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문학을 토핑한 찻잔 -
악상프로방스 , 분수의 도시 .
내 전생하면 떠오르는 지하실 검정 폴라티 입은 프랑스 여자 화가 ..
믿거나 말거나 제 전생 이야기입니다
오래 전부터 아주 아주 오래전부터 내 로망은 그 프로방스 찻잔 여행이었습니다
카페의 원조라는
Les deux garçons 레 두 갹송.
세잔느와 졸라 ...유명한 예술가들의 뒷담화가 무성한
그러나 늘 로망의 실현은 로망을 깨는 거고
산다는 게 로망 하나씩 깨는 거라는 깨달음에
로망 하나 만큼은 그냥 로망으로 오래동안 간직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엑상프로방스 여행은 맨 마지막으로 깨지 않는
판타지로 남겨 놓고 싶었던 찻잔이었습니다.
그러나 찻잔이 찻잔을 불러 찻잔은 전성기를 맞이하게 되었고 주말에는 웨이팅 명단까지 작성해야 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공간을 늘려야 했고 그 공간은 현대적이어야 했고 당연히 현대적인 찻잔의 원조 엑상 프로방스 레두갸르송 카페를 들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놀란 것은 너무도 평범한 흰 찻잔 커피 그냥 일상이 었습니다.
그곳에서 정장입고 하이힐 신고 카페에 출근해서 하루를 소일하다 퇴근하는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카페를 그냥 사람 만나고 대화 나누는 공간 이상 이하도 아닌..
특별히 기록할 것이 없어서 너무 놀라운..
오히려 내겐 파리 되 마고 카페 찻잔이 할 말이 많았습니다.
세상이 쬐끔 진화하여 요즘에는 꿈,재능이 여자라는 이유로 묻히는 경우는 드뭅니다.
베이비부머 세대인 라떼는 말이야...
여자는 결혼만 하면 가정 ,직장 양쪽으로 시달렸지. 집에선 살림남이 멸종된 빙하기였지. 여자만이 살림녀가 되어 슈퍼우먼이 되어 독박육아는 기본 , 독박살림녀로 생존해야 했어 ,직장에선 쯧쯧... 가장의 능력이 얼마나 부족하면 여자가 나와서 돈을 버나 의 시선을 보냈지. 임신한 워킹맘은 소중한 생명체를 잉태한 위대한 사람이 아닌 죄인이 된 것같은 마음으로 세뇌되었지
.. 맞아 .. 내 첫 출산 휴가 하루도 ,겨우 한달 휴가였는데 마지막 하루는 학교 장학검열 나온다고 출근해 줄 수 없냐는 교장샘의 간곡한 부탁에
부기도 덜 빠진 상황에 출근했지. 미쳤지 . 그래서 살림은 살림이 아니라 가사노동이었지 .
오로지 여자 혼자 독박 썼던 시절 .친정 엄마의 편안한 노후생활의 희생을 갉아먹고 생존했던...
우리집, 아래집, 옆집 ....대세가 그리되니 그게 당연한 것으로...
억울해서 할머니스타일 옹아리를 해 봅니다.
그때 그 시절에 책 좀 읽고 나름 지적인 여자들에게 혜성같이 등장해서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던
공간과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 공간은
파리 되 마고 카페 ,
그 사람은 시몬느드보바르라는 여자와
그 여자의 연인 사르트르 라는 남자
이 두 남녀는 불공편한 결혼제도에 저항하여 계약 결혼이라는 파격적인 새로운 결혼 양식을 만들어냈습니다
남 녀 대등한 위치에서 누구의 손해도 누구의 희생도 없는 새로운 결혼양식.
특히 결혼만 하면 남자의 재능을 키우려고 자신의 재능은 남편 돕는 살림의 일상에 매몰되어 점점 빛을 잃어갔던 재능있는 여자들 이야기가 무성했습니다
그렇게 살지 않으려고 날마다 애를 썼던 대부분의 한국 아줌마들은
카페에 나와서 토론과 글을 썼던 사르트르와 시몬느드보바르 두 지성의 이야기는 놀라웠습니다.
머라고요????카페에 나와 커피만 마시는 게 아니라 토론과 글도 쓸 수 있다고요???
그러나 정작 가서 본 카페는 다른 카페와 비슷했습니다.
커피맛과 커피잔 공간의 인테리어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지식인 남녀 둘이 새로운 결혼의 시스템을 현실이라는 컴퓨터에 깐 계약결혼. 의식은 깨어나게 했으나 형식은 뒤따르는 후배들이 없는 것으로 보아 이들의 기획은 성공한 것 같지는 않지만, 본디 사람의 삶이라는 것이 자신이 직접 경험해서 깨지기 전 까지는 자신의 사랑 만은 자신의 결혼 만은 절대 그렇지 않다라고 환상을 버리지 못하는거니까. 사실 또 그런 환상 때문에 사람이 사는 것이기도 하고. 인생은 모순(矛盾 ) 과 역설 (Paradox )이 진실이니까. 그 시대에 하루에 2시간씩 단골로 다니면서 토론하고 사색하고 글을 쓰곤 했다는 것 자체가 이 마고 카페의 진가이니까요.
차를 마시기 전에 찻사발의 크기, 무게, 흙종류, 유약종류...눈으로 먼저 찻잔을 마시게 하는 한국 차실하고는 달랐습니다. 맛보다 커피 한 잔에 담긴 이 공간을 오간 사람들의 수다,침묵,사색,창작 모든 아우라가 중요하게 담긴 커피 한 잔이었습니다. 카페에서의 인문학을 생각했습니다
막상 커피 한잔 받아 들고 앉아 있으려니
자유로운 영혼을 상징하는 치렁치렁 긴머리, 은회색 낡은 스웨터 ,보헤미안 풍 낡은 긴 고동색 짚시치마, 샤넬 No 44. 루즈빛 입술, 카키색 부츠에 담배 물고 열심히 수첩에 글을 적다가 다시 생기발랄하게 여행지도를 펼쳐드는 ...내 안에 이루지 못한 꿈으로 남은 한 여자에 대한 상상... 그런 상상을 하게 했던 카페였습니다.
무대위의 조명처럼 눈부시고 화려한 봄햇살에 차마 아까운 재줌마들의 마음속, 푸른 곰팡이로 피어있는 우울도 바싹 말라 사라질 것 같은 그런 봄날 스르렁스르렁 바람까지 불어 잠자고 있던 꿈과 감성까지 다시 살아날 것 같은 그런 봄날 ,
일찍 태어나 자기 꿈을 잘난 남편과 그 남편이 돌보지 않는 애틋한 아들 딸들에게 자신의 아지트를 뺏긴 당신들에게 당신들만의 따뜻한 수다와 늦었지만 다시 시작하는 인생 이막의 기회가 넘치는 찻잔에 인문학을 더해서 힐링공간과 차 한 잔 대접하고 싶었습니다.
한적한 호숫가에 ..