까 봐 내려오는 길을

끊은 메타 오라 수도원으로


그곳에 가서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마음도 단계가 있다면 최고의 높이와

깊이인 정신을


노래한 시인의 시 한 편 읽고


독락당(獨樂堂) 대월루(對月樓)는

벼랑 꼭대기에 있지만

예부터 그리로 오르는 길이 없다.

누굴까, 저 까마득한 벼랑 끝에 은거하며

내려오는 길을 부숴버린

독락당 대월루


-조정권 산정 묘지 중 독락당 -



저 이미지의 고양이처럼

혼자서 당당하고 의젓한 자세로 앉아


세상에 저항하는 자세로 세상에 딱 하나 밖에 없는

내 찻잔을 찾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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